남대문시장 먹여살린다는 말까지 듣고 있는 '스카프 아저씨' (영상)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는 손님이 지갑을 열면 손사래부터 친다. 스카프 더미를 뒤적이는 중년 여성들에게 그는 "너네 지금 과소비야(과소비하는 거야). 사가도 집 가면 안 써"라며 핀잔을 준다. 한참 고민하는 손님에게는 "엄니! 못 고르는 것도 자랑이셔?"라고 면박을 준다. 손님들은 화를 내지 않는다. 오히려 배꼽을 잡고 웃으며 스카프를 한 아름 안고 돌아간다.

남대문시장의 명물 '스카프 아저씨'. / '찐투어' 유튜브 영상 캡처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스카프와 손수건을 파는 가게 '한양사'의 주인 A씨 이야기다. 물건을 사지 말라고 손님을 말리는 이 상인의 가게 앞에 최근 인파가 구름처럼 몰리고 있다. 급기야 손님이 너무 몰려 가게 문을 잠시 닫고 쉬어 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A씨는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 '남대문 다다구리'에 "안전을 위해 재정비도 하고 몸 추스르고 오겠다"는 글을 올렸다. 함께 올린 안내문에는 '영업종료'와 '일요일까지 휴무'라는 문구가 적혔다. 일요일인 지난 1일까지 가게를 쉬겠다는 공지였다. 장사가 안 돼 문을 닫는 가게는 흔하다. 장사가 너무 잘돼 문을 닫는 가게는 드물다. 손님이 밀려드는 대목에 A씨는 왜 가게 문을 닫았을까.

남대문 스카프 아저씨를 소개하는 '찐투어' 유튜브 채널 영상.

먼저 A씨가 어떻게 이름을 알리게 됐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게에서는 스카프를 여섯 장에 1만원에 판다. 시장 바닥에 흔한 가격이다. 다른 가게와 다른 건 주인의 입담이다.

A씨는 구수한 사투리로 손님들을 쥐락펴락한다. 점잖게 스카프를 고르는 손님에게는 "교양 있게 행동하지 마. 뒤집어야 나올 거 아니여"라고 다그친다. 자기가 두를 스카프를 고르는 손님에게는 "누구 줄 생각만 해. 엄니한텐 어울리지도 않어"라고 찬물을 끼얹는다. "이걸로 땀이나 닦아. 하고 다니지 말고"라는 말도 그의 단골 멘트다.

자기 물건을 깎아내리는 데도 거침이 없다. A씨는 "나머지 130가지는 다 거지 같은 거여"라고 말한다. 원단을 묻는 손님에게는 "원단이 뭔지 잘 몰라. 솔직히 나일론인지 폴리인지 관심도 없어. 근데 따뜻하긴 따뜻해"라고 답한다. 그러면서도 좋은 물건을 고르는 요령만큼은 꼭 일러준다. A씨는 "최대한 억척스럽게 해. 그래야 좋은 거 고르는 거야"라고 말한다.

남대문시장의 명물 '스카프 아저씨'. / '찐투어' 유튜브 영상 캡처

물건을 팔려고 애쓰는 대신 손님을 말리는 상인. 겉으로는 툭툭 쏘아붙이지만 속정이 느껴지는 '츤데레' 화법에 누리꾼들은 열광했다. 손님과 주고받는 대화를 담은 짧은 영상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엑스(X·옛 트위터)를 타고 빠르게 퍼졌다. 유튜브 채널 '남대문 다다구리'에 올라온 영상 '있다고 믿으면 다 나옵니다잉'은 조회수 89만회를 넘겼다. '남대문 임영웅'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남대문 BTS', '아줌마들의 아이돌'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영상 속 주인공은 A씨 혼자가 아니다. A씨의 핀잔에 지지 않고 맞받아치는 손님들도 영상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스카프를 고르며 소녀처럼 까르르 웃는 중년 여성들의 모습이 웃음을 더한다.

남대문시장의 명물 '스카프 아저씨'를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 / / '찐투어' 유튜브 영상 캡처

누리꾼들은 영상을 보며 웃음 뒤에 숨은 무언가를 읽어냈다. 영상에는 “AI 시대를 맞으며 인간이 그리워할 모습들”, "시작과 끝이 인간미다. 너무 그리운 인간미에 우린 목말라 있었다", "사람의 정이 그리운 시대"라는 댓글이 달렸다. "입장권 1만원으로 이만한 행복을 주는 곳이 또 있을까", "남대문 스카프 토크콘서트! 1만원이 입장권이네"라며 스카프 값을 공연 관람료에 빗대는 이들도 있었다.

A씨의 입담에 대한 찬사도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개그맨보다 더 웃긴다", "살다 살다 이런 시트콤은 처음이다", "소리 내어 웃는 건 최근에는 처음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막말하고 한 번씩 저렇게 씨익 웃어주니 엄마들이 넘어가지", "엄마들 웃음소리가 너무 듣기 좋다", "엄마들 입담도 장난 아니다"라는 댓글도 이어졌다. 오래전부터 가게를 드나들었다는 한 누리꾼은 "그전에 자주 방문했던 고객인데 잘되셔서 그냥 기쁘다"고 적었다.

영상 속 주인공을 직접 보려는 발길도 이어졌다. 가게를 다녀온 이들의 후기도 온라인에 속속 올라왔다. 한 방문객은 “10시 30분에 갔는데 세 번째 줄이었다”는 후기를 남겼다. 다른 방문객은 "도착하고 약 10분 후에 스카프를 풀어주셨다. 역시나 듣던 대로 입담 최고"라고 적었다. "사람 진짜 많고 콘서트 온 줄 알았다"는 후기도 있었다.

