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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찬란하게' 김혜자, 친필 편지에 담은 진솔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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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붙들어 온 근원적인 물음인 ‘신’의 계보를 철학사의 흐름 속에서 정면으로 추적한 신간이 나왔다. 출판사 소요서가는 한국칸트학회 회장을 역임한 이충진 전 한성대학교 교수의 신간《철학자의 신》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인간은 두려움과 경외, 혹은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신을 물어 왔으나 오늘날 이 질문은 철학의 중심 자리에서 물러난 상태다. 신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부재를 논증하려는 시도마저 드물어진 시대 속에서, 신간《철학자의 신》은 철학에서 가장 오래된 질문이 어떻게 스스로 질문이기를 멈추었는지에 대한 정적의 계보를 거슬러 오른다.

저자는 신 개념의 변천사가 단순히 종교사의 한 갈래에 그치지 않고, 인간이 세계를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 그 내적 논리를 보여주는 하나의 시각이라고 짚는다. 그동안 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저작들은 대부분 서구 학계 독자를 대상으로 쓰여 국내 독자가 접하기에 문턱이 높았다.
이번 신간은 국내 연구자가 세계가 무너질 때마다 다시 호출되었던 신의 계보를 좇아 집필한 철학사다. 특히 종교적 선입견으로 철학을 재단하지 않고, 반대로 철학의 이름으로 신앙을 내려다보지도 않는 서술의 균형을 유지해 철학 입문자부터 오랜 독자까지 폭넓게 철학자들의 목소리를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책은 고대 희랍 철학에서 출발해 중세와 근대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총 8장에 걸쳐 철학자들이 시대와 분투하며 길어 올린 신의 역사를 다룬다.
최초의 철학자 탈레스는 “온 세상은 신들로 가득 차 있다”라고 말하면서도 자연 사물의 기원을 물었고, 이 질문을 따라간 끝에 희랍인들은 신화의 신들과는 전혀 다른 ‘철학신’에 도달했다. 이어 중세에는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가 이 철학신을 창조와 구원의 기독교 신과 화해시키는 데 일생을 걸며 천 년의 질서를 세웠다.
천 년의 질서에 금이 가기 시작한 근대의 균열은 신에 대해 가장 많이 말한 철학자인 스피노자로부터 시작된다. 스피노자는 세계 바깥에서 개입하고 심판하는 인격신 대신 세계와 구분되지 않는 실체로서의 신을 세웠는데, 저자는 기도를 들어줄 신도 구원을 약속할 신도 없는 스피노자의 근대적 철학신이 어쩌면 무신론에 이르는 가장 짧은 길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진단한다.
이후 이성의 한계 안에서 전통적 신 존재 증명이 불가능함을 보인 칸트는 신을 폐기하는 대신 ‘도덕의 요청’이자 전제로 다시 불러들였다. 이 좁아진 자리를 두고 헤겔은 역사 속에서 자기를 전개하는 ‘절대 정신’으로 형이상학의 마지막 체계를 세웠으며, 키르케고르는 체계가 아닌 단독자의 실존 앞에 서는 신을 붙들었다.
19세기에 들어서며 질문의 방향은 ‘신이 인간을 만들었는가, 인간이 신을 만들었는가’로 전환된다. 포이어바흐는 ‘신학은 인간학’이라며 신학의 외양 아래에 인간의 자기 이해가 있음을 밝혔고, 니체는 기독교를 ‘대중을 위한 플라톤주의’라 부르며 종교신과 철학신 모두를 폐기하고 인간 스스로가 삶의 척도가 되는 시간을 향했다.
책의 마지막 장은 신이 사라진 자리에서 출발하는 하이데거의 사유를 조명한다. 하이데거는 죽은 신을 되살리려 하기보다 인류가 시대마다 축적해 온 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적인 것이 다시 머물 수 있는 자리’를 사유한다. 이를 통해 무너진 신들의 계보는 단순한 폐허의 목록이 아니라 도래할 신을 위해 마련되는 지층으로 다시 읽히게 된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이 걸어온 길의 끝에서 독자가 받아 드는 것은 고정된 답이 아니라 물음의 계보와 기다림이라는 자세”라며 “매번 다른 얼굴로 죽고 되돌아온 신의 얼굴들을 되짚어가는 여정을 통해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물음이 필요함을 일깨울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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