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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를 둘러싼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에 대응해 박기창 주우크라이나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과 관련한 비공개 합의 위반 논란에 이어 우크라이나 측의 공개 사과까지 무산되자 외교적 항의의 수위를 높인 것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박기창 주우크라이나대사는 10일 오전 귀국했다. 정부가 박 대사의 본국 소환을 결정한 지 이틀 만이다.
대사의 본국 소환은 외교 현장에서 상대국에 항의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서도 강도가 높은 조치다. 통상 외교적 문제가 발생하면 상대국 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항의하거나 외교 채널을 통해 유감을 전달한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대응이 자국에 주재하는 상대국 대사를 불러들이는 것이다.
해외에 파견된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면 상대국과의 외교 관계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 대사를 일시적으로 귀국시키는 조치만으로 외교 관계가 단절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국의 행동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긴다.
이번 조치는 2008년 7월 이후 18년 만에 이뤄졌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 교과서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반발해 권철현 주일대사를 귀국시켰다. 역사·영토 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북한군 포로의 송환과 관련한 외교적 갈등이 대사 소환으로 이어졌다.

양국 사이의 갈등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유엔 연설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 사실을 공개하면서 한국 정부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북한군 포로 문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이면서 한국의 대북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전투 참여, 포로의 신분과 향후 거취는 한국 정부에도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이다.
한국 정부가 문제 삼은 핵심은 포로의 한국행 자체만이 아니라 관련 내용이 공개된 과정이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이 북한군 포로 송환과 관련해 한국과 비공개로 합의한 내용을 공개했다고 보고, 이를 합의 위반으로 판단했다.
외교 현안에서 비공개 합의는 당사국이 일정한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을 의미한다. 민감한 안보 사안이나 협상 과정에서는 공개 범위와 시점을 조율하는 일이 중요하다. 합의 내용이 공개되면 당사국 사이의 신뢰가 훼손되고 후속 협의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양국이 비공개 합의의 존재를 놓고 서로 다른 입장을 보였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이 관련 합의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애초에 그러한 합의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합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앞서 합의의 존재 자체부터 양국의 주장이 맞서게 된 셈이다.
한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측에 공개 사과도 요구했지만,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공개 합의 위반이라는 한국 측의 문제 제기와 우크라이나 측의 부인, 공개 사과 거부가 이어지면서 갈등은 외교적 항의 차원을 넘어 대사 소환으로 확대됐다.
대사 소환은 상대국과의 대화를 완전히 중단한다는 뜻은 아니다. 외교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현안에 대한 불만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수단이다. 한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비공개 합의 문제를 가볍게 넘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했다.

외교부는 박 대사의 귀국과 별개로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과의 협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이번 사안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문제 제기는 계속하겠다는 의미다.
귀국한 박 대사도 관련 협의와 후속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 참여할 예정이다. 현지에서 외교 업무를 수행하던 대사가 본국으로 돌아와 정부의 대응 논의에 합류하는 만큼, 우크라이나 측과의 협의 과정에서 어떤 조치를 취할지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우크라이나 측에도 한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에 호응할 것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사 소환이라는 강경 조치를 취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의 여지는 남겨둔 것이다.
이번 갈등의 핵심은 북한군 포로의 한국행과 관련해 양국이 어떤 합의를 했는지, 해당 내용이 공개된 경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에 있다. 한국 정부는 합의 위반과 공개 사과 거부를 문제 삼아 18년 만에 대사 소환이라는 대응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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