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밥값 같은 민생예산부터 깎아선 안 돼”…추미애 직격한 민주당 여성의원

경기도의 감액추경과 복지예산 삭감 문제를 두고 추미애 경기도지사의 재정 운용 방향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있다. 같은 당 소속 중량급 여성 정치인이 현직 광역단체장의 핵심 재정 기조를 정면으로 겨냥한 만큼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추미애 경기도지사. / 뉴스1

그는 바로 경기 용인정이 지역구인 이언주 의원이다.

페이스북에 올린 글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

이 의원은 7일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경기도 소상공인과 보육교사 등 수천 명이 전날 도청 앞에 모여 삭감된 민생·복지 예산의 복원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그동안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고 했다. 감액추경을 둘러싼 도의회와의 이견, 1인 시위, 공무원노조의 입장 표명 등을 보도로 접하며 우려해왔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더 이상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고 적었다. 침묵을 깨고 직접 목소리를 내게 된 배경을 스스로 밝힌 대목이다.

7700억원 감액추경, 취득세 3500억원 이상 빠진다

논란의 중심에는 경기도가 추진 중인 7700억원 규모의 감액추경이 있다. 경기도는 올해 세입이 줄어드는 상황을 이유로 감액추경을 진행해왔다.

가장 큰 변수는 취득세다. 취득세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35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정 압박이 크게 불어났다. 여기에 지방채와 내부거래 상환 부담이 겹쳤다. 그 결과 일부 민생사업 예산은 본예산 단계에서 충분히 편성되지 못한 상태다.

경기도 용인에 지역구를 둔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 뉴스1

경기도의 세입 구조가 이런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은 이 의원도 짚었다. 이 의원은 서울과 지방에서 인구 유입이 이어지며 복지지출은 늘었지만, 세입은 취득세 비중이 높아 건설경기와 부동산 거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추경에서 취득세 감소가 주요 세입 감소 요인으로 반영됐다는 사실도 경기도의 발표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동산 거래가 위축되면 세수가 바로 줄어드는 구조다.

재정난은 인정, 삭감 방식에는 선 그어

이 의원의 비판은 재정난 자체를 부정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는다. 경기도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입장을 먼저 밝혔다. 쟁점은 어디서부터 줄이느냐는 순서와 방식이다.

이 의원은 예비비 등 가용재원을 포함한 다른 대안을 충분히 따져보지 않은 채 소상공인 지원과 보육 예산, 특히 영유아 밥값처럼 절박한 민생예산부터 급격히 삭감하는 것은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예비비 같은 가용재원이 먼저 검토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피해 대상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이 의원은 "애꿎은 서민과 영유아 등 사회취약층의 안타까운 피해를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영유아 밥값이라는 표현이 쓰인 만큼 보육 현장에서 아이들 식비와 직결된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을 문제 삼은 것으로 읽힌다.

도의회 협상 마무리 당부, 국회 차원 지원도 모색

이 의원은 비판에만 그치지 않았다. 도민들의 충격과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도의회와의 협상이 우선 원만하게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했다. 책임감을 갖고 해법을 찾아달라는 당부도 함께 내놨다.

국회 차원의 역할도 언급했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다각도로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경기도 재정 문제에 중앙 차원의 지원책이 논의될 여지를 열어둔 발언이다. 구체적인 방안이나 시점은 글에 담기지 않았다.

목 축이는 추미애 지사. / 뉴스1

추미애 지사의 기조와 맞부딪힌 지점

추 지사는 취임 이후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고 "불요불급한 사업은 줄이되 필수 민생은 지킨다"는 기조로 감액추경을 추진해왔다. 불필요한 사업을 먼저 걷어내고 필수 민생은 보호하겠다는 원칙이다.

이 의원의 문제 제기는 바로 이 원칙이 현장에서 지켜지고 있느냐를 묻는 것에 가깝다. 이 의원은 영유아 밥값 같은 절박한 민생예산부터 삭감해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이는 감액 대상에 필수 민생 성격의 예산이 포함됐다는 인식을 깔고 있다. 사실상 추 지사의 재정 운용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글에 추 지사의 이름이 직접 적시된 것은 아니다. 다만 경기도의 감액추경을 지휘하는 주체가 추 지사라는 점에서 비판의 화살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분명하다.

두 사람의 이력과 체급

두 정치인의 이력은 가볍지 않다. 1972년생인 이 의원은 올해 만 53세로, 3선 국회의원이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냈다.

추 지사는 1958년생으로 올해 만 67세다. 이 의원보다 14살 많다. 6선 국회의원을 거쳐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지난 7월 경기도지사에 취임했다. 취임한 지 석 달 남짓 된 시점에 첫 예산 국면에서 당내 인사의 공개 비판을 받게 됐다.

2024년 5월 당시의 이언주, 추미애. / 뉴스1

당내 경쟁 구도로 읽기는 이르다

해당 사안을 곧바로 두 사람의 당내 경쟁 구도로 확대해 해석하기는 이르다. 이 의원의 글은 예산 삭감의 우선순위와 방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정치적 구도를 거론하는 대목은 없다.

그럼에도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같은 당 소속 광역단체장의 핵심 재정 방향에 현역 3선 의원이 공개적으로 다른 목소리를 냈기 때문이다. 같은 당의 여성 중진 정치인 사이에서 나온 이견이라는 점도 무게를 더한다.

앞으로 무엇이 남았나

우선 눈여겨볼 대목은 도의회와의 협상 결과다. 이 의원이 협상의 원만한 마무리를 당부한 만큼, 삭감된 민생·복지 예산이 어느 정도 복원되느냐가 첫 번째 변수다. 복원 규모에 따라 소상공인과 보육교사들의 반발 수위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다음은 예비비 등 가용재원 활용 여부다. 이 의원이 대안 검토를 요구한 만큼, 경기도가 어떤 재원으로 민생 예산의 빈틈을 메울지에 대한 설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취득세가 3500억원 이상 줄어드는 구조에서 7700억원 규모의 감액을 어디서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도정의 부담도 달라진다.

국회 차원의 지원은 이 의원이 방안을 찾겠다고 한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구체적인 지원책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취득세 의존도가 높은 경기도 세입 구조가 부동산 거래 흐름에 따라 흔들리는 만큼, 재정 압박이 단기간에 풀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은 이언주 의원 SNS 전문이다.

어제 경기도 소상공인과 보육교사 등 수천 명이 도청 앞에 모여 삭감된 민생 및 복지 예산의 복원을 촉구하는 시위를 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최근 경기도 감액추경을 둘러싼 도의회와의 이견과 1인 시위, 공무원노조의 입장 표명 등을 보도를 통해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만, 더 이상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물론 경기도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서울과 지방에서 인구 유입이 계속되며 복지지출은 늘어난 반면, 세입은 취득세 비중이 높은 구조여서 건설경기와 부동산거래의 영향을 크게 받는 측면도 있습니다. 실제 이번 추경 역시 취득세 감소가 주요 세입 감소 요인으로 반영됐다고 경기도가 발표했습니다.

다만 그런 어려움이 있다 해서 예비비 등 가용재원을 비롯한 다른 대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소상공인과 보육예산 특히 영유아 밥값처럼 절박한 민생예산부터 급격하게 삭감하는 것은 안될 일입니다. 책임감을 갖고 문제의 해법을 찾는 노력을 하길 바랍니다. 애꿎은 서민과 영유아 등 사회취약층의 안타까운 피해를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련의 복지예산 삭감 건으로 도민들의 충격과 걱정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도의회와의 협상이 우선 원만하게 마무리되기를 바랍니다. 국회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이 있을지 다각도로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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