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한국 청소년들을 당황하게 만들 법한 이 대통령의 한마디

정부가 내년 상반기 중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기로 하면서 규제의 범위와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신중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뉴스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특정 나이를 기준으로 SNS 이용을 일괄 금지하면 청소년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규제의 근거가 되는 ‘SNS의 폐해'가 무엇인지 정확히 규정하고 인과관계부터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인과관계가 완전히 밝혀질 때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규제 논의에 불을 붙인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 "청소년 SNS 이용에 따른 폐해가 예상보다 훨씬 크다"며 "논의를 조금 더 세밀하고 신속하게 진행해 달라"고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에게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관련 여론조사에서 국민 약 80%가 청소년 SNS 규제에 공감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게임 셧다운제를 섣불리 도입했다가 실패했던 경험이 있어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단계별 대응책을 섬세하게 만들 것"이라고 답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지난 7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청소년 SNS 규제 추진 계획을 처음 공식화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정보통신망법을 개정해 사업자의 연령 인증 의무를 강화하고 청소년 보호 규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검토되는 방안은 연령별 차등 규제다. 만 14세 미만은 SNS 가입을 제한하고 플랫폼에 이용자 연령 확인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부모가 동의하면 예외적으로 가입을 허용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 청소년의 계정에는 맞춤형 추천과 무한 스크롤 같은 기능을 기본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방안이 검토된다. 보호자 동의 없이는 추천 알고리즘이나 영상 자동재생 기능을 청소년에게 제공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부모가 자녀의 SNS 이용 현황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플랫폼에 의무화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이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 중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을 제한하는 방안을 내놓기로 하면서 규제의 범위와 방식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다만 어떤 기능을 어느 수준까지 제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지금은 구체적인 규제 내용을 논의하는 단계다. 청소년의 SNS 가입이 당장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국회에는 청소년 SNS 이용 제한과 관련된 법률 개정안 9건이 계류돼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내년 상반기까지 정부안을 마련한 뒤 국회와 협의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계류 중인 법안과 정부안을 어떻게 조율할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책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청소년특별위원회 등 관련 기구와 중·고등학생 간담회를 통해 의견을 모아왔다. 김 위원장은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조치가 이뤄지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규제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가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5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0~19세 청소년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43.0%로 전년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청소년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인 셈이다. 같은 조사에서 20~59세 성인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2.3%였다. 청소년의 비율이 성인의 2배에 가깝다. 만 3~9세 유아동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도 26.0%에 달했다. 전체 스마트폰 이용자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2.7%로 전년보다 0.2%포인트 낮아졌다. 전체 비율은 줄었는데 청소년만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청소년의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2023년 40.1%, 2024년 42.6%로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쇼트폼 콘텐츠 확산과 이용 플랫폼의 다양화 등 디지털 이용 환경의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청소년의 SNS 이용도 일상이 됐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5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SNS 이용률은 70.1%다. 이용자 가운데 48.8%는 매일 SNS에 접속한다. 학교급별 이용률은 초등학생 36.0%, 중학생 82.9%, 고등학생 92.7%로 나이가 많아질수록 높아졌다. 성평등가족부 조사에서 청소년의 쇼트폼 이용 경험률은 94.2%로 나타났다. 청소년 대부분이 짧은 영상을 끝없이 넘겨보는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가입 제한과 함께 맞춤형 추천과 무한 스크롤 같은 기능 규제를 검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규제 방식을 두고선 논란이 크다. 가장 논란이 큰 대목은 나이에 따른 일괄 접근 제한이다. 왜 하필 특정 나이가 기준이 돼야 하는지 과학적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SNS 이용 자체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의 영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SNS는 서로 소통하고 정보를 모으는 공간이다. 나이를 기준으로 접근을 막으면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가 제한된다.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위는 헌법상 일반적 행동의 자유와 행복추구권에도 속한다. 연령 일괄 규제는 이런 기본권까지 함께 제한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검토 중인 ‘14세 미만' 기준도 별도의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장기 추적 연구 등을 통해 특정 통계가 두드러지는 연령대가 있다. 각국은 그 범위 안에서 조금씩 다른 기준을 정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 각국이 정한 기준도 13세에서 16세까지 제각각이다. 같은 청소년이라도 나이에 따라 SNS 이용 양상은 크게 다르다. 국내 청소년의 SNS 이용률은 초등학생 36.0%, 고등학생 92.7%로 2배 넘게 차이가 난다.

