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검찰 조작수사로 숨졌다는 신화 극복해야 한국에 미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를 둘러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잇단 발언을 두고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이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재단은 사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처럼 단정해 고인을 정쟁에 끌어들이고 있다며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한 의원은 곧바로 반박 글을 SNS에 올렸다. 그는 자신이 비판한 대상은 노 전 대통령이 아니라 그의 수사를 '조작수사'로 규정해 정치적으로 활용한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3주기를 맞은 2012년 5월 23일 오후 서울 대한문 앞에 마련된 추모소를 찾은 한 시민이 들고 있는 국화 너머로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이 보인다. / 뉴스1 자료사진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무현재단은 '또 노무현입니까? 정쟁에도 예의와 금도가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전날 홈페이지에 올렸다.

재단은 입장문에서 "노무현재단은 한 의원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검찰 수사와 관련, 사법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재단은 "한 의원이 팩트인 것처럼 주장하는 내용은 법원이 최종 판단한 사실이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나온 진술이나 의혹일 뿐"이라며 "수사 단계의 피의사실이나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단정하고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노무현 대통령은 생전에 검찰이 제기한 내용과 관련해 사전에 인지하거나 관여했다고 인정한 적이 없다"며 "한 의원은 당시 검찰이 제기한 내용이 모두 확인된 사실인 것처럼 단정하고 있다. 고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재단은 노 전 대통령이 법적 책임과 별개로 서거를 통해 도덕적 책임을 졌다는 입장도 밝혔다. 재단은 "노무현 대통령은 검찰이 제기한 관련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법적 공방과는 별도로 도덕적 책임을 졌다"며 "자신의 삶 전체를 던져 책임의 무게를 감당했다. 그렇게 지금은 고인이 됐다"고 했다.

재단은 "정쟁에도 예의와 금도가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감당하려 했던 책임의 무게가 존중되길 바란다. 모든 짐을 홀로 떠안았던 고인의 비장한 결단이 그 마음 그대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재단은 "17년 전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확정되지 않은 사실로 소환하는 것은 비겁한 정치공세"라며 "노무현 대통령을 정쟁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일을 당장 멈출 것을 엄중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조사를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같은 해 5월 23일 서거했다. 검찰은 이후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했다. 이 때문에 노 전 대통령 관련 혐의는 법원의 판단을 받지 않은 상태로 남았다.

재단의 입장문은 한 의원이 공개 석상에서 노 전 대통령 수사 문제를 잇달아 거론한 뒤 나왔다. 한 의원은 지난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D-1 토론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중요한 성과에 대해 높이 평가하지만 어떤 대통령도 가족이 3억원짜리 피아제 시계에 수십억원을 받은 것이 팩트로 드러나면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같은 날 "노무현 전 대통령 본인 또는 가족이 3억 피아제 시계들과 수십억원을 불법적으로 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민주당 세력이 지난 20년간 조작수사의 피해자인 양 국민 상대로 가스라이팅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무현이 검찰 조작수사에 당했으니 복수해야 한다'는 허구의 가스라이팅의 결말이 검찰제도 자체의 폐지"라고도 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 국회(정기회) 제10차 본회의에 자리하고 있다. / 뉴스1

한 의원은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노 전 대통령 일가가 박 전 회장으로부터 수백만달러의 불법자금과 수억원대 금품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당시 "수사 과정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지만 그렇다고 심각한 불법이 있었다는 사실이 바뀌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 의원의 발언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 의원은 재단의 입장문이 나온 뒤 곧바로 페이스북에 반박 글을 올렸다. 그는 "노무현재단의 입장문을 보았다. 노 전 대통령은 자기에 대한 수사가 조작이라고 말한 적 없고, 나는 노전 대통령이 스스로 허구의 신화를 만들었다고 한 적 없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생전에는 노무현 욕하다가 사후에 노무현 수사가 조작됐다는 허구의 신화 만들어 이용해 먹은 정치세력들을 비판하고, 극복하자고 하는 것"이라며 "그 해악이 너무 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이 검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정치세력은 보완수사 폐지, 검찰제도 폐지 등 이 나라 시스템을 망치면서 노 전 대통령 조작수사에 대한 복수인 양 공공연히 말하고, 노 전 대통령 영전에 바친다고 했다“라며 "나는 그때 한 번이라도 노무현재단이 민주당 정치세력에게 '노무현 이용하지 말라'고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의원은 "정작 사법시스템이 망가진 지금 내가 노 전 대통령이 진짜로 조작수사에 당한 것이 맞는지를 직시해야 한다고 하니 노무현재단이 '금기'이니 팩트 따지지 말고 더 이상 말하지 말자고 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조작수사에 당한 것이라는 허구의 신화에 기반해서 민주당 정치세력에 의해 보완수사를 포함한 검찰제도 자체가 폐지되고 전 국민이, 특히 서민이 크게 고통받게 된 상황에서, 그 기원이 된 노무현 조작수사 신화의 허구성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의원은 "18년간 대국민 가스라이팅 소재로 쓰인 허구의 노무현 조작수사 신화를 극복해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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