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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캐나다 작가 앤 카슨의 작품이 국내 서점가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수상자 발표 이후 도서 판매량이 200배 이상으로 늘어난 가운데 대표작 '빨강의 자서전'은 국내 주요 온라인 서점의 베스트셀러 정상에 올랐다.


12일 출판계에 따르면 앤 카슨의 '빨강의 자서전'은 교보문고와 예스24, 알라딘 등 주요 온라인 서점 3곳에서 모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진 뒤 카슨의 다른 작품들도 판매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실제 교보문고가 지난 8일 오후 8시부터 11일 오전 9시까지 집계한 카슨의 도서 판매량은 수상 발표 전 평균 판매량의 203.9배에 달했다. 수상 직후인 9일 오전 집계에서는 138.1배 수준이었으나 이후 판매 규모가 더욱 커졌다.
예스24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 8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12시간 동안 카슨의 전체 작품 판매량은 전날 같은 시간대의 184배를 기록했다. 특히 '빨강의 자서전'은 판매량이 367배로 뛰었다.
교보문고 판매량에서는 '빨강의 자서전'이 가장 많이 팔린 작품으로 집계됐다. 세상을 떠난 오빠를 추모하는 내용을 담은 '녹스'가 뒤를 이었으며 '남편의 아름다움'이 세 번째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온라인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교보문고의 10일 기준 온라인 일간 베스트셀러에서 '빨강의 자서전'은 1위, '녹스'는 8위, '남편의 아름다움'은 9위에 올랐다. 알라딘에서도 '빨강의 자서전'과 '녹스'가 각각 베스트셀러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카슨의 책을 구매한 독자들의 성별과 연령에서도 특징이 나타났다. 교보문고가 11일 발표한 구매자 분석에 따르면 여성 비중은 73.5%로 남성 26.5%보다 높았다.
연령별로는 40대가 28.6%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3.2%로 뒤를 이었다. 50대는 19.4%, 20대는 15.5%를 차지했다. 30대와 40대 구매자를 합친 비중은 51.8%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앤 카슨은 시인과 소설가, 번역가, 고전학자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해 온 캐나다 작가다. 고대 그리스 문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시와 산문, 비평과 번역을 결합한 작품을 발표해 왔다.
스웨덴 한림원은 지난 8일 카슨을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림원은 그가 고전 문학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문학적 형식을 만들어 온 점을 높이 평가했다.
가장 주목받는 작품인 '빨강의 자서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 게리온의 이야기를 새롭게 풀어낸 운문 소설이다. 헤라클레스에게 죽임을 당하는 게리온을 현대를 살아가는 소년으로 그려냈으며, 시와 소설의 형식을 결합한 구성이 특징이다.
카슨은 이 밖에도 '에로스, 달콤씁쓸한', '레드 닥', '플로트', '유리, 아이러니 그리고 신'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국내에는 현재까지 그의 저서 9종이 번역 출간됐다.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출판사들도 추가 제작에 나서고 있다. 출판사 난다는 수상자 발표 이후 카슨의 작품 주문이 몰리면서 보유 재고가 소진된 것으로 전해졌다.
'녹스'와 '플로트' 등을 출간한 봄날의책 역시 재고 감소에 대응해 증쇄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제작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녹스'는 추가 물량 확보를 서두를 계획이다.
봄날의책은 카슨의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수상작 '엉뚱한 노마'도 오는 11월 중순 국내에 출간할 예정이다.
앤 카슨의 대표작 '빨강의 자서전'은 고대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인 이야기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신화 속 괴물의 삶을 중심에 놓고 성장과 사랑, 정체성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일반적인 소설과 달리 시의 형식으로 서사를 이어가는 것이 특징이다.
1998년 처음 출간된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 시인 스테시코로스가 쓴 서사시 '게리오네이스'에서 출발한다. 원래 신화에서 게리온은 헤라클레스가 열 번째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맞서 싸우는 괴물이다. 카슨은 영웅의 시선에서 벗어나 게리온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작품 속 게리온은 붉은 몸과 날개를 지닌 소년이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성장하고,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여러 감정을 경험한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삶을 기록하기 시작한다는 설정도 담겼다.
이야기에서 중요한 인물은 헤라클레스다. 신화에서는 게리온을 죽이는 영웅이지만, 소설에서는 게리온이 사랑에 빠지는 청년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의 만남을 중심으로 관계와 감정의 변화가 전개된다. 작품은 이들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상실,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다룬다.
사진 역시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게리온은 카메라를 통해 주변 세계를 바라보고 자신의 경험을 기록한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인물이 자신과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과 연결된다.
'빨강의 자서전'은 운문 소설로 분류된다. 일반적인 장편소설처럼 문장을 길게 이어가기보다 행을 나누는 시의 형식을 사용하면서 인물과 사건을 서술한다. 고전 문학과 현대소설, 서정시의 특징이 한 작품에 함께 나타난다.
제목에 등장하는 '빨강'도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요소다. 게리온의 신체적 특징인 붉은색은 인물의 감정과 경험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날개 역시 작품 속 주인공을 설명하는 중요한 특징이다.
이 작품은 1998년 캐나다 퀘벡 작가연맹의 A. M. 클라인 시문학상을 받았으며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 국내에서는 2016년 처음 번역 출간됐고 2024년 개정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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