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우리 군인들 다쳤는데 북한에 '93억 지원' 확정

정부가 북한 평양 강동군병원에 약 93억원 상당의 의료장비를 보내기 위한 구체적인 운송 계획까지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같은 시기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 중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로 중상을 입은 우리 군 간부들은 군병원에 입원할 경우 현행 제도상 간병비 지원을 받기 어려운 것으로 나타나 지원 체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통일부가 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대식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을 통해 북한 평양 강동군병원에 의료장비 166종, 1431개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예상 사업비는 675만 달러로 우리 돈 약 93억원 규모다.

지원 대상에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진단·수술·치료 장비가 포함된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장비와 고압멸균기, 구급차, 초저온 냉동고, 소변 분석기 등이 포함됐으며 이 가운데 41개 품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대상에 해당한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정부는 대북제재 대상 품목을 북한에 반출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재 면제를 요청했다. 유엔 측은 지난 5월 22일 해당 사업에 대한 제재 면제를 승인했고, 정부는 승인일로부터 6개월 안에 물품을 발송하는 계획을 유엔에 제출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잠정적으로 잡은 발송 기한은 오는 11월 22일이다. 실제 발송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북한과 협의를 거쳐 사업 규모와 세부 내용을 확정한 뒤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통일부 역시 현재 계획이 잠정안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운송 경로까지 구체적으로 마련됐다. 정부는 현대아산을 잠정 운송사로 선정하고 인천항에서 선박을 출발시킨 뒤 중국 단둥을 거쳐 북한 남포항으로 의료장비를 들여보내는 방안을 유엔에 제출했다. 국내 운송비를 포함한 전체 운반비용은 3500달러로 책정됐다.

정부는 의료장비가 북한 주민의 치료라는 당초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점검 방안도 마련했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직원 3명과 외부 전문가 3명 등 6명으로 점검팀을 구성해 북한 현지에 파견하는 방안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이 한국인 점검 인력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을 가능성에도 대비했다. 이 경우 중국이나 몽골 등 제3국 인력을 활용해 현장을 확인하거나 화상 연결을 통한 비대면 점검을 실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의료장비의 실제 사용처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를 사업계획에 포함한 것이다.

정부가 지원 대상으로 정한 강동군병원은 평양 외곽에 위치한 병원이다. 정부는 북한이 의료장비와 의약품 부족을 겪고 있으며 코로나19 당시 장기간 국경 봉쇄까지 겹치면서 보건의료 체계의 취약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강동군병원에 장비를 공급해 진단과 치료 역량을 높이고 임산부와 신생아, 노인, 중증·만성질환자 등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한다는 것이 정부의 사업 취지다. 재원은 남북협력기금 가운데 민생협력지원의 보건의료협력 예산을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93억원 규모의 사업이 그대로 집행되는 것은 아직 아니다. 북한과의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데다 세부 품목과 사업 규모 역시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유엔의 제재 면제 승인은 대북 반출을 위한 국제 제재상의 절차를 통과했다는 의미이며, 실제 물품 전달에는 북한과의 협의 등 별도의 절차가 남아 있다.

유엔의 제재 면제 유효기간은 승인 통보일인 5월 22일부터 9개월이다. 정부는 이 기간 안에 사업을 집행하지 못할 경우 사업계획을 다시 검토하고 제재 면제 기간 연장을 신청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대북 의료지원 계획을 두고는 장비의 사용처를 둘러싼 검증 필요성도 제기됐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엑스레이와 같은 의료장비가 북한에서 당초 목적과 다른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북한 주민의 질병 치료를 위한 인도적 의료지원이라는 입장이다.

김대식 의원은 북한의 지뢰 매설로 판단된 폭발 사고로 우리 장병들이 크게 다친 상황에서 정부가 북한에 보낼 의료장비와 운송 경로까지 구체적으로 마련한 점을 지적하며 대북지원에서 원칙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정부의 사업 추진 계획에 대한 야당 측의 비판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는 정작 최근 북한과 맞닿은 DMZ에서 작전을 수행하다 다친 우리 군인에 대한 간병 지원에 제도적 공백이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달 21일 경기 파주시 25사단 관할 DMZ에서 수색로 개척작전 중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이 발생하면서 수색대대장과 공병 중사가 중상을 입었다. 수색대대장은 발목 절단 등의 중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으며 다른 장병 1명도 다쳤다.

부상 장병 가족들이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 가운데 하나가 간병인 비용이다. 현재 상주 간병비는 하루 약 15만원, 한 달 기준으로는 약 450만원까지 드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중상 장병이라면 가족에게 적지 않은 경제적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문제는 현행 국방 환자관리 훈령의 간병비 지급 구조다. 현행 규정은 간병비 지급 대상을 원칙적으로 민간 의료기관에서 위탁진료를 받는 환자로 규정하고 있다. 군병원 입원환자의 경우에도 불가피한 상황에서 심의·의결을 거치면 지급할 수 있는 예외 규정이 있지만, 군병원에 입원한 전·공상 장병에게 일반적으로 간병비를 지급하는 구조는 아니다.

이 때문에 이번 지뢰 폭발 사고로 다친 간부들의 경우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간병인을 고용하면 그 비용을 현행 제도만으로 지원받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했다. 군 당국은 이 문제를 확인한 뒤 우선 대내외 지원 수단을 활용해 간병비를 지급하고, 군보건의료기관에 입원한 전·공상 장병에게도 간병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법령을 손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육군본부 차원에서도 별도의 지원체계가 마련됐다. 김규하 육군참모총장의 지시에 따라 부상 간부들의 충분한 보상과 예우를 지원하기 위한 태스크포스가 구성됐으며, 단기적인 비용 지원뿐 아니라 치료와 재활, 향후 군 생활을 이어가는 과정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방 환자관리 훈령에는 전상자나 공상자가 민간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을 경우 간병비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 전상자 또는 공상자가 간병인을 고용하는 경우에는 위탁진료심의위원회의 승인을 거쳐 일반적인 간병료 기준을 초과해 지급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있다.

그러나 군병원 입원과 민간병원 위탁진료 사이에서 지원 기준이 달라지는 구조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다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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