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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이 역사 왜곡 논란에도 불구하고 누적 관객 수 3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암살자(들)'의 누적 관객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는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다섯 번째 300만 명 돌파 기록으로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지난달 23일 개봉한 작품은 개봉 3주 차에 약 7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3주 연속 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특히 개봉 3주 차 관객 수가 2주 차보다 약 9만 명가량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탄탄한 흥행세를 증명하고 있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배우 유해진, 박해일, 이민호 등 굵직한 유명 배우진이 대거 출연해 개봉 전부터 대중의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작품은 현재 일부 설정과 결말을 두고 심각한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여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팩션 영화인 만큼 사건의 일정 부분이 각색됐는데 평가자들 사이에서는 각색이 사회 풍자나 예술적 비판의 허용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사건의 실체가 피해자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작극이라는 일부 정치적 음모론과 유사하게 각색된 점, 가상의 설정과 실제 사실이 섞여 있어 사건을 잘 알지 못하는 관객에게 오인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어디까지나 영화적 상상력에 기반한 창작물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맞서고 있다. 해당 논란이 보수 진영 측의 민감한 정치적 이슈를 건드리면서 문제는 영화 평론을 넘어 진보와 보수 간 정치 분쟁으로 전면 확대됐다. 이에 제작진뿐 아니라 출연 배우, 관람평을 남긴 평론가들에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지난달 28일 공식 입장문에서 “‘암살자(들)’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라며 실제 사건 기록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허진호 감독 역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허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정말 열심히 일했다”며 “작품이 이 정도로 폄하될 줄은 몰랐고 현 상황에 대해 배우들도 굉장히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배우들 역시 이런 역사적 배경과 내용들을 충분히 숙지하고 작품에 참여했는데 일방적으로 역사 왜곡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니 안타깝고 속상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언론과 대중매체의 자극적인 보도 방식을 비판했다. 허 감독은 “현재 언론 타이틀은 '박정희가 육영수를 죽였다', '북한 영화를 따라 했다', '김정일이 사과했다'는 식의 주장을 한데 묶어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엄연히 서로 다른 맥락의 이야기들”이라고 지적했다.
영화가 박 전 대통령을 직접적인 배후로 지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명확히 선을 그었다. 허 감독은 “영화에서 박 전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라며 “박정희가 육영수 여사를 죽이라고 시켰다는 설정을 가지고 시나리오를 쓰거나 만들지 않았다”고 강력히 해명했다.
영화 외부에서 발생한 파장은 출연 배우들에게까지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작품에 출연하거나 추천사를 남긴 배우들, 평론가들을 향한 악성 댓글과 비난 여론이 폭주했다.

특히 주연 배우 유해진을 향한 공격이 거셌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이 유해진의 외모를 두고 '북한상'이라고 비하해 논란을 샀으며 자택 앞에서는 보수 단체의 항의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는 지난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성북동 유해진 자택 앞 집회 신고를 완료했음을 밝히고 실제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이후 유해진이 모델로 활동하는 버거킹 본사로 이동해 광고 모델 해지를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갔다. 시위 단체 측은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중대범죄수사청에 고소하기까지 했다.
유해진이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버거킹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올가을 뉴~해진 트머와, 트러플 머쉬룸 와퍼’ 영상에서 영화 개봉 이후 비난 댓글이 폭주하자 댓글 작성 기능을 전면 제한했다.

키움증권 또한 유해진과의 광고 계약을 마무리하고 새 광고를 준비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유해진과 1년 기간의 광고 캠페인 계약을 체결했으나 조기 종료 수순을 밟게 됐다. 키움증권 측은 "사전에 예정된 계약 일정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유해진 소속사 VAST엔터테인먼트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배우를 향한 사생활 침해 및 인신공격 행위에 대해 법적 대응을 예고했으나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됐다. 지난 8일 개최된 부일영화상에서 유해진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나 신변 위협 우려로 인해 시상식 현장에 참석하지 못했다. 결국 유해진 측은 지속되는 신변 위협 및 허위 사실 유포 행위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현재 논란이 거세짐에 따라 예정됐던 배우들의 무대인사와 공식 행사가 대거 취소되는 등 영화 외적인 여파가 누적되고 있다. 제작사 측은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가상의 인물과 상황을 결합한 창작물임을 재차 해명하고 있으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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