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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북극권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수돗물을 마시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기온 상승으로 얼어 있던 땅이 녹으면서 식수원에 중금속이 유입된 것으로 분석됐다.

19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노르웨이령 스발바르 제도에서 가장 큰 정착지인 롱위에아르뷔엔 주민들은 수돗물을 마시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영구 동토층 해빙과 관련된 수질 오염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문제가 처음 확인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당시 지방자치단체가 상수도 수질을 검사한 결과, 망간 농도가 노르웨이 공중보건 당국의 권고 기준인 리터당 50㎍(마이크로그램)의 25배에 달했다. 당국은 주민 2600명에게 식수 오염 사실을 알리고 수돗물을 마시지 말라고 경고했다.
테리에 아우네비크 롱위에아르뷔엔 시장은 해당 지역의 식수에 침전물이 섞이는 문제가 이전부터 있었지만, 망간 농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고 우려했다.
망간은 인체에 필요한 미량 원소지만 높은 농도에 장기간 노출되면 신경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어린이와 영유아는 과도한 망간 노출에 따른 신경계 문제에 취약하다.
당국은 주민들의 식수 확보를 위해 임시 공급 체계를 마련했다. 지역 양조장에서 정수한 물을 중앙 탱크에 보관하고 주민들이 직접 용기에 받아 갈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망간 농도는 낮아졌지만 수질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올해 초 진행된 검사에서 황산염과 니켈 농도가 권고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수도 사용 금지 조치가 유지되고 있다.
롱위에아르뷔엔은 북극점에서 약 1300㎞ 떨어진 곳에 있다. 세계적으로 기온 상승이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 중 하나로, 온난화 속도가 전 세계 평균의 5~7배에 이른다. 가을철 기온은 10년마다 최대 섭씨 4도씩 상승하고 있다.

주민들의 주요 식수원은 길이 약 2.5㎞의 호수인 이스담멘(Isdammen)이다. 얼음 연못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이 호수는 물길을 막아 조성된 저수지로, 마을에 공급되는 수돗물의 원수가 저장되는 곳이다.
기온이 오르면서 오랫동안 얼어 있던 지반이 녹고, 그 아래에 묻혀 있던 암반이 외부 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암석에 포함된 금속 성분을 물속으로 이동시키는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스발바르대학센터의 북극 지질학 부교수이자 영구 동토층 전문가인 마르졸렌 베레는 토양의 해빙과 지역의 지질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롱위에아르뷔엔의 기반암에는 황철석을 포함한 셰일이 분포한다. 황철석은 물과 산소에 노출되면 산화 반응을 일으키며 주변 환경을 산성화할 수 있다.
베레 교수는 "이렇게 생성된 산성 물질이 암석 속 중금속을 녹여내 수로로 흘러들게 한다"며 "롱위에아르뷔엔에서는 망간이 문제 되고 있지만, 다른 오염 물질도 암석에서 침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돗물을 마시기 어려운 상황이 길어지면서 지방자치단체는 기존 상수도 공급 체계를 대대적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우네비크 시장은 수질 조사를 지시한 뒤 새로운 상수도 공급 체계가 필요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현재 검토되는 방안 중 하나는 기존 식수원인 이스담멘에 여과 장치를 설치하고, 담수화 설비를 비상 상황에 대비한 예비 시설로 두는 것이다.
반대로 담수화 시설을 주된 식수 공급 수단으로 삼고 기존 호수의 물을 보조적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다만 두 방식 모두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스발바르의 극한 기후 역시 시설 운영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 현지에서는 수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있어 정수·담수화 설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데 기술적 문제가 따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우네비크 시장은 "항상 수돗물을 마실 수 있다는 걸 당연시해 온 노르웨이에서, 지금처럼 물을 직접 운반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소규모 지역사회들도 식수원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해 사전에 대응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자들은 롱위에아르뷔엔에서 발생한 식수 오염이 이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극의 다른 지역에서도 영구 동토층 해빙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는 황철석과 중금속이 포함된 기반암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베레 교수는 이러한 지질 조건과 기온 상승이 맞물리면 다른 지역의 담수에서도 유사한 오염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황철석과 중금속이 풍부한 기반암, 영구 동토층 해빙이라는 조건은 다른 북극 지역에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롱위에아르뷔엔의 사례가 기후변화로 인해 캐나다 북부와 알래스카 등지의 담수 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변화의 초기 사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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