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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북한에 군사분계선(MDL)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제안이다. 남북 군통신선이 모두 끊긴 상태여서 제안문은 '유엔군사령부-북한군' 채널을 거쳐 북측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김홍철 국방부 정책실장은 23일 오후 국방부 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제안 내용을 직접 발표했다. 김 실장은 "남북 간 지상군사분계선의 명확한 위치를 상호 확인하고, 군통신선 복원 및 접경지역 우발충돌 방지 방안을 협의할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개최할 것을 북측 당국에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제시한 회담 의제는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지상 군사분계선의 정확한 위치를 남북이 함께 확인하는 문제다. 둘째는 끊어진 군통신선을 복원하는 방안이다. 셋째는 접경지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대책이다.
세 의제는 서로 맞물려 있다. 군사분계선 인식이 어긋나면 월선 논란이 생기고, 월선 논란이 생겼을 때 상황을 바로잡을 통신선이 없으면 충돌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재 남북 간 군통신선은 모두 단절된 상태다.
국방부가 이 시점에 회담을 꺼낸 배경에는 군사분계선 일대 북한군의 움직임이 있다. 김 실장은 "최근 수년간 북한군의 군사분계선 일대 전술도로와 철책선 설치, 지뢰 매설과 그 과정에서 군사분계선 침범 상황을 예의주시해 왔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이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도로를 내고 철책을 세우고 지뢰를 묻는 과정에서 선을 넘는 일이 반복됐다는 것이 국방부의 판단이다. 군 당국은 군사분계선 표식이 유실된 곳이 많아 북한군의 침범이 잦고, 이것이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봐 왔다. 지난해 11월 제안 당시에도 같은 이유를 들어 기준선 설정 논의를 요청했다.

이번 제안은 지난해 11월 17일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국방부는 남북 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군사당국회담을 열고 MDL 기준선 설정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북한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 실장은 이 점을 브리핑에서 직접 언급했다. 그는 "작년 11월에는 쌍방 간 군사분계선 위치에 대한 인식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호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대응은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흘렀다. 우리 군이 북한군의 MDL 침범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자, 북한은 우리 군의 월선 대응을 도발로 규정하고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예고했다.
해당 회담 제의는 북한의 확성기 방송 재개 예고로 접경지역 긴장이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군사적 충돌을 사전에 막으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북한이 실제로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면 우리 군도 대북 방송을 다시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양측이 확성기로 맞서는 구도가 되면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김 실장은 상황이 방치될 경우의 위험을 이렇게 짚었다. 그는 "남북 간 군사분계선에서의 군사적 대치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상황이 계속해 방치된다면 또 다른 어떤 상황이 생길지 예단하기 어렵다"며 "예상되는 피해는 어느 한편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군통신선이 모두 끊겨 있어 국방부는 유엔사 채널을 택했다. 제안은 '유엔군사령부-북한군' 채널을 통해 북측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오늘 공식 담화 발표를 하기 전에, 유엔사 측에 사전에 군사당국회담 제안 계획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유엔사가 이 같은 정부 입장을 북측에 전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이 제안을 받았는지, 언제 받았는지도 현재로서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번에도 회담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을 크게 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선 정부가 제안한 배경을 이렇게 분석했다. 홍 위원은 "북한이 확전을 바라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정부 입장에서는 상황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군사회담을 제안해 상대(북한)에게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북한의 수용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근거는 유엔사 채널이 갖는 정치적 의미다. 홍 위원은 "김여정이 최근 7~8차례 담화를 내면서도 유엔사와 정전협정 체제를 언급하지 않았다"며 "이를 건드리는 순간 유엔사가 관할하는 정전협정 체제를 환기시키고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북측에서) 이에 대한 대응이 나올 순 있지만 회담에 응하는 그림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분석에 따르면 북한이 회담 제안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제안이 전달되는 경로가 문제가 되는 구조다. 유엔사 채널로 들어온 제안에 답하면 정전협정 체제를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북한이 최근 담화에서 유엔사와 정전협정을 언급하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로 해석된다. 응답이 없더라도 북한 측의 대응 발언이 나올 가능성은 열려 있다.
군사분계선은 정전협정에 따라 설정된 선이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표식이 유실된 구간이 많아 남북이 선의 위치를 서로 다르게 인식할 여지가 있다. 국방부가 "쌍방 간 군사분계선 위치에 대한 인식 차이를 해소"하겠다고 밝힌 대목이 이 지점이다.
선의 위치에 대한 인식이 같으면 어느 쪽이 선을 넘었는지를 두고 벌이는 공방이 줄어든다. 반대로 인식이 다르면 같은 행동을 두고 한쪽은 정당한 대응, 다른 쪽은 도발로 규정하는 일이 되풀이된다. 지난해 우리 군의 월선 대응을 북한이 도발로 규정한 사례가 그 예다.
북한이 이번에도 응하지 않으면 군통신선은 끊긴 채로 남고, 군사분계선 위치에 대한 남북 간 합의된 기준도 생기지 않는다. 확성기 방송 재개 여부가 접경지역 긴장의 가늠자가 된다. 북한이 예고대로 방송을 재개하고 우리 군이 대북 방송으로 맞서면, 해당 지역의 대치는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될 수 있다.
국방부는 다음 단계로 북측 반응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홍 위원의 분석대로라면 북한은 회담에 응하지 않더라도 담화 등을 통해 입장을 낼 가능성이 있다. 그 내용에 확성기 방송과 월선 문제에 대한 언급이 어떻게 담기는지가 접경지역 정세를 가르는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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