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시나리오 작가 "암살자(들) 박정희 모욕은 안 했는데, 1가지 빠진 건..."

소설가 겸 시나리오 작가 소재원이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소재원은 5일 허진호 감독의 영화 ‘암살자(들)’을 관람한 뒤 현재 제기되고 있는 논란과 관련해 자신의 생각을 공개적으로 남겼다.

소재원은 “영화관을 빠져나오는 순간, 조용히 생각을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은 사라졌다. 나는 이 영화가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님을 모욕했다고 여겨지는 지점을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역사를 바탕으로 이 정도의 창작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대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입에 담기도 힘든 박정희 대통령님에 대한 루머는 영화 속 어느 흐름과 장면에 있단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소재원은 자신이 글을 쓴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창작자로서 추측성 헛소문으로 좋은 작품이 외면받지 않도록 변호하고 싶을 뿐”이라고 적었다.

영화 '암살자(들)' / 뉴스1

영화에 대한 자신의 평가도 덧붙였다. 소재원은 “‘암살자(들)’은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은 어떤 흠결도 찾지 못할 만큼 완벽했다. 이제 허진호라는 이름이 거장이라 불려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품 자체와 별개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밝혔다. 소재원은 “작품 이외의 곳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바로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배려”라고 적었다.

소재원은 실화를 소재로 작품을 집필했던 자신의 경험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영화 ‘소원’을 집필할 당시 작품 공개 전 아동 성범죄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원고를 보여주고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상처가 되거나 표현이 과한 부분이 있다면 작품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 ‘공기살인’에 대해서도 피해자 단체를 직접 찾아갔다고 밝혔다. 소재원은 개봉 이후 피해자와 유족들을 먼저 초청했다고 설명했다.

소재원 인스타그램

이어 ‘암살자(들)’ 제작진을 향한 자신의 바람을 밝혔다. 소재원은 “만약 감독님이나 제작사 측도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우선했더라면, 이렇듯 완벽한 작품에 논란이 생길 수 있었을까. 지금이라도 역사 속에 살아남은 사람들을 찾아가 진심을 전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또 “역사 속 페이지에 기록된 비극을 마주하고 겪은 가족들이 살아가고 있다. 가장 먼저 그분들에게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위로, 작품에 대한 순수성을 알려야 한다. 그게 바로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우리의 예의다”라고 밝혔다.

소재원은 자신이 언급한 ‘살아남은 이들’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가족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는 특정인의 것이 아니다. 그 역사에서 살아남고 살아온 이들이 꼭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님의 가족들만은 아니다. 당시 역사의 곁에 있던 모든 이들이 바로 살아남은 자(들)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모든 분이 함께 이 영화를 본다면 이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창작한 영화에 머무르지 않았을 것이다.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시대를 만들어가는 훌륭한 영화’로 남겨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암살자(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다.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고 유해진, 이민호, 박해일 등이 출연했다. 영화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역사 왜곡 논란과 관련해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실제 사건과 인물을 모티브로 하되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해 이야기를 구성했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한편 소재원은 1983년 1월 7일 전북 익산에서 태어난 소설가·시나리오 작가로 올해 만 43세다. 2008년 영화 ‘비스티 보이즈’의 원작 소설로 이름을 알린 뒤 ‘소원’, ‘터널’, ‘공기살인’, ‘이별이 떠났다’ 등의 원작 소설과 극본·시나리오를 집필했다. 특히 아동 성범죄 피해자를 다룬 ‘소원’,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소재로 한 ‘균’과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공기살인’ 등을 통해 사회적 참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2024년 12월 3일을 소재로 한 소설 ‘20241203’을 출간했다.

다음은 소재원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전문이다.

허진호 감독님의 영화 《암살자(들)》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나는 일단 영화를 보고 나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영화관을 빠져나오는 순간, 조용히 생각을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은 사라졌다. 나는 이 영화가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님을 모욕했다고 여겨지는 지점을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목소리를 높여 사람들에게 묻고 싶었다.

“역사를 바탕으로 이 정도의 창작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대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입에 담기도 힘든 박정희 대통령님에 대한 루머는 영화 속 어느 흐름과 장면에 있단 말인가!”

영화와 아무런 상관도 없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안타까워하는지를 묻고 싶을 것이다.

간단하다.

창작자로서 추측성 헛소문으로 좋은 작품이 외면받지 않도록 변호하고 싶을 뿐이다.

먼저 영화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자면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은 어떤 흠결도 찾지 못할 만큼 완벽했다. 이제 허진호라는 이름이 거장이라 불려도 어색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이었다.

그렇다면 배우들은 어떠한가.

러닝타임 내내 1초도 헛되이 쓰지 않은 연기력은 누가 보더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지 딱 한 가지.

실화를 바탕으로 작품을 집필해 온 나로서는 작품 이외의 곳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바로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배려’다.

나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여러 작품을 집필했다. 대표적으로 아동성범죄를 다룬 《소원》과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그린 영화 《공기살인》의 원작 소설 《균》, 그리고 일제강점기 역사를 기록한 《이야기》가 있다.

나는 실화를 모티브로 역사를 다루거나 인물을 다룰 때 스스로에게 한 가지 약속을 해왔다.

바로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소원》을 집필했을 땐 작품이 대중을 만나기 전 수많은 아동성범죄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다. 조금이라도 아이에게 상처가 되거나 표현이 과한 부분이 있다면 작품을 포기하겠다고 약속드린 뒤 원고를 보여드렸다.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나눔의 집에 작품을 전달하며 말씀드렸다.

만약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읽히지 않았으면 한다는 의견을 주시는 어르신이 한 분이라도 계시다면, 이 작품은 절대 세상 밖으로 선보이지 않겠다고...

영화 《공기살인》 역시 직접 피해자 단체를 하나하나 찾아갔고, 영화가 개봉하자 제일 먼저 피해자와 피해자 유족들을 초청했었다.

만약 감독님이나 제작사 측도 살아남은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우선했더라면, 이렇듯 완벽한 작품에 논란이 생길 수 있었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역사 속에 살아남은 사람들을 찾아가 진심을 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결코 이 작품이 향하는 방향이 입에 담지도 못할 루머가 아님을 직접 모셔서 설명하고 확인시켜드린다면, 논란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감히 감독님과 제작사에 청하고 싶다.

“역사 속 페이지에 기록된 비극을 마주하고 겪은 가족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그분들에게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위로, 작품에 대한 순수성을 알려야 합니다. 그게 바로 살아남은 이들에 대한 우리의 예의입니다.”

부디 바라건대, 대중을 섬기는 사람인 우리의 배려를 부탁드려봅니다.

추신.

​역사는 특정인의 것이 아닙니다.

​그 역사에서 살아남고 살아온 이들이 꼭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님의 가족들만은 아니지요. 당시 역사의 곁에 있던 모든 이들이 바로 살아남은 자(들)입니다.

​그 모든 분들이 함께 이 영화를 본다면, 이 작품은 단순히 과거의 역사를 창작한 영화에 머무르지 않았을 겁니다.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제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시대를 만들어가는 훌륭한 영화’로 남겨질 겁니다.

​저는 이 영화의 진정성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 바라고 또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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