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가 오세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말이..."

친이재명계(친명계)로 분류되는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추미애 경기도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경기도가 최중증 장애인 공공일자리 예산을 없애려 한다며 추 지사를 오세훈 서울시장에 빗댔다. 같은 당 지도부가 자당 광역단체장을 오 시장과 나란히 놓고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추미애 경기지사 / 뉴스1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서 최고위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경기도는 내년 예산에서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 사업 항목을 삭제해 사실상 폐지를 예고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업이 폐지되면 최중증 장애인 880명이 하루아침에 해고되는데 이는 오 시장이 해고했던 400명보다 2배 이상"이라고 지적했다.

서 최고위원은 "언제나 사람을 중심에 두고 국민과 함께했던 우리 민주당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루아침에 중증장애인 노동자 400명을 해고해 버린 오 시장과 추 지사가 똑 닮았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는 비난을 민주당으로서 감당하기엔 너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재정이 빠듯하다는 이유로 우리 민주당이 오랜 시간 지켜온 신념을 외면하고 사회적 연대와 책임마저 저버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추 지사에게 간곡히 요청드린다. 최중증 장애인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돈으로 보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뉴스1

오 시장은 2024년 서울형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사업을 폐지했다. 이 결정으로 최중증 장애인 400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민주당은 당시 오 시장을 거세게 비판했다. 같은 비판이 이번에는 민주당 소속 도지사를 향한 셈이다.

경기도의 이 사업은 국비 지원 없이 도 자체 예산으로 운영된다. 올해 예산은 127억원이다. 최중증 장애인 노동자 880명과 전담인력 80명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자들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알리고 이행 상황을 감시하는 권익옹호 활동을 한다. 장애인 인식개선, 문화예술 활동 등도 맡는다.

이번 논란은 경기도의 내년도 예산 편성 기초안에 사업 항목이 빠졌다는 주장에서 시작됐다.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3일 경기도청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단체는 이날부터 도청 앞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한 다운증후군 캐리커처 작가 서은혜씨도 최근 유튜브 영상에서 동료 작가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며 눈물을 보였다.

추 지사는 서 최고위원의 발언이 나온 전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그는 내년도 예산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장애인 관련 예산은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 가용재원이 올해보다 2조원가량 줄어든다며 재정 위기를 거듭 강조했다. 글에는 해당 사업의 이름이나 예산 반영 여부는 담기지 않았다. 경기도 대변인실은 앞서 지난 24일 내년도 편성안이 확정되지 않은 기초안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다음 달 본예산안을 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예산은 오는 12월 도의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서 최고위원은 시각장애인이자 여성·장애인 인권운동가 출신이다. 목포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과 전남여성장애인연대 상임대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냈다. 제22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들어왔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돼 지도부에 입성했다.

친명계인 서 최고위원이 추 지사를 직격하면서 추 지사와 이 대통령 사이의 갈등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추 지사는 지난 7월 취임 직후인 8월 5일 '재정 비상상황'을 선언하고 경기도 재정을 "사실상의 부도 상태"라고 규정했다. 전임 도정의 재정 운용을 문제 삼은 이 선언은 이 대통령의 경기지사 시절을 겨냥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이를 고리로 이 대통령의 경기도정 책임론을 폈다.

추 지사는 이 대통령이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지명하자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을 돌릴 수 있는 자를 왜 개혁의 사명을 띠고 출범하는 배의 선장으로 중용하는가"라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김 후보자를 둘러싼 비판을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X(옛 트위터)에 "서민들의 혈세로 온갖 호사는 다 누리면서 힘없는 서민들에게는 더 가혹하다"는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은 대상을 특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경기도의 복지 예산 삭감과 12억2000만원 규모 전세 관사 논란을 빚은 추 지사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추 지사는 최근 경기도 국감에서 소방 예산을 두고 "재정 빨대"라는 표현을 써 논란을 빚었다. 비판이 커지자 결국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 국가 차원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추 지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앞서 국감에서는 민주당 의원들도 경기도의 감액 추경을 두고 "이재명 정부·민주당 철학과 반대된다"며 추 지사를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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