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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이 어느 기관보다 먼저 계엄이 위헌적이라고 말했다"는 취지로 답변하자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가 "선서를 안 하고 말해도 되니까 아무 말을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대법원 대응은 대한변호사협회보다 늦었다는 게 박 변호사 설명이다. 당시 법원행정처 입장문에도 '위헌'이라는 표현은 없었다고 박 변호사는 밝혔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변호사는 전날 MBC 라디오 ‘조승원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국정감사장에서 내놓은 조 대법원장 발언을 하나씩 짚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2024년 12월 4일 새벽 대법원에서 심야 긴급 간부회의가 열렸다. 조 대법원장은 이후 출근길에 계엄 절차가 불법 아니냐는 기자들 질문을 받았다. 박 변호사에 따르면 조 대법원장은 당시 "차후에 어떤 절차를 지켰는지 좀 지켜봐야 될 것 같다"고 답했다. 박 변호사는 "대한변협은 12월 4일 0시 23분에 이미 '위헌 내란'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며 "누구보다 빠른 게 아니라 대한변협보다 판단이 느렸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같은 날 오전 법원행정처장 명의로 나온 입장문도 문제 삼았다. 입장문은 갑작스러운 계엄으로 혼란스러웠으나 해제돼 안도한다는 취지였다. 박 변호사는 "여기에 위헌이라는 말은 없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때와도 비교했다. 박 변호사는 "서부지법 폭동이 일어났을 때는 다음 날 대법관회의가 열렸고 입장문이 나왔다"며 "그 온도차를 보면 대법원이 계엄에 대해 얼마나 미온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대법관회의 입장문에는 법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는 취지의 강한 표현이 담겼다. 박 변호사는 "지금 1심 법원 판사들은 계엄 관여자들이 시킨 대로 했을 뿐 몰랐다고 하는데도 내란이 불법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어 변명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증인 선서 거부는 국회증언감정법상 형사처벌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선서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사위 명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는 "작년에는 파기환송과 관련한 재판 내용에 대한 질의였지만 이번에는 재판과 무관하다"며 "재제청은 인사에 관한 부분이고 업무추진비도 사법부 독립과 무관한 사법행정의 영역이어서 선서를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법관 재제청 논란을 두고는 조 대법원장이 물러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대통령과 국회가 제청권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역대 대통령들이 대법원장 제청권을 존중해 왔다는 말도 했다.
박 변호사는 "왈가왈부하는 게 아니라 대통령이 제청받은 후보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그다음에 어떻게 할지는 대법원장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후보 4명 가운데 나머지 3명 중 1명을 다시 제청하거나 처음부터 제청 절차를 다시 밟는 방법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통령이 손봉기 후보를 임명하지 않겠다는 뜻은 우리나라 사람이 다 안다"며 "대법원장은 모른 척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이 재제청 요청 공문에 사유와 근거가 없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박 변호사는 "행정절차법상 처분에는 사유와 근거를 쓰도록 돼 있지만 대법원 판례는 행정기관 간 의사 협의를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며 "대통령비서실이 대법원장에게 보내는 공문은 처분이 아니어서 사유와 근거를 적시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장이 대통령비서실에 사유와 근거를 요구할 법적 근거도 없다"며 "제대로 된 법률가의 조언을 못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교착 상태를 풀 해법으로 헌법학의 사법자제론을 들었다. 그는 "입법·행정·사법이 충돌할 때 사법부는 자제해야 한다는 게 헌법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라며 "국회와 대통령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국가기관이지만 대법원장은 민주적 정당성이 간접적으로만 부여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가 자제할 때 정치 논쟁에 휘말리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조 대법원장 업무추진비를 둘러싼 논란도 언급했다. 대법원장 업무추진비는 2023년 459만원에서 조 대법원장 취임 이듬해인 2024년 1억3652만원으로 30배 가까이 늘었다. 박 변호사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그런 자리를 구내식당에서 해결했다"며 "나도 퇴직하면서 행정처장과 구내식당에서 특별식으로 밥을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분은 아마 정치를 하려는 것 같다"며 "행정처 사람들에게 비싼 것을 먹여 호감을 사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관들에게 200만원씩 지급된 격려금을 몰랐다는 조 대법원장 해명에 의문을 드러냈다. 박 변호사는 "결재를 하니까 모르지는 않는다"며 "행정처장은 자기는 한 게 없다고 하니 아마 조 대법원장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 구속 기간 만료를 두고는 석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김 여사 구속 기간이 오는 27일 끝난다고 했다. 영장을 발부할 수 있는 곳은 정당법 위반 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와 매관매직 사건이 배당되면 주심을 맡을 대법관이다. 박 변호사는 "둘 중 하나는 발부해야 하는데 서로 미룰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1심 재판은 기소 9개월 만에 첫 재판이 열려 판사가 재판을 빨리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며 "1심 판사는 발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대법원 사건 역시 아직 재판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박 변호사는 "오석준 대법관처럼 파기환송 때 찬성한 분들이 맡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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