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떠나 세종으로 '1만 명 대이동'…정부가 발표한 44개 기관 이전 명단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 44곳이 내년부터 세종시로 이전한다. 외교부와 국방부, 경찰청 등 주요 기관도 이전 대상에 포함되면서 공무원 약 1만 명이 근무지를 옮기게 됐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의 모습. / 뉴스1

1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윤호중 행안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이전 대상은 수도권에 있는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 등 총 44곳이다. 소속 공무원은 정원 기준 9929명으로, 정부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단계적으로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142개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업무 특성과 기관 간 연계성 등을 검토했다. 중앙부처는 원칙적으로 세종으로 이전하되 직접 대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부 소속기관은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위·개인정보위 등 27곳 내년 이전…외교·국방부는 2031년까지

가장 먼저 이전하는 기관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재외동포청 등 6곳이다. 이들 기관은 내년 상반기 세종으로 옮긴다.

하반기에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각 부처 소속기관과 자문위원회 등 19곳이 이전할 예정이다. 정부는 별도 청사가 필요하지 않은 기관에 세종 지역의 민간 건물을 임차해 사무공간을 마련하기로 했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도 내년 이전 대상에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관련 법률 개정에 따라 결정된다. 두 부처는 현행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행복도시법)에서 세종 이전 제외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이처럼 내년 이전을 추진하는 기관은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포함해 27곳이다. 해당 기관의 공무원 정원은 총 2995명이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 모습. / 뉴스1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 등은 이전에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이들 부처를 비롯해 감사원과 경찰청,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17개 기관은 별도의 청사를 신축한 뒤 2031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전 대상 인원은 6934명이다. 수사와 보안, 관제 등 특수한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 많아 기존 건물을 임차하는 대신 독립청사나 특수시설을 마련하기로 했다.

윤 장관은 "임시 청사를 활용할 수 있는 27개 기관은 2027년 중 단계적으로 이전하겠다"며 "독립청사와 특수시설이 필요한 17개 기관, 6934명은 업무 특성에 맞는 청사를 신축한 뒤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등 대통령 업무와 직접 연계되는 기관은 이번 이전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기관의 이전 여부와 시기는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완전 이전 일정 등을 고려해 별도로 검토할 예정이다.

청사 짓는 데만 3조 1000억 원…법 개정도 필요

윤호중 행정안전부장관이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정부는 세종 중심 국정운영 강화를 위해 2027년부터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을 단계적으로 세종으로 이전 할 계획이다. / 뉴스1

대규모 이전에 따른 예산도 상당하다. 정부는 독립청사와 특수시설 건립에 약 3조 1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에는 기본설계비 약 286억 원을 반영해 청사 건립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이전하는 기관들의 임차청사 조성과 운영, 공무원 이주 지원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약 897억 원으로 예상된다. 청사 신축에 3~4년이 걸리는 기관들은 그동안 임시청사를 사용해야 해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김하균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장은 청사 건립 비용과 관련해 "신축 청사 건립에만 3조 1000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전 계획을 실행하려면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 현행 행복도시법에는 외교부와 통일부, 국방부, 법무부, 성평등가족부 등 5개 부처가 이전 제외기관으로 규정돼 있다.

정부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당 부처들을 이전 제외 대상에서 삭제하는 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개정 시점에 따라 일부 기관의 실제 이전 일정은 달라질 수 있다.

공무원들의 주거와 생활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정부는 세종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공무원과 가족에게 이사비와 초기 정착 지원비를 제공할 계획이다. 주택 마련이나 자녀의 학기 종료 등으로 당장 이주하기 어려운 공무원을 위해 한시적으로 교통편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떠나면 금감원은?…기존 서울청사 활용도 검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 뉴스1

금융위원회의 세종 이전에 따른 금융시장 대응 문제도 관심을 모은다. 금융위가 세종으로 옮기면 서울에 있는 금융감독원 및 금융기관들과의 업무 협의에 변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금융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반드시 서울에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금융시장 대응력을 유지하기 위한 별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의 지방 이전 여부는 이번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과 연계해 별도로 검토할 예정이다. 국책은행 등의 이전 여부 역시 추후 논의 대상이다.

중앙행정기관이 빠져나간 서울과 과천의 정부청사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 청사의 중장기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으며 수도권 특별행정기관 등을 입주시키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다만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는 만큼 이전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브리핑에서 김하균 본부장은 세종시 출범 이후 수도권 집중 완화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세종시가 출범한 이후 수도권 집중 완화를 위한 커다란 효과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세종시 건설 이후 행정기관 분산에 따른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도 명확한 분석 자료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세종청사 전경 자료사진 / 뉴스1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측은 세종시 건설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는 점을 언급했다. 최형욱 행복청 차장은 현재 행복도시 건설 진도가 약 60% 수준이라며 사업의 전체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정부는 관계기관 협의와 공청회 등 법정 절차를 거쳐 기존 중앙행정기관 이전계획을 변경·고시할 예정이다.

윤 장관은 "중앙행정기관의 이전은 단순히 정부의 공간을 옮기는 데 그치는 일이 아니다"라며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국토를 균형 있게 활용하기 위한 국가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이전 대상 44개 기관 전체 명단
▲ 2027년 이전 대상 기관 (27곳)

법 개정이 필요한 부처 (2곳)법무부, 성평등가족부

위원회 및 중앙행정기관 (7곳)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원자력안전위원회, 재외동포청, 국가인권위원회, 국가교육위원회

자문기관 (13곳)국민경제자문회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가바이오혁신위원회, 국가건축정책위원회,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국가도서관위원회, 인구전략위원회,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부마민주항쟁진상규명위원회, 여수순천진상규명위원회

임시청사 활용 소속기관 (5곳)금융정보분석원,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이북5도, 국립국어원, 첨단재생의료및첨단바이오의약품심의위원회사무국

▲ 청사 신축 후 2031년까지 이전 대상 기관 (17곳)

형사사법기관 (5곳)감사원,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 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 개정 필요 외교·안보 부처 (3곳)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청사 신충 및 부처 연계 이전 소속기관 (9곳)국립국제교육원, 국사편찬위원회, 국토지리정보원, 국가경찰위원회, 국립외교원, 북한인권기록센터, 국방홍보원, 국방전산정보원, 감사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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