몰려드는 인파는 A씨 혼자 감당하기 버거운 수준이었다. 평일에도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다. A씨는 영상 속에서 손님들에게 "일단 오면 나대지 말고 내 말 좀 들어! 말 안 들으면 다 퇴장시킬 껴"라고 외치기도 했다.

결국 A씨는 최근 인스타그램 계정을 열고 '손님 여러분께 드리는 양해의 말씀'이라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지난 며칠간 갑작스럽게 보내주신 과분한 관심에 감사한 마음과 얼떨떨한 마음이 교차하는 시간이었다"고 적었다.

A씨는 "생계를 위해 시작한 장사지만 가게에서 손님들과 티키타카 나누며 웃는 그 맛에 큰 힘을 얻고 즐겁게 일해 왔다"며 "그런 제 모습을 예쁘게 봐주신 게 아닌가 싶어 내심 감사할 따름"이라고 밝혔다.

남대문시장의 명물 '스카프 아저씨'. / '찐투어' 유튜브 영상 캡처

이어 "최근 너무 많은 분이 한꺼번에 찾아와 주시다 보니 오신 분들과 제대로 인사 나누고 소통하기도 어렵고 주변 상인분들께도 본의 아니게 불편을 드리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특히 어제 멀리서 오셨다가 그냥 발걸음을 돌리시는 분들을 보면서 마음이 참 무거웠다"고 덧붙였다.

평소와 다른 공손한 말투에 누리꾼들은 오히려 서운해했다. "너무 정중하게 글 남기지 말라. 멀어 보인다", "안 나대고 차분히 기다리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A씨의 호소에도 발길은 줄지 않았다. 가게 앞을 가득 메운 인파를 향해 A씨는 휴무 직전 영상에서 결단을 내렸다. A씨는 "저도 돈 벌고 싶지만 이건 아니다"라며 "물건은 많지만 안 팔 것이다. 사진 찍고 추억만 남기고 가시라"고 말했다.

A씨는 "이 정도는 감당이 안 된다. 통제가 안 된다"며 "사람을 구해서 다시 열 것"이라고 밝혔다. 몰려든 인파 탓에 이웃 가게들이 입는 피해도 마음에 걸렸다. A씨는 "다른 상인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이 몰리는 대목을 포기한 이유는 결국 안전이었다. 좁은 시장 골목에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 사고가 날 수 있다. 혼자서는 줄을 관리할 수 없다고 판단한 A씨는 가게 문을 닫고 숨을 고르는 쪽을 택했다.

휴무 소식에 누리꾼들은 응원을 보냈다. "안전과 건강이 최고다. 현명한 판단 멋지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돈 벌려고 더 할 텐데 사장님은 돈보다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분 같아서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사장님 혼자 몇 시간 내내 몰린 인파를 통제하고 물건까지 파시는데 얼마나 힘들겠느냐", "황금 같은 주말에 가게를 닫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A씨를 위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A씨가 주변 상인들을 걱정한 것과 달리 오히려 시장 전체가 덕을 보고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누리꾼들은 "남대문 상가에서 스카프 사장님께 공로상 감사패 주셔야 할 듯. 저 가게 때문에 남대문 다른 집도 손님 많다네", "스카프 아저씨 덕분에 다른 곳도 흥하네. 좋은 영향이다", "진짜 상 줘야겠다. 상권 다 살렸다"는 댓글을 남겼다. "옆 가게가 최대 수혜자인 듯. 정작 스카프 아저씨는 목 쉬고 민원 들어오고"라며 안타까워하는 반응도 있었다.

사람을 구해 다시 문을 열겠다는 A씨의 계획을 두고는 이런저런 아이디어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아무리 알바를 둬도 여기 가는 분들은 스카프 때문에 가는 게 아니라 사장님께 계산하고 입담 들으러 가는 것 같다"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그냥 알바 한 사람이 6개씩 무조건 집어주고 사장님이 봉지에 싸서 손님한테 주면 좋겠다. 그럼 얼굴 한 번씩 보고 갈 텐데"라고 제안했다. "일방통행으로 한 줄로 들어가게 해주면 좋을 듯하다. 마지막에 나오는 길에 계산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북새통 속에서 A씨가 손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컸다. 누리꾼들은 "정신없어서 훔쳐 가는 사람도 상당할 듯하다. 제발 그러지 마시길", "양심껏 돈 내고 가라", "도파민 값은 드리고 가라"는 댓글을 남겼다.

지나친 촬영과 방문을 자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누리꾼들은 "카메라 들이대고 연예인 본 것처럼 찍는데 이건 좀 과하다 싶더라", "연예인도 아닌데 왜 사진 찍어 올리냐", "사장님 좀 편하게 놔두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누리꾼은 "사장님 생각한다면 좀 자제하자. 손님 적당히 있을 때 구수한 입담 듣던 예전이 좋았다"고 적었다. "이젠 가서 보기도 힘들겠다. 계속 영상 올려달라"며 아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A씨는 손님들에게 서두르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A씨는 "저 어디 안 가고 남대문시장에 늘 그대로 있으니까"라며 "너무 급하게 일부러 찾아오시기보다는 언제든 시장 구경 오실 때 편안한 마음으로 들러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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