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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공화당의 중간선거 참패를 지켜보며 참모들에게 불만을 드러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가 공화당에 불리하게 나오자 자신이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렸다면 압승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패배 원인을 다른 곳에서 찾는 모습을 보였다.
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측근들과 함께 중간선거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현장에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토드 블랜치 법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등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공화당 후보들의 패배 소식이 이어지면서 백악관 내부 분위기도 무거워진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일부 참석자는 NYT에 분위기가 어두웠으며 장례식장을 연상시켰다고 전했다. 참석자 가운데 일부는 오후 10시가 되기 전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워싱턴DC에 머물지 않았던 다른 친트럼프 인사들은 선거 당일 백악관 주변에 있지 않았던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NYT에 비공개를 전제로 말했다. 선거 결과가 공화당에 불리하게 흘러가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모인 자리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정무 담당 참모들에게 선거 전망과 관련한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익명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로부터 여론조사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받았다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떤 조사 결과나 보고 내용을 문제 삼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이 선거 이전부터 공화당에 불리한 정치적 환경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다는 점도 짚었다. 백악관 관계자 한 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짜증을 냈다는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표가 진행되던 이날 밤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선거 결과와 관련한 글을 잇달아 게시했다. 공화당의 패배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이번 선거의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출마했다면 공화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간선거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아니기 때문에 현직 대통령인 트럼프의 이름은 투표용지에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 개인의 책임도 거론했다. 특히 텍사스 주지사 선거에서 4선에 실패한 그레그 애벗 주지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애벗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 지나 이노호사 후보에게 패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벗 주지사가 정치인으로서 최근 6개월 동안 '라이노(RINO)'가 되지 않았다면 선거에서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이노는 'Republican In Name Only'의 약자로, 이름만 공화당원이라는 의미다. 미국 공화당 내부에서 당의 노선에 충실하지 않거나 지나치게 온건하다고 여겨지는 정치인을 비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애벗 주지사의 재선을 지지하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선거 패배 이후에는 애벗 주지사의 정치적 노선을 문제 삼았다. 이어 자신이 후보들의 승리와 패배 원인을 분석하는 정치평론가 역할을 하겠다는 글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은 언론으로도 향했다. 그는 보수 성향 방송사인 폭스뉴스가 민주당 인사들을 반복적으로 출연시킨 것이 공화당의 선거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해 온 빌 더블라지오 전 뉴욕시장 등 민주당 인사들이 방송에 출연해 온 점을 문제 삼았다. 폭스뉴스가 민주당 측 인사들에게 방송 출연 기회를 제공하면서 공화당에 불리한 상황을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인사들의 출연이 폭스뉴스의 시청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인사들의 방송 출연이 실제 공화당 후보들의 패배에 영향을 미쳤다는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폭스뉴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성향 방송사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주요 정치 현안을 비중 있게 다뤄 왔으며, 보수 유권자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매체로 알려져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는 민주당이 공화당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에서 잇달아 승리했다. 텍사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캔자스 등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공화당 후보들을 꺾으면서 연방 상원 의석 구도에도 변화가 발생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도 다수당 지위를 확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중반에 치러진 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 주도권을 잃으면서 향후 행정부와 의회 사이의 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날 오후 10시 30분쯤 NYT와의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 협력할 것이며 함께 일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거에서 패배했더라도 향후 의회 운영과 정책 추진 과정에서 민주당과 협의할 수 있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약 1시간 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별도의 설명 없이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사진에는 빨간색 야구모자 앞면에 흰색 대문자로 'VETO'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VETO는 거부권을 의미한다. 미국 대통령은 연방의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헌법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법안은 의회로 돌아가며,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효화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모자 사진을 게시하면서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거부권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해당 게시물은 향후 민주당 주도의 입법에 대응할 수 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투표가 마감되기 전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필요하면 거부권을 행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에게 강력한 거부권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번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중반에 치러졌다. 선거 이전부터 이란 전쟁과 물가 상승 등이 주요 정치 현안으로 부상했으며, 공화당은 경제 상황과 행정부 정책을 둘러싼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아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결과를 수용하고 민주당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동시에 공화당 후보와 언론을 비판하고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법안 처리와 예산, 주요 정책을 놓고 야당과 협의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 중간선거는 대통령의 4년 임기 가운데 정확히 절반인 2년이 지났을 때 치러지는 선거다. 영어로는 '미드텀 일렉션(Midterm Election)'이라고 부른다. 대통령을 새로 뽑는 선거가 아니라 미국 연방의회 의원과 일부 주지사, 지방정부 공직자 등을 선출하는 선거다. 현직 대통령과 집권당이 지난 2년 동안 국정을 얼마나 잘 운영했는지 유권자들이 평가하는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 대통령 선거는 4년마다 열리지만 연방의회 선거는 2년마다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승리해 2025년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2026년 11월 3일 치러진 중간선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중간에 실시된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했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연방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나뉜다. 한국 국회가 하나의 의회로 구성된 것과 달리 미국은 두 개의 의회가 법률 제정에 참여하는 구조다. 이를 '양원제'라고 부른다.
하원의원은 모두 435명이며 임기는 2년이다. 미국 50개 주의 인구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며, 중간선거 때마다 435명 전원을 새로 선출한다. 인구가 많은 주일수록 하원의원 수도 많다. 하원은 국민의 인구 비율을 반영하는 의회라고 이해하면 쉽다.
상원의원은 모두 100명으로 미국 50개 주에서 각각 2명씩 선출한다.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주나 인구가 적은 와이오밍주 모두 상원의원은 2명이다. 상원의원 임기는 6년으로 하원보다 길다. 전체 의원을 한꺼번에 선출하지 않고 2년마다 약 3분의 1씩 교체한다.
상원과 하원은 모두 법률 제정에 참여하지만 담당하는 권한에는 차이가 있다. 상원은 대통령이 지명한 주요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준과 조약 비준 동의 등의 권한을 갖는다. 하원은 세금과 관련된 법안을 먼저 발의할 수 있고 대통령 등에 대한 탄핵소추 권한도 가진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당은 공화당과 민주당이다. 공화당은 일반적으로 보수 성향, 민주당은 진보·중도좌파 성향의 정당으로 분류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이며, 민주당은 현재 그의 정치적 경쟁 상대다.
중간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대통령의 국정 운영 환경이 달라진다. 대통령 소속 정당이 상원과 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면 주요 법안과 예산을 추진할 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대로 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대통령이 원하는 정책을 법률로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여기서 '다수당'은 의회에서 다른 정당보다 많은 의석을 확보한 정당을 뜻한다. 미국은 상원과 하원이 각각 법안을 심사하기 때문에 한쪽에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다른 쪽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법률로 제정할 수 없다.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의 소속 정당이 다른 상황은 '분점정부'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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