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카메라에 잡힐 만큼 내려온 북한군 자주포…접경지 '긴장 고조'

북한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화력 강화를 예고한 가운데 서부전선 접경지역에서 북한군 자주포가 한국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북한군이 통상 은폐·엄폐하는 포병 전력을 외부에서 관측할 수 있는 곳에 배치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접경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남·대북 확성기 심리전 재개를 둘러싼 남북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해안가 접경지역에서 북한 군인들이 자주포 훈련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기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서 촬영한 사진에 황해도 개풍군 해안가 접경지역에 배치된 북한군 자주포가 담겼다. 해당 장비는 122㎜ 자주포로 추정된다.

사진 속 자주포 장갑에는 '조선인민의 철천지 원쑤인 미제 침략자들을 소멸하라!'라는 북한군 선전 문구가 적혀 있었다. 주변에서는 북한군 여러 명이 빨간 깃발을 올렸다 내리며 훈련하는 것으로 보이는 모습도 확인됐다.

애기봉 전망대서 포착된 북한군 122㎜ 자주포…이례적 전방 배치

경기 김포시에 위치한 애기봉 전망대는 북한 땅과 약 1.5㎞ 떨어져 있다. 높은 지대에 자리하고 있어 북한군이 접경지역에서 진행하는 활동을 맨눈으로도 관찰할 수 있는 장소다.

그동안 이곳에서는 북한군이 이른바 '국경선 요새화' 작업을 진행하거나 전술도로와 철책을 건설하는 모습이 종종 확인됐다. 그러나 자주포가 관측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의 122㎜ 자주포는 최전방에 대량으로 배치된 주요 포병 전력 가운데 하나다. 사거리는 약 15~24㎞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포병 전력은 적의 관측이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산 뒤편 등 지형지물을 활용해 장비를 숨기거나 보호한다. 외부에서 쉽게 식별되지 않도록 은폐·엄폐하는 것이 통상적인 운용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군 자주포가 한국 언론의 망원 카메라에 포착될 정도로 가까운 접경지역에 배치된 상황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한군이 자주포를 의도적으로 노출해 무력시위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북한군이 자주포를 철책선 앞에 보란 듯이 배치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며 "접경지역 내 긴장감을 높이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이어 "김여정의 '전술적 무력수단 배치' 예고에 따라 최전방 포병부대가 자주포를 전진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외 다른 전력의 추가 배치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여정 '전술적 타격수단 증강배치' 예고…우리 군도 대비 태세 강화

대남·대북 확성기 심리전 재개를 둘러싼 남북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25일 경기 김포시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해안가 접경지역에서 북한군 자주포들이 남측을 향해 있다 / 연합뉴스

북한군 자주포가 접경지역에서 포착된 것은 최근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의 전력 증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상황과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앞서 김여정 노동당 부장은 지난 19일 담화를 통해 북한 군 지휘부가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당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전술적 타격수단들을 전 남부국경선 부근에 증강배치하는 문제와 대한국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한이 전술적 타격수단의 추가 배치 가능성을 예고한 가운데 실제 접경지역에서 자주포가 확인되면서 이번 배치의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 군 역시 북한군의 전방지역 움직임을 주시하며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주일석 해병대사령관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해병대사령부 대상 국정감사에 출석해 "서북도서 전방의 북한 4군단 지역에도 여러 변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따라 정보·감시·정찰(ISR) 장비를 보강하고 있고 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군의 접경지역 활동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올해 강화군 전방에서 북한군에 의한 폭음을 약 900회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북한이 진행 중인 국경선 요새화 작업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군이 전술도로와 철책을 건설하는 등 접경지역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자주포까지 한국 언론의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특히 북한의 전술적 타격수단 증강배치 검토 발언 이후 이 같은 장면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북한군의 자주포 배치가 실제 무력시위를 목적으로 이뤄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신종우 사무총장이 다른 전력의 추가 배치 가능성을 언급한 가운데, 서부전선 접경지역에서 북한군의 움직임에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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