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선서 패배한 보우소나루 "결과 인정 못해... 선거무효 요청"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게 패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 / 보우소나루 의원 인스타그램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게 패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상원의원이 선거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불복을 선언했다. 투표 마감 직전 연방대법원이 투표 시간을 2시간 늘린 결정을 문제 삼아 선거 무효화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25일(현지시각) 오후 10시 50분쯤 브라질리아 라구 술 지역의 한 저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일이 벌어진 상황에서 선거 결과를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일어난 일은 정상이 아니었다. 오후 5시 1분에 경기 규칙을 바꾸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알프레두 가스파르 부통령 후보와 선거 캠프를 이끈 호제리우 마리뉴 상원의원 등이 함께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소속 정당인 자유당(PL)의 선거 참관인들이 개표 서버가 있는 보안실에서 쫓겨났다고도 주장했다. 투표 시간 연장이 전국에 일률적으로 적용돼 주별 형평성이 무너졌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논란은 투표 마감 시각을 앞두고 불거졌다. 브라질 대선 투표는 원래 브라질리아 시간 오후 5시에 끝날 예정이었다. 룰라 대통령 캠프는 바이아주 살바도르와 상파울루 등에서 시내버스 운행이 크게 줄어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가지 못하고 있다며 투표 시간을 늘려 달라고 고등선거재판소(TSE)와 연방대법원(STF)에 요청했다. 바이아주 선거재판소는 이날 오후 살바도르의 버스를 모두 운행하도록 명령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의원 캠프도 연장을 요청했다. 상파울루·파라나·미나스제라이스·히우그란지두술·산타카타리나 등 5개 주에서 폭우와 침수, 도로 통제로 투표소 접근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다만 보우소나루 의원 측은 전국이 아니라 피해 지역에 한해 연장을 요구했다. 해당 지역 투표가 모두 끝난 뒤 대선 결과를 발표해 달라는 요청도 함께 냈다.

크리스치아누 자닌 연방대법관은 바이아주의 대중교통 부족 사태가 심각하고 조치가 시급하다며 전국 투표 마감 시각을 오후 7시로 2시간 늦췄다. 선거 당국은 이미 문을 닫은 투표소는 다시 열지 않고 결정 당시 아직 열려 있던 투표소만 오후 7시까지 운영하도록 했다. 히우그란지두술주 선거재판소는 이미 닫힌 투표함을 다시 열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도 브라질리아와 히우지자네이루에서는 오후 5시 직후 문을 닫은 투표소도 있었다. 연장 조치로 개표 결과 발표는 2시간 미뤄졌다.

보우소나루 의원 측은 자닌 대법관이 과거 룰라 대통령의 변호인이었다는 점을 들어 결정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다. 보우소나루 의원의 측근인 니콜라스 페헤이라 하원의원은 자닌 대법관이 룰라 대통령의 전 변호사라고 지적했다.

선거 당국은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카시우 누니스 마르케스 고등선거재판소장은 이날 밤 기자들에게 "다시 말하지만 사법 결정으로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는 선거의 전 과정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누니스 마르케스 소장은 연장 결정으로 개표 일정을 조정하고 보안을 강화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투표기 개표 기록 접수를 잠시 막았지만 기술팀이 대응해 선거에 영향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고등선거재판소의 최종 집계 결과 룰라 대통령은 6425만2824표(51.78%)를 얻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5982만4515표(48.22%)에 그쳤다. 두 후보의 표 차이는 442만8309표다. 투표율은 80.8%였다.

이번 결선은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했다. 지난 4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는 보우소나루 의원이 47.03%를 얻어 45.16%의 룰라 대통령을 220만표 넘게 앞섰다. 결선 개표 초반에도 보우소나루 의원이 한때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개표율이 절반을 넘기면서 룰라 대통령이 다시 앞서기 시작했다. 룰라 대통령은 개표율 98%를 넘긴 오후 9시 10분쯤 당선을 확정했다. 1985년 민주화 이후 1차 투표 2위 후보가 결선에서 승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룰라 대통령은 부인 호잔젤라 다시우바 여사, 지지자들과 함께 승리를 자축했다. 룰라 대통령은 "이제 적수는 없다"며 “2억1500만 국민 모두를 위해, 모든 도시를 위해 통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7일 81세가 되는 룰라 대통령은 2003년 처음 집권해 2010년까지 두 차례 대통령을 지냈다. 2023년 다시 대통령직에 오른 데 이어 이번에 4선에 성공했다. 네 번째 임기는 2027년 1월 5일 시작한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쿠데타 모의 혐의로 징역 27년을 선고받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룰라 대통령에게 진 뒤 정권 유지를 위해 쿠데타를 모의한 혐의로 형을 받았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당선되면 아버지를 사면하겠다고 공약했다.

보우소나루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내세워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투표 당일 브라질 선거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았다. 룰라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에 맞서 온 대표적인 트럼프 비판론자다.

선거 결과를 놓고 금융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룰라 대통령 당선이 확실해지자 헤알화 선물 가격이 10%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에 상장된 브라질 주식 상장지수펀드(ETF)도 시간 외 거래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주기구(OAS)는 투표 당일 브라질 국민에게 차분함을 유지하고 선거 결과를 존중해 달라고 촉구했다.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 로드리고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 등 남미 정상들은 룰라 대통령에게 잇따라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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