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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로(寒露)를 앞둔 요즘은 아침에 현관문을 열면 공기가 서늘한데 오후에는 걷는 동안 등이 후끈해지는 날이 이어진다. 아침 기온에 맞춰 두꺼운 외투를 입고 나섰다가 낮에 팔에 걸치고 다니거나, 반대로 얇게 입었다가 해 질 무렵 몸이 떨리는 일이 흔하다. 한로에서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으로 넘어가는 이 시기의 옷차림은 '몇 도에 무엇을 입는가'보다 '무엇을 겹치고 무엇을 벗는가'로 정하는 편이 실패가 적다.
외투 한 벌로 하루를 버티는 방식의 약점은 조절할 단계가 없다는 점이다. 기온이 오르면 두꺼운 외투는 실내에서 벗어 들고 다녀야 하는 짐이 되고, 벗지 않으면 걷는 동안 땀이 찬다. 젖은 옷은 마른 옷보다 열을 더 빨리 빼앗기 때문에 한낮에 난 땀이 해 질 무렵 한기로 돌아온다.
그래서 두꺼운 옷 한 벌에 체온을 맡기지 않고, 얇은 옷 여러 장에 나눠 맡긴 뒤 더우면 한 장씩 벗는 구조를 만든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한랭 스트레스(추위 때문에 몸에 무리가 오는 상태) 안내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 안내는 추운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자료다. 한로~상강 무렵의 가을 날씨에서 가져올 것은 두께가 아니라 '여러 겹으로 조절한다'는 원칙이다.

나서기 전에 볼 것은 지금 기온이 아니라 돌아오는 시각의 예보다. 기상청 예보나 날씨 앱에서 최저·최고기온, 바람, 강수를 함께 확인한다. 미국 기상 당국 웹사이트도 예보 확인을 평소 루틴으로 만들어 두어야 추위가 언제 오는지 알 수 있다고 안내한다.
최저기온은 대개 이른 아침에 나타나므로 그 시각에 맞춰 입으면 낮에는 과해진다. 반대로 최고기온만 보고 입으면 출발할 때 춥다. 하루 중 가장 더운 때와 가장 추운 때를 모두 감당하도록 얇은 겹을 쌓는 것이 답이다.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면 하루 중 가장 추운 이른 아침의 야외 활동을 줄이는 방법도 있고, 바람이 불면 같은 기온도 더 차게 느껴지므로 풍속은 빼놓지 않는다.

실용적인 구성은 세 겹이다. 가장 안쪽 속겹은 땀을 피부에 머금지 않고 겉으로 내보내는 얇은 내의나 티셔츠이고, 가운데 중간층은 체온을 잡아 주되 쉽게 벗을 수 있는 가디건·조끼·얇은 점퍼다. 바깥 겉겹은 바람이나 비를 막는 바람막이 종류가 맞다. 한 겹이 한 가지 역할만 맡으면 옷이 얇아도 제 몫을 한다.
몸에 붙게 입기보다 헐렁한 옷을 여러 겹 입는 쪽이 단열에 낫고, 일부 옷은 움직임을 제한해 위험할 수 있다. 옷과 옷 사이에 공기층이 생기면 열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늦춰지는 것은 일반적인 원리다. 꽉 끼는 니트 위에 꽉 끼는 재킷을 얹기보다 한 겹씩 여유 있는 옷으로 쌓고, 나서기 전에 팔을 한 번 돌려 소매가 끼지 않는지 확인한다.
일교차가 큰 날 가장 쓸모 있는 아이템은 두꺼운 외투보다 접으면 부피가 작은 얇은 가디건, 조끼, 경량 점퍼다. 아침에는 걸치고 나가고, 기온이 오르면 벗어 가방에 넣으면 된다. 기온이 크게 오르는 날일수록 무거운 코트 한 벌보다 이런 중간층 한 장이 낫다.
벗는 시점은 몸이 알려 준다. 걷기 시작해 몸이 데워지면 지퍼부터 열고, 땀이 맺히기 전에 겉겹을 벗는다. 난방이 켜진 버스·지하철·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바로 벗을 수 있도록 앞이 트이고 단추나 지퍼로 여닫는 형태를 고르면 속겹이 땀에 젖지 않는다. 아이 등하굣길이나 낮 산책처럼 활동량이 오르내리는 상황에서도 같은 구성이 통한다. 가방이 작다면 얇은 조끼가 부피가 가장 작다.

바람이 차게 느껴지는 날에는 몸통보다 드러난 부위를 먼저 챙긴다. 귀·얼굴·손·발을 보호하고 모자를 쓰면 머리로 빠져나가는 체온을 줄일 수 있으며, 여분의 양말·장갑·모자를 챙기는 것도 좋다. 이 역시 추운 현장 작업자 기준이라 한로~상강 무렵에는 얇은 스카프나 목도리, 가벼운 장갑, 귀를 덮는 모자 정도면 충분하다. 이런 소품은 가방에 넣기 쉬워 낮에 벗기도 편하다.
발은 젖지 않는 것이 먼저다. 비 예보가 있는 날은 겉겹을 방수되는 것으로 바꾸고, 신발과 양말이 젖지 않게 한다. 야외에 오래 머문다면 마른 양말이나 얇은 장갑을 하나 더 넣어 두면 마른 옷으로 갈아입을 수 있다. 목과 귀를 감쌌는데도 땀이 난다면 줄일 것은 소품이 아니라 중간층이다. 따뜻하게 입으려다 걷기만 해도 땀이 흐를 정도가 되면 젖은 속겹이 다시 몸을 식힌다.

매일 새로 고민하기보다 순서를 고정하는 편이 쉽다. 예보 확인(최저·최고기온, 바람, 강수), 속겹, 벗을 수 있는 중간층, 바람막이 순으로 입고, 야외 시간이 길면 마른 여분 하나를 가방에 넣는다. 이 순서를 지키면 기온 숫자가 조금 바뀐 날에도 중간층 하나를 더하거나 빼는 것으로 해결된다.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날씨 기관이나 보건 기관도 모든 사람에게 맞는 단일한 옷차림을 정해 두지 않으며, 나이·활동량·바람·비·건강 상태에 따라 같은 기온에도 가디건 한 장으로 충분한 사람이 있고 한 겹이 더 필요한 사람이 있다. 심장·폐·혈액순환에 질환이 있는 사람은 추위에 노출될 때 담당 의료진의 조언을 따라야 한다. 상강이 가까워 아침 기온이 더 내려가면 겉겹은 그대로 두고 속겹과 중간층에서 한 장씩 보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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