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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2년을 25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대국민 사과 문제를 놓고 계파별로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씨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지난달 23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를 계기로 보수 진영에선 대통합 논의가 화두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문제와 맞물린 '계엄 사과' 문제가 다시 부각되면 당내 갈등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논란은 원내지도부가 계엄 2년에 맞춰 대국민 사과를 검토한다는 보도에서 시작됐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다음 달 비상계엄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지난 3일 나왔다. 정 원내대표가 소속 의원 109명을 대표해 사과문을 발표할 것이라는 내용도 전해졌다.
원내지도부는 당 차원에서 결정된 사안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정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기자들에게 "계속 고민하고 있는 것"이라며 "언제는 고민 안 했느냐"고 말했다.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도 "고민해보겠다는 취지로 한 말 같다"고 설명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점도 불씨가 됐다. 당 핵심 관계자는 뉴데일리 인터뷰에서 비상계엄 사과를 두고 장 대표와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최고위원도 같은 매체 인터뷰에서 “사과를 매해 12월 3일마다 해야 하느냐. 당이 스스로 목을 죄고 있다"며 "최소한 당원의 결정으로 선출된 당대표와 사전 논의는 거쳐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냐"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여러 차례 계엄에 대해 사과한 바 있다. 지난해 원내대표 명의로 사과문을 냈다. 장 대표도 지난 1월 7일 기자회견에서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이었다. 우리 국민께 큰 혼란과 불편을 드렸고, 당원들께도 큰 상처가 됐다”며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이 점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지난해 3월 9일 의원총회에서 의원 전원 명의 결의문을 내고 "잘못된 12·3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큰 혼란과 실망을 드린 데 대해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한 마음으로 사과드린다"고 재차 고개를 숙였다.
장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의 기조는 이전보다 강경해졌다. 장 대표는 지난 6일 매일신문 유튜브 채널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 출연했다. 그는 계엄 사과 요구에 대해 "지금 계속 우리가 당내에서 제기하는 이슈들은 결국 우리 당, 우리 지지층만 분열시키고 결국 민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일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문제에 때만 되면 천착하는 분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의도적으로 지도부를 흔들고 당을 갈라치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중도 확장의 열쇠는 국민들이 지금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민생의 문제를 누가 더 잘 해결하느냐에 있다"며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것은 대여투쟁"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 장 대표는 당내 중진들도 겨냥했다. 앞서 윤상현 의원과 김태호 의원은 지난 5일 한동훈 무소속 의원의 복당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를 두고 장 대표는 "필리버스터를 시작한 날 아침에 중진들께서 갑자기 당내 문제, 이런 이슈를 꺼내는 것이 과연 대여투쟁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라고 반문했다. 그는 "당원들께서 지켜보시면 좀 많이 답답하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당권파 지도부 인사들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은 지난 4일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원내대표 사과 보도에 대해 "잘못된 보도다. 제가 확인하기로는 정점식 원내대표가 그런 결정을 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신 최고위원은 "작년에 송언석 (당시) 원내대표가 절절히 사과를 하셨다"며 "저는 매년 이렇게 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올해 하면 내년에 (다른) 원내대표가 또 해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정 원내대표가 안 하면 '계엄 사과 안 하는 원내대표'로 몰 것이고, 사과를 하면 '정점식은 했는데 장동혁은 왜 안 하느냐'고 나올 것 아니냐"고 언론 보도 흐름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5일 ‘뉴스1TV’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해마다 12월 3일이 되면 기념일 지키듯이 사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는 건 민주당과 좌파 진영의 프레임"이라며 "사과라는 건 당사자가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결자해지할 문제다. 사과를 하느냐 마느냐는 윤 전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한 편의 연설을 하는 것보다 무도한 민주당 정권의 폭정에 맞서 싸우는 게 훨씬 더 국민에게 충성하는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중도 확장을 꾀해 온 잠룡들과 비주류에서는 사과를 몇 번이고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추가 사과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국민의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국민의힘에 실망하신 점이 있다면 그 점에 대해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하고, 두 번이 됐든 다섯 번이 됐든 (사과를) 못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한 의원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만나지 못할 사람이 없고, 함께 힘을 합치지 못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박형수 의원도 지난 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물론 12월 3일 계엄에 대해서 저희들이 잘못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또 그걸 사과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또 국민이 원하신다면 저는 사과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3일에도 사과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할 수 있다"며 "그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넘어갈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답했다.
개혁 성향 의원들은 장 대표를 직접 겨냥했다. 당내 비주류 모임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지난 6일 MBC 인터뷰에서 "장동혁 대표가 계엄 사과를 요구하는 부분에 대해 '분열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한 점에 있어서 시대정신에 맞는 지도자이냐는 의문이 있다"고 꼬집었다.
초선 김용태 의원도 MBC에 출연했다. 그는 "당 대표가 저렇게 말씀하시면 자칫 국민들이 국민의힘을 향해 '사과하기 싫은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2·3 불법 계엄에 대해서는 언제나 국민께 사과하는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내 비당권파 관계자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사과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미 했는데 왜 또 하느냐는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 당이 깔끔하게 사과한 적이 없다. 그리고 피해자가 있는 이상 필요하면 몇 번이고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당내 의견이 이처럼 엇갈리면서 정점식 원내대표에게 시선이 쏠린다. 지난해처럼 원내대표 차원에서 사과문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모든 것을 원점에 두고 당내 의견을 수렴해 사과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이 여론조사로 민심과 당심을 확인하는 방안과 의원총회를 열어 의원들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수렴하는 방안 등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은 장 대표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지난 7일 서면브리핑에서 "비상계엄은 국민의 일상을 송두리째 위협한 헌정 위기였다"며 "잘못을 사과하지 못하는 지도부는 개혁을 이끌 수 없다"고 밝혔다. 신 대변인은 "장 대표는 아직도 '윤 어게인' 세력과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눈치를 보고 있느냐"며 "지도부 흔들기라는 변명 뒤에 숨지 말고 12·3 비상계엄에 대해 국민 앞에 분명히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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