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언젠가는 내리겠지?... "집값 하락 시간문제" 발언 후폭풍

집값이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이니 지금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의 국정감사 발언을 두고 후폭풍이 일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1년 넘게 쉬지 않고 오르는 상황에서 공공주택 공급을 책임진 기관장이 매수 자제를 권하는 듯한 말을 내놓자 국민의힘은 정부를 겨냥해 '희망고문'이라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12일 서울 남산에서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이날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1만930건 중 절반이 넘는 5977건(54.7%)이 과거 최고가와 같거나 더 높은 가격에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거래 비중은 올해 1분기 38.2%에서 3분기 54.7%로 크게 늘었다. 특히 강남권에 집중됐던 최고가 거래가 강북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동대문구는 81.9%, 서대문구는 73.5%, 성북구는 68.5%를 기록했다. / 뉴스1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13일 '집값 급락 기우제만 지내는 이재명 정권, 희망고문도 정도껏 해야 통하는 겁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이 사장과 정부를 함께 비판했다.

조 대변인은 "서울 아파트값이 87주째 상승하며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며 "이 와중에 이 사장이 국민 앞에 내놓은 말은 황당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그는 "집값 급락을 예고하며 '언제 꺾일지는 모르나 꺾이는 것은 단지 시간의 문제'라며 기우제식 발언을 늘어놨다"고 말했다.

조 대변인은 "역대 최장 기간 집값이 치솟으면서 꿈을 접어야 하는 청년과 서민이 넘쳐난다"며 "전세 실종에 임대료는 연일 급등하며 주거 불안이 일상이 됐다"고 했다. 그는 "이 사장은 대책으로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선언적 발언만 되풀이했다"며 "이재명 정권이 내놓은 1·29 주택공급 대책 이후 지금까지 몇 건이나 착공했나. 신속 공급을 선언하고 실제로 공급에 속도를 내고는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조 대변인은 "대통령실 국토교통비서관까지 지낸 이 사장의 '언젠가는 내리겠지'라는 '아니면 말고'식 발언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더욱이 주택담보대출을 줄여 서민의 내 집 마련을 막는 것이냐는 논란을 자초했다"며 "이제는 집값이 떨어질 테니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말까지 한다. 공직자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조 대변인은 "지금 필요한 것은 막연한 희망고문이 아니다. 치솟는 집값을 안정시킬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과 예측 가능한 주거 정책이다"라며 "이재명 정권은 말로만 하는 부동산 정치를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하도록 시장 친화적으로 길을 열어야 한다"며 "국민은 87주째 오르는 집값 앞에서도 급락 타령만 되풀이하는 현 정권의 무책임한 희망고문에 강한 질타로 응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뉴스1

이 사장의 발언은 전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LH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소신을 여전히 갖고 있느냐는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과 같은 당 김은혜 의원의 질의에 이 사장은 "아직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 사장은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하면 경쟁적으로 집을 사야겠지만 안정이 되면 지금 바로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집값이 계속 오르지 않고 많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함께 드린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가격이 86주 연속 오른 점을 지적하자 이 사장은 "언제 꺾일지는 모르지만 단지 시간문제"라고 답했다.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묶어야 한다는 개인적인 소신은 그럴 수 있지만 LH 사장으로서 그런 답변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지 않은데 발언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 사장의 과거 주택 보유 이력도 국감에서 문제가 됐다. 이 사장은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주택 3채를 보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장의 취임사를 거론하며 "본인은 정작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투기를 지적하면 국민이 뭐라고 판단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은혜 의원은 아직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어 이 사장이 여전히 다주택자 지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LH의 주택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이 사장은 "대부분 물량이 조달청에서 사업자 선정 단계에 있다"며 "사업자 선정이 끝나면 바로 착공할 수 있는 물량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올해 착공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이 사장의 설명이다.

한국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서울 집값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10월 첫째 주(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해 10월 셋째 주보다 10.41% 올랐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안에서 아파트를 사면 2년 실거주 의무를 지도록 해 갭투자를 막았다.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집값에 따라 최대 2억~6억원으로 차등 적용했다.

대출 문턱이 높아진 뒤에는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덜한 비강남권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1년간 자치구별 상승률은 성북구가 16.5%로 가장 높았다. 서대문구는 14.40%, 강서구는 14.39%, 구로구는 13.69%, 중구는 13.49%, 동대문구는 13.42%, 노원구는 12.52% 올랐다. 같은 기간 강남구는 1.4%, 서초구는 3.35%, 송파구는 9.11% 상승했다.

성북구 '롯데캐슬 클라시아' 전용 59㎡는 지난달 5일 15억9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0월 초 같은 면적이 12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1년 새 3억4000만원 올랐다.

전세시장도 불안하다. 10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지난해 10월 셋째 주보다 9.96% 올랐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2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2만311건으로 지난해 10월 16일 2만4421건보다 16.9% 줄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서울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50.92%로 절반을 넘었다.

재건축·재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도 대기하고 있다. 연내 이주가 예정된 서울 주요 정비사업 단지는 11곳이다. 노량진1구역 3897가구, 노량진3구역 1038가구, 북아현2구역 2862가구 등이 포함됐다. 강남구 은마아파트 4424가구는 내년 상반기 이주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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