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무원들 폭발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는데 왜 군인보다 우리가...'

육군 일부 부대가 성과상여금 등급을 매기면서 좋은 등급은 군인에게 몰아주고 낮은 등급은 군무원에게 떠넘긴 정황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군무원 한 명이 덜 받은 성과금은 최대 300만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군무원은 군인과 함께 근무하며 행정, 기술, 군수지원, 연구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특정직 국가공무원이다.

국방부 / 연합뉴스

KBS가 전국군무원연대를 통해 육군 자료를 확보해 27일 단독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육군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예하 한 직할부대는 올해 성과금을 지급하면서 군인 고성과자 비율을 전년보다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이 부대에서 낮은 등급을 받은 군무원은 2.5배로 늘었다.

이 문제를 이해하려면 성과금이 어떤 방식으로 나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부대들은 구성원의 1년 성과를 3~5개 등급으로 나눈다. 5등급 체계에서는 S·A·B·C·D 등급을 매긴다. S와 A는 고성과자, B는 중성과자, C와 D는 저성과자다. 비율은 대체로 고성과자 20%, 중성과자 60%, 저성과자 20%로 맞춘다.

핵심은 고성과자와 저성과자 비율이 항상 같아야 한다는 점이다. 고성과자를 25%로 늘리려면 저성과자도 25%로 늘려야 한다. 부대에 배정된 성과금 총액이 정해져 있어서 누군가 더 받으면 다른 누군가는 덜 받을 수밖에 없다. 이른바 '제로섬 게임'이다.

여기에 군인과 군무원을 한데 묶어 평가하는 '통합평가'가 끼어들면 문제가 생긴다. 군인 한 명을 고성과자로 올리면 그만큼 저성과자 한 명이 새로 나와야 한다. 그 자리를 군무원이 채우는 구조다. 고성과자였던 군무원은 중성과자로, 중성과자였던 다른 군무원은 저성과자로 밀려난다. 고성과자에서 곧바로 저성과자로 떨어지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어느 쪽이든 군무원은 최대 300만원가량 손해를 본다. 그 돈은 고스란히 군인 몫으로 넘어간다.

지작사 예하 부대의 등급 분포를 보면 이런 쏠림이 뚜렷하다. 이 부대는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3월 성과금을 지급했다. 부대원은 100명이 넘는다. 군인과 군무원 비율은 5대1 정도다. 군인은 고성과자 26.2%, 중성과자 51.1%, 저성과자 22.7%로 나타났다. 군인 고성과자 비율은 전년 22.8%에서 3.4%포인트 올랐다. 군무원은 고성과자 12%, 중성과자 52%, 저성과자 36%였다. 낮은 등급을 받은 군무원이 높은 등급을 받은 군무원의 3배에 이른 셈이다. 평가를 맡은 부대 지휘관은 군인이다.

이 부대 소속 한 군무원은 KBS에 "성과금 지급 전인 지난 2월 개인별 등급을 안내받으며 군무원 다수가 C등급 이하를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군무원들은 부대 인사과에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비슷한 일은 육군 5군단 소속 400명 이하 규모 부대에서도 벌어졌다. 이 부대 역시 군인과 군무원을 통합평가한다. 군인은 고성과자 22.7%, 중성과자 56.1%, 저성과자 21.2%였다. 숫자만 보면 지작사 예하 부대보다 균형이 잡힌 듯하다.

군무원 쪽 분포는 사정이 다르다. 군무원은 고성과자 19%, 중성과자 38%, 저성과자 43%였다. 중성과자가 60% 안팎이어야 하는 기준과 달리 저성과자가 중성과자보다 많은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군인 고성과자가 저성과자보다 1.5%포인트 많아진 대신 중간 등급을 받아야 할 군무원 상당수가 저성과자로 내려앉았다.

육군은 통합평가가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육군은 "평가대상자가 소수인 경우 직종·계급·직급을 통합해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군무원끼리만 평가하면 업무 성과와 무관하게 중간 등급을 받거나 우수한 업무 성과에도 부득이 낮은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최근 3년 치 육군 자료를 보면 이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KBS는 전했다. 같은 부대인데도 해마다 통합평가를 했다가 별도평가로 바꾸고 다시 통합평가로 되돌린 사례가 여럿 확인됐다. 군무원 수가 적어서 어쩔 수 없이 통합평가를 했다는 설명과 맞지 않는 대목이다.

군무원들은 평가 구조 자체가 군인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군인과 군무원은 입직 경로도, 계급과 직급도, 맡은 업무도 다르다. 전국군무원연대 관계자는 "평가자가 군인인데 부하 군인과 군무원을 섞어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군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군무원은 "성과등급 판단 기준이 되는 교육이수·보안평가·체력검정 등은 정량적으로 점수가 매겨지고, 그 격차도 크지 않다. 결국, 지휘관이 부대원별로 매기는 재량 점수에서 결정적으로 등급이 갈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부처는 하는 일이 다른 직군을 따로 평가한다. 경찰청은 경찰관과 경찰행정을 맡는 일반직공무원을 별도로 평가한다. 교육부도 교사와 교육행정직을 나눠 평가한다. 교원과 교육행정직의 성과금 지침을 아예 따로 둔 광역자치단체도 있다.

구조적 차별이 아니냐는 지적에 육군은 통합평가 부대 중에서도 군무원 등급이 고르게 분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육군은 "일부 부대는 해에 따라 군무원 상위등급 비율이 군인보다 높은 사례도 있다"며 "평가 과정에서 직종 간 형평성이 보장될 수 있도록 현장 의견을 수렴하고, 부대별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속해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차별 정황이 드러난 개별 부대에 관한 질문에는 따로 답하지 않았다.

군무원들은 지금까지 확인된 자료를 근거로 청와대와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 민원과 진정을 낼 계획이다. 육·해·공군에서 군인과 군무원을 통합평가하는 부대가 몇 곳인지, 그 결과 성과금을 차별 지급한 부대가 어디인지 전수조사해 달라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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