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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딸을 남겨두고 집을 떠난 뒤 20년 넘게 연락을 끊었던 남편이 딸의 사망 이후 상속을 요구했다는 사연이 알려졌다.
홀로 딸을 키운 어머니는 양육비조차 지급하지 않고 부모 역할을 외면했던 남편이 딸의 예금과 보험금 등을 나눠 달라고 요구하자 억울함을 호소했다.
해당 사연은 부양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부모 등의 상속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구하라법'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방송된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딸을 잃은 여성 A 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A 씨에 따르면 그는 어린 딸을 홀로 키워온 세월과 딸의 장례를 마친 뒤 마주한 상속 문제를 전했다.
A 씨의 남편은 결혼 생활 당시 도박에 빠져 지냈다. 그러던 중 딸이 세 살이던 때 아내와 어린 자녀를 남겨두고 집을 나갔다.
이후 남편과는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 A 씨는 남편이 계속 도박을 하고 다른 여성과 함께 산다는 이야기만 주변을 통해 들었을 뿐, 그가 어디에서 생활하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A 씨는 딸을 키우기 위해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식당 일과 청소 등 할 수 있는 일을 가리지 않고 밤낮없이 일하며 홀로 양육을 이어갔다.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딸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생활을 꾸리는 데 온 힘을 쏟으면서 이혼을 생각할 여유도 없었다.
남편과의 관계를 정리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지만, 딸은 밝고 성실하게 성장했다.
성인이 된 딸은 좋은 직장에 취직했고, 취업한 뒤에도 어머니를 세심하게 챙겼다.
딸은 어머니에게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어느 날 딸은 A 씨에게 "엄마랑 크루즈 여행을 가고 싶어서 몇 년 동안 적금을 들었다. 몇 달 뒤면 만기니까 기대하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녀가 약속한 여행은 실현되지 못했다. 딸이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A 씨는 딸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제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장례를 치렀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딸의 장례를 마친 뒤 A 씨는 남겨진 재산을 정리하기 위해 상속 절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남편이 모습을 드러냈다.
딸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한 남편은 딸 명의로 남은 예금과 보험금 등을 거론하며 자신에게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A 씨는 남편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딸이 세 살이던 시기에 집을 떠난 뒤 20년 넘게 아버지로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딸이 세 살 때 집을 나간 뒤 단 한 번도 아버지 노릇을 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양육비는커녕 딸이 어떻게 자랐는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몰랐던 사람이 이제 와서 딸이 남긴 재산을 달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A 씨는 "딸을 잃은 슬픔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너무 힘든데 이제 남편과 상속 문제로 다퉈야 한다니 화가 나고 억울하다"며 딸이 남긴 재산을 지킬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이와 관련해 박이찬 변호사는 "부모가 오랫동안 자녀를 돌보지 않았더라도 상속권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법상 '상속권 상실 선고 제도', 이른바 '구하라법'에 따라 부양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부모에 대해서는 법원에 상속권 상실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A 씨가 남편의 부양 의무 위반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연자는 남편이 20년 넘게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딸을 외면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자료부터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본 제도는 부모뿐만 아니라 배우자, 자녀 등 모든 법정 상속인을 청구 대상으로 삼아 상속 분쟁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양 의무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상속권이 자동 소멸하는 것이 아닌 만큼, 법정에서 부양 의무 태만의 지속성과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이 소송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인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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