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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건강을 위협하는 당분의 주범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가리키는 손가락은 단연 탄산음료다. 톡 쏘는 청량감 뒤에 숨은 어마어마한 양의 설탕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에, 건강을 관리하거나 다이어트를 결심한 사람들은 가장 먼저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부터 멀리하곤 한다.

그러나 탄산음료를 끊었다고 해서 액상당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우리가 탄산음료의 대체재로 선택하거나, 심지어 건강과 피로 회복을 위해 매일 습관처럼 마시는 카페음료와 시중의 다양한 음료들 속에 '당 폭탄'이 숨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성인의 하루 첨가당 섭취 제한량은 25g(약 2000kcal 섭취 기준 전체 칼로리의 5% 미만) 수준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이 무심코 마시는 음료 한 잔에는 이 하루 권장량을 한참 뛰어넘는 양의 설탕과 첨가당이 들어있다. 음료에 들어있는 당분은 씹어서 먹는 음식과 달리 체내 흡수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르다. 소화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고 혈액으로 곧바로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 수치를 급격히 올리는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한다.
이 과정에서 췌장은 인슐린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되고, 남은 당분은 빠르게 체지방으로 축적되며 장기적으로는 인슐린 저항성, 비만, 당뇨병, 비알코올성 지방간 등 각종 대사 질환의 결정적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매일 무심코 마시면서도 당분 함량을 간과하기 쉬운 대표적인 '당 폭탄' 음료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밀크티'와 '라떼류'다. 많은 이들이 쌉싸름한 찻잎을 우려낸 홍차나 쌉싸름한 에스프레소를 베이스로 하기 때문에 당분이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 착각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밀크티 한 잔에 들어있는 당류는 브랜드와 옵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30g에서 많게는 50g을 넘어서기도 한다. 이는 밀크티 특유의 고소하고 달콤한 맛을 내기 위해 들어가는 파우더와 연유, 농축 시럽이 엄청난 양의 설탕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에 많은 이들이 즐겨 추가하는 타피오카 펄(버블) 역시 전분 덩어리를 설탕이나 흑당 시럽에 졸여 만든 것이기 때문에 펄을 추가하는 순간 당분은 더 높아진다. 흑당 버블 밀크티 한 잔을 마시는 것은 각설탕 15~20개를 한꺼번에 씹어 먹는 것과 다름없는 셈이다.

카페의 단골 메뉴인 바닐라 라떼, 돌체 라떼, 모카 라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연유가 들어간 돌체 라떼나 카라멜 마키아또에는 35~45g에 달하는 당분이 들어있다. 아침 출근길이나 나른한 오후에 무심코 마시는 달콤한 라떼 한 잔이 사실상 한 끼 식사에 맞먹는 칼로리와 하루 치 이상의 첨가당을 내 몸에 들이붓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피로를 쫓기 위해 자주 찾는 '에너지 음료'와 '고카페인 음료' 역시 심각한 당 폭탄 음료 중 하나다. 뇌를 깨우고 에너지를 끌어올려 준다는 명목으로 마시는 에너지 음료는 강한 카페인 향과 쌉싸름한 비타민 성분의 맛을 가리기 위해 엄청난 양의 당분을 첨가한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에너지 음료 한 캔에는 평균 25g에서 40g 안팎의 당류가 들어있다. 고카페인과 고당분이 결합한 에너지 음료를 마시면 순간적으로 혈당이 급상승하면서 일시적인 도파민 분비와 에너지 상승을 느끼게 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 찾아와 오히려 이전보다 더 심한 피로감과 졸음, 집중력 저하를 겪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건강에 그나마 이로울 것이라 믿고 선택하는 '과일 에이드'와 '시중 판매 과일주스'도 마찬가지다. 상큼한 과일이 들어갔으니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직관적 착각을 이용하지만, 실제 카페나 음료 매장에서 판매하는 과일 에이드의 핵심은 생과일이 아닌 '과일 청'과 '과일 농축 시럽'이다. 탄산수에 과일 청을 섞어 만드는 에이드 한 잔에는 40~60g 정도의 당분이 들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과일 자체의 과당에 더해 청을 만들 때 일대일 비율로 들어가는 엄청난 양의 설탕이 그대로 음료에 녹아있다.
이는 착즙 주스나 시중에서 판매되는 100% 과일주스 역시 마찬가지다. 과일을 그대로 씹어 먹을 때는 과육에 풍부한 식이섬유가 당분의 흡수 속도를 늦춰주고 포만감을 주어 과도한 섭취를 막아준다. 그러나 과일을 즙을 내어 음료 형태로 마시게 되면 유익한 식이섬유는 대부분 제거되고 과당만 농축된 액체가 된다. 100% 오렌지주스나 사과주스 한 컵에는 약 20~25g의 당분이 들어있는데, 주스 한 잔을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과일의 양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앉은 자리에서 사과나 오렌지 여러 개를 분쇄해 당분만 빠르게 흡수하는 셈이 된다. 이는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과 간에 주는 부담이나 혈당 수치 상승 측면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우리가 이러한 액상당을 특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흡수 과정의 위험성 때문이다. 고체 형태의 음식을 섭취할 때는 위에서 소화되고 장에서 천천히 흡수되지만, 음료 형태의 당분은 입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빠르게 흡수되어 간으로 직행한다. 특히 과당의 경우 포도당과 달리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지 않고 대부분 간에서 대사되는데, 한꺼번에 과도한 과당이 간으로 유입되면 간은 이를 처리하지 못하고 곧바로 지방으로 전환해 저장한다. 이것이 탄산음료나 단 음료를 매일 마시는 사람들에게서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내장지방이 급격히 증가하는 결정적 이유다.
결국 '탄산음료만 안 마시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 우리의 건강을 조용히 무너뜨리고 있었던 셈이다. 건강을 지키고 액상당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음료를 선택할 때 제품 뒷면의 영양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류 함량이 하루 권장량에 얼마나 근접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무심코 마시던 음료를 내려놓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카페를 이용할 때는 시럽이나 연유가 첨가된 음료 대신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혹은 달지 않은 티종류를 선택하고, 라떼류를 마시고 싶다면 시럽을 빼거나 반으로 줄여달라고 요청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갈증이 날 때는 이온 음료나 과일주스 대신 미지근한 맹물이나 보리차, 현미차 같은 순수한 물을 마시는 것이 내 몸의 혈당과 간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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