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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 직후 나온 ‘군 면제’ 발언을 둘러싼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 이기혁(강원FC)을 향한 공개적인 메시지가 나왔다. 잘못한 발언은 지적해야 하지만, 금메달을 위해 뛰었던 과정과 성과까지 깎아내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발언의 주인공은 우상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다. 우 지사는 공개 석상에서 이기혁을 직접 언급하며 “실수한 것은 가볍게 꾸짖고 선수들이 이룬 성과는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병역특례 제도 자체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으로 번진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강원일보에 따르면 우상호 지사는 지난 7일 강원체육회관에서 열린 제107회 전국체육대회 강원선수단 결단식 및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강원선수단 환영행사 격려사에서 이기혁을 언급했다.
우 지사는 “오늘 이 자리에 아마 이기혁 선수는 안 와 있을 텐데, 그 선수가 좀 실수는 했지만 금메달 따느라고 뛰었던 그 싸움을 더 격려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를 폄하하는 어른들은 못된 어른들”이라며 “실수한 것은 가볍게 꾸짖고, 그렇지만 정말 너무 잘했다. 이번에 금메달을 따온 강원도 출신 선수들 너무 잘했다. 저는 그 얘기를 꼭 전해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선수들이 성적에 대한 부담을 덜고 자신의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체육계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우 지사는 “자기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게 우리 체육회와 강원도의 역할”이라며 “괜찮다고 얘기해 주고 다음이 있다고 얘기해 주는 그런 강원도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기혁은 지난 3일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결승 한일전에서 주장으로 출전했다. 수비라인의 핵심 역할을 맡아 일본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한국은 후반 엄지성의 왼발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한국 남자축구는 이 승리로 아시안게임 4회 연속 금메달을 달성했다.
문제는 경기 직후 나왔다. 이기혁은 시상식 이후 공동취재구역에서 금메달을 들어 보이며 “군대 안 갑니다”라고 말했다. 입대를 일주일여 앞둔 상황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병역특례 대상이 된 기쁨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지만, 다음 날부터 비판이 확산했다.
논란은 이기혁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19세 미드필더 박승수는 경기장에서 팬에게 전역모를 받은 뒤 라커룸에서 이를 쓰고 촬영한 사진을 SNS에 올렸다. 양민혁도 “금메달이고 트로피고 다 중요하지 않다. 군 면제 하나만 봤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기혁은 이후 자신의 SNS를 통해 “선수단 대표 주장으로서 말의 무게라는 것을 생각해 말 한마디에 책임을 가지고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귀국 공항 인터뷰에서도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선수들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병역특례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로 이어졌다.
지난 7일 국회 등에 따르면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에게 예술·체육요원 편입 자격을 부여하는 현행 기준을 손보는 내용의 병역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행 병역법은 예술·체육 분야 특기자 가운데 대통령령으로 정한 요건을 갖춘 사람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시행령에서는 체육 분야 대상자로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와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를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만으로 예술·체육요원 편입 대상이 되는 현행 구조를 없애는 것이다. 대신 예술·체육 분야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현저히 높이는 등 특별한 공적이 인정될 경우 별도의 절차를 거쳐 편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올림픽 3위 이상 입상자에 대한 현행 기준은 유지된다.
주 의원은 종목마다 국제 경쟁력과 참가국 수준이 다른 상황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하나의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지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이 사회인 선수가 포함된 일본에 패하고도 최종 금메달을 따 병역혜택 대상이 된 점도 사례로 들었다.

남자축구대표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병역특례 제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하는 정치권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나경원·안철수 의원 등이 제도 개편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했고, 민주당에서도 시대 변화와 병역 형평성을 고려해 현행 기준을 손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도 제도 축소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지난 7일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예술·체육요원 병역특례와 관련해 “점진적으로 축소해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병무청 역시 예술·체육요원 인정 대회를 줄이는 방안 등을 포함한 제도 개선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이기혁의 짧은 발언에서 시작된 논란은 선수 개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병역특례의 기준을 다시 들여다보자는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이런 가운데 우상호 지사는 발언의 적절성은 따져야 하더라도 선수들이 금메달을 위해 흘린 땀과 성과까지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수와 성과를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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