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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예산 복원을 둘러싼 경기도와 도의회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발언을 끌어와 국민의힘에 역공을 펼쳤다.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데 그치지 말고 지방재정난을 해결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으라며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 지사는 전날 경기도의회에서 열린 제395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대집행부 질문에서 내년도 본예산과 관련한 민생예산 복원 요구에 “민생이 절박함에 안쓰럽고 눈에 밟힘에도 예산으로 담을 수 없는 현실이 무척 고통스럽다”며 “민생을 복원하려면 묘책을 갖다 달라”고 주문했다.
이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일화도 언급했다. 추 지사는 “존경하지 않는 분이라 되도록 인용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운을 뗀 뒤 “햇볕정책을 펼친 김대중 전 대통령을 같은 진영에서 비난하자 전 전 대통령이 이들을 나무라면서 ‘비판만 하지 말고 달빛정책이라도 갖고 오시오’라고 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추 지사가 소환한 일화는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 전 대통령은 한광옥 새천년민주당 대표가 취임 인사차 방문한 자리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호평하며,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달빛정책이라도 내놓고 비판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빛정책은 햇볕정책에 빗댄 표현으로, 정책을 깎아내리려면 최소한 대안이라도 내놓으라는 뜻이다.
햇볕정책은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이 거센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볕이었다는 이솝 우화에서 이름을 따왔다. 압박과 제재보다 교류·협력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이었는데, 보수 진영은 물론 여권 내부에서도 '퍼주기'라는 혹평이 끊이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에서 발생한 9·11 테러까지 언급하며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에 합격점을 줬다. 미국이 대규모 테러를 당했는데도 북한이 미국의 공격 목표에서 벗어난 것은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덕분이라는 요지였다. 퇴임 후 정치 현안에 좀처럼 목소리를 내지 않던 그가 특정 정책을 평가했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적잖이 회자됐다.
추 지사는 이 일화를 민생예산 복원 공방에 그대로 겹쳤다. 국민의힘이 예산 삭감을 문제 삼기만 할 뿐, 정작 지방재정난을 풀 구체적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 전 대통령을 끌어온 것 자체가 계산된 수사라는 해석도 나온다. 보수 진영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입을 빌려 국민의힘을 겨냥함으로써, 비판의 화살을 상대 진영 내부로 되돌리는 효과를 노렸다는 것이다. '존경하지 않는 분'이라고 선을 그어 거리를 두면서도, 정작 그 발언만큼은 '대안 없는 비판'을 꾸짖는 근거로 활용해 공세의 명분과 수위를 동시에 챙겼다는 분석이다.
추 지사는 국민의힘의 ‘예산 난도질’ 공세에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4일 방성환 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이 자신을 겨냥해 ‘예산 난도질’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예산을 난도질하고 칼질하고 깎았다고 하는데 그게 아니고 저에게는 칼 살 돈도, 도마를 살 돈도 주어지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맞받았다.
이어 “그런데도 예산 복원을 하지 않아서 제가 도민을 기만한다는 것은 정치적 난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지방채 발행과 기금 활용 계획을 둘러싼 공방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국민의힘 도의원이 전날 “남이 하면 눈속임, 내가 하면 재정혁신인가”라고 지적하자 추 지사는 “지방채도 안 된다, 기금도 안 된다고 하려면 묘책을 가져다 달라”며 재정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소방공무원 인건비의 국가 부담을 요구하며 ‘정치적 화형’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서도 해명했다. 추 지사는 “제가 화형을 당하더라도 소방 인건비는 국가가 부담해달라고 한 것은 정치적으로 튀려고 한 게 아니라 세입에 대한 절규이고 고민”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2027년도 소방 인건비가 1조2000억원을 넘는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이 돈을 국가가 부담한다면 민생 바구니에 담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며 정치권의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달 마련한 내년도 본예산 조정안을 토대로 최종 예산안을 편성하기에 앞서 도의회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도의회는 경기도가 오는 11일 예산안을 제출하면 다음 달 17일까지 이어지는 정례회에서 이를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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