정치권이 말하는 ‘SNS의 폐해'가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여러 연구는 SNS가 타인과의 비교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환경 탓에 무책임한 발언이나 혐오 표현이 쉽게 나온다는 연구도 있다. 그러나 SNS와 청소년 정신건강 사이의 인과관계를 깊이 있게 밝힌 국내 연구는 거의 없다. 충분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책 목표를 세워야 규제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게 학계 일각의 시각이다.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높다는 통계만으로는 SNS가 어떤 피해를 얼마나 낳는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사례는 게임 셧다운제다. 게임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시간 온라인 게임 이용을 막는 제도였다. 2011년 도입됐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부모 계정을 이용하는 방식 등으로 심야에도 게임에 접속했다. 실제로 청소년의 수면 시간을 늘리는 효과도 크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 서버를 쓰는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에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아 국내 게임업계만 역차별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결국 셧다운제는 2022년 폐지됐다. 이후 청소년 게임 이용 제한은 부모나 청소년 본인이 요청할 때 이용 시간을 정하는 '게임시간 선택제'로 일원화됐다. 국가가 일괄적으로 차단하던 방식에서 보호자의 선택에 맡기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SNS 연령 규제도 같은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청소년들이 부모 명의를 빌리거나 나이를 속여 가입하면 규제는 쉽게 무력화된다. 대부분의 글로벌 SNS가 해외 사업자라는 점도 집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현행 제도에도 연령 확인 장치는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처리할 때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가 가입할 때 생년월일을 속여 입력하면 이를 걸러내기 어렵다. 정부가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사업자의 연령 인증 의무를 강화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정보 문제도 걸림돌이다. 나이 제한을 실효성 있게 운영하려면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을 포함한 모든 이용자의 나이를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이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게 될 수 있다. 연령을 확인하는 방식에는 휴대전화 본인인증, 신분증 확인, 얼굴 사진으로 나이를 추정하는 기술 등이 있다. 어느 방식이든 이용자의 민감한 정보가 플랫폼에 넘어간다. 신분증이나 얼굴 사진을 제출하게 하는 방식은 개인정보 유출 위험도 키운다.

해외에서는 청소년 SNS 규제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외신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 세계 20개국 이상이 청소년 SNS 규제와 관련된 법안을 처리했다. 그러나 앞서 규제를 도입한 나라들도 실효성과 위헌 논란을 겪고 있다.

호주는 2025년 12월 세계 처음으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계정 보유를 금지했다. 미성년자의 이용을 막기 위해 합리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플랫폼에는 최대 4950만 호주달러의 벌금을 물린다. 시행 한 달여 만에 약 470만개의 16세 미만 계정이 삭제되거나 차단됐다. 하지만 법 시행 3개월이 지난 뒤에도 호주 12~15세 청소년의 80% 이상이 여전히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응답자의 약 3분의 2는 나이를 속여 입력하거나 화장으로 나이 들어 보이게 찍은 사진을 제출해 인증을 통과했다고 답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여전히 너무 많은 어린이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들을 비판했다. 호주 정부는 반복적인 위반에 대한 최대 과징금을 9900만 호주달러로 2배 올리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5세 미만의 SNS 계정 개설을 막는 법이 지난 8월 헌법위원회의 위헌 결정으로 제동이 걸렸다. 헌법위원회는 이 법이 표현과 소통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미성년자에게 위험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서비스까지 한꺼번에 막을 수 있다는 점, 부모가 자녀의 이용을 허락할 길을 없앴다는 점이 위헌 사유로 꼽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헌법위원회 결정을 반영한 새 법안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총리에게 지시했다. 이 밖에 영국은 내년 초 16세 미만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그리스는 15세 미만, 오스트리아는 14세 미만을 규제 대상으로 삼는 등 나라마다 연령 기준도 제각각이다.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미뤄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크다. 정책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이들은 SNS와 정신건강의 인과관계를 밝히려면 다른 변수를 통제한 채 특정 집단을 오랫동안 추적하는 종단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런 연구는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미 SNS와 청소년 정신건강 사이의 크고 작은 상관관계를 밝힌 연구가 상당히 쌓였다. 새로운 연구 결과만 기다리며 아무 조치도 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무책임하다는 주장이다.

기본권 침해 논란에도 반론이 있다. 사회는 청소년의 자기 결정권이 성인보다 부족하다고 보고 성, 음주, 결혼 등에 관한 자유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다. SNS 규제도 보호받을 권리와 자유로울 권리 사이에서 저울질해야 할 문제다. 규제가 일방적으로 청소년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논리다.

전문가들은 규제가 연착륙하려면 정부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나이에 따른 서비스 제한이 당장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면 플랫폼이 다른 방식으로라도 협조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과몰입과 장시간 이용을 유도하는 추천 알고리즘을 청소년에게는 제공하지 않는 방식 등이다. 무한 스크롤이나 자동 재생처럼 이용 시간을 늘리도록 설계된 기능을 청소년 계정에서 끄게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부가 19세 미만 계정에 맞춤형 추천과 무한 스크롤을 기본 제공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부모의 역할을 어디까지 인정할지도 제도 설계의 쟁점이다. 정부는 만 14세 미만이라도 부모가 동의하면 가입을 허용하는 예외를 검토하고 있다. 부모가 자녀의 SNS 이용을 관리하는 기능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일률적인 금지보다 가정의 판단 여지를 남겨야 기본권 침해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규제의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논의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연구자들은 청소년이 SNS를 어떻게 쓰고 무엇을 위험하다고 느끼는지부터 들어야 실효성 있는 규제를 만들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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