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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벌어진다는 내용을 담은 미국 게임 신작이 국내에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남북 간 군사적 대치를 오락 소재로 활용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비판과 허구의 게임에 정치적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이 맞서고 있다.

23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미국 액티비전이 제작하고 인피니티 워드가 개발을 주도한 1인칭 슈팅 게임(FPS)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4'가 이날 정식 출시됐다.
이 게임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기습 침공하면서 제2차 한국전쟁이 벌어진다는 가상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용자는 한국군 병사 박현준 이병의 시점에서 전투에 참여한다. 한미 연합군이 북한군과 교전을 벌이고 평양까지 진격하는 과정도 등장한다.
서울과 평양을 배경으로 총격전과 폭격이 벌어지며 북한 지도부의 권력 다툼도 주요 줄거리에 포함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연상시키는 북한 지도자 리승호가 여동생 리주영에게 살해당하고, 강경파인 리주영이 전쟁을 일으킨다는 설정이다.
한미 연합군이 북한 주석궁 일대를 공습하는 장면도 나온다. 이용자는 북한군과 전투를 벌이는 한국군뿐 아니라 다양한 작전에 참여하는 군인들을 조작하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콜 오브 듀티'는 전 세계에서 5억장 이상 판매된 유명 전쟁 게임 시리즈다. 신작은 출시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게임 통계 사이트 스팀DB에 따르면 22일 기준 세계 게임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지난 5월 처음 공개된 예고 영상은 약 9700만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제작사는 예약 구매자들에게 일부 콘텐츠를 정식 출시 전에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사전 플레이 이용자들의 반응도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22일까지 스팀DB에 등록된 이용자 리뷰 5886개 가운데 5399개가 긍정적인 평가로 집계됐다. 전체의 약 91.7%다.
국내에서 논란이 된 부분은 실제 분단 상황을 게임의 주요 소재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일부 진보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북한군의 민간인 처형과 배반자 색출 등 폭력적인 장면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한 이용자는 "북한군도 운 없이 북한에서 태어난 불쌍한 사람들 아니냐"며 "잔혹한 게임에 (내가) 비참해졌다"고 반응했다. 다른 이용자는 외국 게임사가 한민족의 비극을 각색해 상품화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취지로 불매운동 필요성까지 언급했다.
진보 성향 인사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지난 6월 유튜브 방송에서 "분단·휴전 국가인 상태에서 서로 죽이는 게임을 만들어서 상업화하는 게 정상이냐"며 "적대감을 증폭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도 지난달 언론 칼럼에서 "역사·문화적 왜곡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고, 한국 사회의 전쟁 트라우마를 오락화하는 것도 문제"라며 "게임으로 북한에 대한 미움이 증폭되면 남북관계에 의도하지 않은 우려의 상황이 돌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외에서도 한반도 전쟁을 소재로 삼은 설정에 관심을 보였다. 영국 BBC는 게임 공개 당시 북한의 남침을 다룬 논란의 설정이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반면 일부 보수 성향 커뮤니티와 게임 이용자들은 이러한 비판이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가상 게임은 창작물이며 이용자들도 실제 역사와 허구의 이야기를 구분해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영화는 영화로 보라더니, 이중 잣대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다른 이용자는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 아니냐"며 비판에 반대했다.
최근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영화 '암살자(들)'과 비교한 것이다. 지난달 개봉한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발생한 영부인 저격 사건을 소재로 만든 작품이다. 사건의 배후와 관련한 영화적 설정을 두고 역사적 사실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당시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강조했던 일부 진보 성향 인사들이 이번 게임에서는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실제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작품 자체와 정치적 논란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게임 주연령층인 청년층은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북한과의 전쟁이라는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온다는 여론이 우세다.
남북 관계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도 논란과 맞물렸다.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 사건 등으로 북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졌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조선일보에 "남북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청년들이 게임을 통해 북한을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대상으로 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도 게임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모던 워페어 4' 예고 영상을 공유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비판했다.
안 의원은 "북 도발의 위험을 모르겠으면 게임을 해보라"라며 "X 때문에 손가락이 바쁘다면, 단지 플레이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대통령의 순진한 판단력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큰 파멸적 피해를 가져올지 학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도 23일 SNS를 통해 게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 의원은 "일각에선 게임이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조장한다고 우려한다"라며 "그러나 북한의 남침을 묘사했다는 이유로 눈살을 찌푸리기보다 이 게임이 던지는 질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이 다시 온다면 우리는 '준비'되어 있나"라며 "이 질문은 이재명 정부의 안보정책으로 향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도 이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안보 대비가 부족할 때 어떤 참상이 벌어지는지 직접 느껴보길 권한다"라며 "안보는 '희망'이 아니라 '준비'"라고 덧붙였다.

게임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평가도 나뉘었다. 한 게임평론가는 "작품에 정치 논리를 들이대면 콘텐트 본질을 흐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외국에서 제작한 창작물을 국내 정치적 관점에서만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게임이 역사적 현실을 다루려면 치밀한 고증과 배경 묘사 등이 필요하고, 이게 ‘게임의 내러티브’"라며 "1950년대 전쟁과 같이 판타지식으로 묘사하는 것은 사실을 오도할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제작사 측은 지난 5월 게임을 공개하면서 "시리즈 특유의 군사적인 사실성에 기반하고, 해당 지역의 문화·역사적 디테일에 신경 썼다"고 설명했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는 이전부터 실제 국제 분쟁과 군사작전을 게임에 반영해 왔다. 2022년작에서도 미군의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암살 사건과 유사한 드론 공습 임무가 등장했다.
이번 신작은 한국뿐 아니라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인도 뭄바이 등에서도 군사작전이 펼쳐지는 구성이다. 제작사는 한반도 전쟁을 계기로 세계적인 군사 충돌이 확산하는 이야기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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