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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이 영화의 역사적 해석에서 극장 굿즈 디자인으로까지 번진 가운데 메가박스가 해당 오리지널 티켓을 전량 폐기하고 향후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다룬 굿즈 제작 과정에서 검증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메가박스가 배포한 ‘암살자(들)’ 오리지널 티켓은 영화 개봉일인 지난 9월 23일부터 관람객에게 선착순으로 제공됐다. 메가박스의 오리지널 티켓은 영화 관람객에게 별도의 비용 없이 제공되는 굿즈로, 제작 과정에서 배급사 및 제작사와 협의를 거쳐 만들어진다.

이번 굿즈는 흰색 형태의 티켓 본체와 투명 재질의 판으로 구성됐다. 투명판에는 총탄 자국을 표현한 디자인이 들어갔고, 이를 티켓 본체와 겹치면 19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 당시의 기념식장 장면에 총탄 자국이 포개지는 형태로 제작됐다. 보도된 티켓 이미지를 보면 총탄 자국이 연단과 태극기, 인물 등이 있는 위치에 겹쳐지는 방식이다.
이 디자인을 두고 영화 속 피격 사건을 굿즈로 재현한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이 제기됐다. 개혁신당 이기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일 해당 티켓 사진을 공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총탄 자국이 표시된 투명판을 겹쳐 관객이 피격 장면을 완성하는 듯한 방식으로 제작됐다는 취지의 비판이었다. 이후 정치권과 온라인에서 굿즈 디자인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논란이 커지자 메가박스는 4일 입장문을 내고 제작 경위를 설명했다.
메가박스는 오리지널 티켓이 관람 고객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 굿즈이며, 모든 제작 과정은 배급·제작사와 협의를 통해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암살자(들)’ 티켓의 경우 일정이 촉박해 담당자들이 영화를 미리 보지 못한 상태에서 배급·제작사로부터 제공받은 한정된 이미지만을 활용해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메가박스는 영화 속 장면과 포스터 이미지를 활용해 작품의 성격과 내용을 부각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역사적 비극과 참혹한 사건이 가진 엄중함과 무게를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사건 당시 아픔을 겪은 사람들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했다.
메가박스는 해당 오리지널 티켓이 개봉 당일 대부분 소진됐다고 밝혔다. 남은 수량은 고객에게 추가로 증정하지 않고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오리지널 티켓을 제작할 때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과 관련된 사회적·윤리적 영향을 철저하게 검증할 수 있도록 내부 제작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굿즈 논란은 영화 자체를 둘러싼 논쟁과는 쟁점이 다르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당시 재일교포 2세 문세광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총을 발사했고, 이 과정에서 육영수 여사가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영화는 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당시 사건을 둘러싼 의문과 여러 가능성을 추적하는 내용으로 만들어졌다.
영화 자체의 논란은 사건의 배후를 둘러싼 영화적 설정에서 시작됐다. 작품에는 당시 사건이 단순히 문세광의 단독 범행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박정희 대통령 측이나 중앙정보부가 사건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추론하는 장면이 포함됐다. 이를 두고 일부 정치권과 관련 단체에서는 실제 역사적 사건을 왜곡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등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왜곡이라고 주장하며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영화 제작진은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 아니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영화가 1974년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모티브로 당시 사건과 관련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해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제작진은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영화 속 가설이나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사적 사건과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만큼 다양한 해석과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하면서, 작품을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영화로 보는 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영화가 실제 사건을 소재로 어떤 허구적 설정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과, 실제 비극을 굿즈 디자인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둘러싼 논쟁이 동시에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은 메가박스 측 입장문 전문이다.

메가박스가 영화 <암살자(들)> 굿즈 이슈와 관련해 입장을 밝힙니다.
당사의 ’오리지널 티켓‘은 관람 고객께 무상제공되는 굿즈로 모든 제작 과정은 배급/제작사와의 협의를 통해 진행됩니다.
이번 <암살자(들)> 오리지널 티켓의 경우는 일정이 촉박해 담당자들이 영화를 미리 보지 못한 상태에서, 배급/제작사와 협의 하에 제공받은 한정된 이미지만으로 제작됐습니다.
극중 장면과 포스터 이미지를 활용해 해당 영화의 성격과 내용을 부각하려 했으나, 역사적 비극과 참혹한 사건이 지닌 엄중함과 무게를 깊이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불편함을 느끼신 분들께, 그리고 사건 당시 아픔을 겪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암살자(들)> 오리지널 티켓은 개봉 당일 대부분 소진됐으며, 남은 수량은 고객 증정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전량 폐기할 예정입니다. 또한 향후 오리지널 티켓 제작 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사회적/윤리적 영향을 철저히 검증할 수 있도록 내부 프로세스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앞으로 메가박스는 굿즈 제작을 비롯한 모든 대외 활동에 더욱 신중을 기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메가박스중앙(주)
임직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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