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이 거울 보고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송영길 청와대 평화외교특보와 김병주 국방정책특보에게 언행에 주의하라고 당부한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정작 말로 국정을 망치는 것은 대통령"이라고 비판했다.

양 최고위원은 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너무 거친 발언을 일삼는 송 특보와 김병주 특보에게 주의를 줬다고 한다"며 "최근 그 둘이 논쟁을 벌인 상대국에 대통령이 '내 뜻 아니다'라며 양해를 구했다고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두 가지 점에서 참으로 한심하다"며 "그 두 사람이 그럴 줄 임명할 때는 몰랐다는 말이냐"고 했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 / 뉴스1

그는 "송 특보와 김병주 특보 모두 원래 아웃 오브 컨트롤 아니냐"며 "자기 정치하느라 감정 통제, 메시지 통제가 안 되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 놓은 것부터 잘못"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극단적 지지층에 어필하는 극단적 정치인을 청와대 참모로 임명했을 때 모두가 예상했던 부작용"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최길수 특별감찰관에게 임명장을 주고 김경수 정무특보와 송 특보, 김병주 특보 등에게 위촉장을 줬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특보들의 말과 행동이 정부의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으로 전한 내용이다.

두 특보는 앞서 잇따라 거친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김병주 특보는 SNS에서 대남 확성기 가동을 예고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을 향해 "뻔뻔하고 낯 두꺼운 적반하장"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장은 "청와대 국방정책 특별보좌관이라는 자는 횡설수설 말고 입을 당장 닥쳐야 한다"고 맞받았다. 송 특보는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정보 역량을 두고 "미국이 전지전능한 것이 아니다. 바보 같은 실수를 얼마나 많이 저질렀나"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양 최고위원은 "야당과 언론은 물론 청와대와 민주당 일부에서도 개인 SNS 그만 좀 하라고 해도 매일 밤 휴대폰을 붙잡고 언론과 다투고 야당에 시비 거는 대통령이 대체 누구에게 말조심하라고 야단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어 "최근 2~3일 동안 언론에 가장 많이 등장한 뉴스가 대통령이 SNS에서 야당에 뱉은 신경질적인 발언이었다"며 “'돼지 눈에 돼지만 보인다', 그 말의 파장을 몰랐단 말이냐”고 했다.

양 최고위원이 거론한 발언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국민의힘이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잦은 해외 순방과 김혜경 여사 동행을 문제 삼자 이 대통령은 "수시로 링거주사 맞으며 코피 터지는 해외순방조차도 놀러 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적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 "본인을 비판하는 국민은 전부 돼지로 보이냐"고 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돼지의 눈으로 국정을 바라보고 있으니 돼지 같은 일들만 보일 것"이라고 썼다. 여당에서도 신중론이 나왔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SNS 소통을 할 때 한 번 더 생각하는 방식의 참모들 역할이 청와대에서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에 무학대사와 이성계의 선문답이라며 '돈안지유돈 불안지유불(豚眼只有豚 佛眼只有佛)'이라는 문구를 올리고 "껍데기만 좇는 눈에는 껍데기만 보일 뿐"이라고 재반박했다.

양 최고위원은 "이성과 팩트가 아닌 상대에 대한 비방과 막말 수준으로 직접 대응하는 대통령이 국정에 도움이 될 리 없다"며 "협치의 언어도, 이성의 언어도, 대통령의 언어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더 큰 문제는 대통령의 이런 비상식적인 메시지 패턴과 양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과연 누가 대통령의 그 입을, 그 손가락을 말릴 수 있단 말이냐"며 "그렇게 해 놓고 시끄러운 참모들에게는 좀 닥치라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만 말할 거야, 너희들은 조용히 있어'라고 우기는 아이도 아니고, '옆으로 좀 걷지 마'라고 자식을 훈육하는 어미 개도 아니고 유체 이탈, 아웃 오브 컨트롤 대통령 보기가 참 민망하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X에 '호남에서 콩이면 영남에서도 콩이어야'라는 제목으로 다문화 정책 관련 글을 올리며 "열심히 토론하자. 단 팩트와 이성에 기반해서"라고 적었다. 양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부끄럽고 찜찜했던지 대통령은 어제 언론과 야당에 대한 훈계조로 이런 말을 SNS에 올렸다"며 "이 대통령이 거울 보고 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고 했다.

양 최고위원은 이날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820조9000억원 슈퍼 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쓸 건지 설명하고 야당에게 최고 수준의 협치를 요구하는 자리”라며 "이런 중대사를 앞두고 야당에게 '돼지 눈엔 돼지'를 운운하며 시답잖은 시비를 거는 것이 과연 국정을 위한 일이겠느냐"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어떤 예산안을 내놓을지보다 혹여 야당에게 막말을 내뱉진 않을지 더 걱정되는 오늘"이라고 했다. 같은 회의에서 장 대표도 "만약 이번에도 또다시 자화자찬만 늘어놓고 국민을 돼지 취급하면 시정연설이 정권 종말 선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올해보다 12.8% 늘어난 820조9000억원 규모의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소수의 성장'이 아니라 '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며 "국가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여와 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피켓을 내걸고 연설 도중 "왜 신규 국채를 발행하나", "재판 재개하라" 등을 외쳤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잠시 멈추고 할 말이 있으면 하라며 따로 의견을 달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연설이 끝나자 곧바로 본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은 민생 회복의 청사진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판돈으로 내건 무책임한 재정 도박 선언"이라며 "천문학적인 빚 폭탄을 다음 세대에 떠넘기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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