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날 내일]과자만 먹었을 뿐인데…52년 만에 가족 찾았다

사진=크라운제과
과자를 먹고 무심코 봉지를 뒤집었는데 한 사람의 어린 시절 사진과 이름, 실종 당시 나이 등이 적혀 있다. 평소라면 내용물을 다 먹은 뒤 바로 쓰레기통으로 향했을 포장지지만 이 작은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수십 년 동안 찾지 못했던 가족을 만나는 단서가 됐다. 크라운제과는 2016년 9월 죠리퐁 포장지에 장기실종아동 정보를 싣는 희망과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시 식품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상품 포장 자체를 실종아동 찾기를 위한 홍보 매체로 활용한 시도였다. 처음 시중에 나온 죠리퐁 약 400만~450만 봉지에는 실종아동 6명의 사진과 관련 정보가 나눠 실렸다. 단순 계산하면 실종자 한 사람의 얼굴과 정보가 수십만 개의 과자 봉지를 타고 전국 편의점과 마트, 가정으로 이동한 셈이다. 실종 전단지를 일부러 찾아보거나 관련 기관 홈페이지를 방문하지 않는 사람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실종자의 얼굴을 접하도록 만든 것이다.

이후 프로젝트는 죠리퐁에 그치지 않고 콘초와 콘치 등 다른 제품까지 확대됐다. 포장지에는 실종아동 정보뿐 아니라 미아방지와 유괴 예방을 위한 내용도 담겼다. 크라운제과는 어린이 실종 문제를 지속적으로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제11회 실종아동의 날에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7살 때 헤어진 가족…과자에 실린 정보가 52년 기다림 끝냈다

사진=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캠페인이 시작된 지 약 1년 만에 실제 가족 상봉 사례도 나왔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 가족과 헤어진 이영희 씨였다. 이 씨가 가족과 떨어진 것은 1965년으로, 당시 나이는 만 7세였다. 가족과 헤어진 뒤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그는 성인이 됐고 가족 역시 서로의 행방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갔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만 50년이 넘었다. 그러다 2017년 가족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당시 크라운제과 발표와 연합뉴스 등 보도에 따르면 이 씨는 죠리퐁에 인쇄된 실종아동 관련 정보를 접한 뒤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문의했고, 이후 유전자 검사를 거쳐 친오빠와 가족 관계가 확인됐다. 어린 시절 가족과 헤어진 지 52년 만이었다. 다만 당시 실종아동전문기관 측 자료에는 이 씨가 기관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확인한 과정도 기록돼 있어 최초로 가족 찾기에 나선 구체적인 경로는 자료별로 일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희망과자 프로젝트를 통해 장기실종 정보를 다시 사회에 노출한 뒤 가족 관계 확인과 상봉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여러 당시 보도에서 확인된다. 어린아이였던 실종자가 어느덧 50~60대가 될 만큼 세월이 흘러도 사진과 이름을 계속 알리는 일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준 사례다. 과자 봉지 한쪽에 자리 잡은 작은 사진 한 장이 수십 년 전에 끊긴 가족의 연결고리를 다시 만드는 데 힘을 보탠 것이다.

한 번뿐인 우연 아니었다…6700만 봉지 뒤에 담긴 실종 정보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자료 사진 / 위키트리

첫 상봉 이후에도 희망과자 프로젝트는 계속됐다. 1975년 만 4세 때 실종된 김모 씨도 죠리퐁 포장지에 실종 정보가 게재된 이후인 2019년 가족과 다시 만났다. 크라운제과가 2022년까지 공개한 내용을 보면 회사는 모두 여섯 차례에 걸쳐 포장지에 실리는 실종자 정보를 바꿨고, 죠리퐁을 통해 알린 장기실종자는 33명에 달했다. 관련 정보가 담겨 시중에 공급된 죠리퐁은 누적 약 6700만 봉지였다. 회사 측 집계 기준 희망과자 프로젝트를 통해 가족과 다시 만난 장기실종자는 이영희 씨와 김모 씨 등 2명이다. 모든 봉지가 곧바로 제보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실종자의 얼굴을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데 상품 포장지가 활용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장기실종은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이 더 복잡해진다.

어린 시절 얼굴은 성인이 되면서 달라지고, 이름이나 거주 지역이 바뀌었을 가능성도 있다. 너무 어린 나이에 가족과 헤어졌다면 본인조차 친가족이나 과거에 대한 기억을 정확하게 갖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국가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팀은 현재도 실종아동 정보 공개뿐 아니라 유전자 검사 지원과 데이터베이스 관리, 장기실종아동의 현재 모습을 추정한 나이변환 사진 제작, 온라인·오프라인 홍보 등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오래된 실종 사건에서는 누군가 한 번에 정답을 찾아내는 것보다 사진과 정보를 꾸준히 노출하고 작은 기억이나 제보가 이어질 가능성을 남겨두는 일이 중요하다. 죠리퐁 사례는 대중이 매일 접하는 평범한 물건도 그런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몇 초간 본 얼굴이 수십 년 기다림 끝낼 수도…위키트리도 함께한다

실종아동을 찾기 위해 모든 사람이 수색 현장에 나갈 수는 없다. 그러나 실종자의 얼굴과 이름, 특징을 한 번 더 보고 기억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길에서 스쳐 지나간 사람의 얼굴이나 지하철에서 마주친 모습, 오래전 알고 지냈던 사람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이미 공개된 실종 정보와 연결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장기실종 사건은 시간이 흘렀다는 이유만으로 끝난 사건이 아니다. 국가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팀은 실종아동과 가족의 유전자 검사 지원, 장기실종자의 나이변환 사진 제작과 홍보, 가족 상봉 지원 등을 계속하고 있다. 공개된 실종아동과 비슷한 사람을 발견했을 경우 경찰 112나 국가아동권리보장원 실종아동전문팀을 통해 관련 정보를 제보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로 한 사람의 얼굴과 이름이 사회의 기억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과자 봉지에 인쇄된 작은 사진이 52년 동안 헤어졌던 가족의 만남에 힘을 보탠 것처럼 반복해서 보고 기억하는 행동이 예상하지 못한 순간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

위키트리도 이 같은 취지에서 2026년부터 실종아동 찾기 상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실종아동의 이름과 얼굴, 신체 특징과 실종 당시 정보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다시 만날 내일 기획을 통해 독자들과 실종아동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기사 한 편, 과자 봉지에 실린 사진 한 장일 수 있다. 하지만 가족에게는 수십 년 동안 기다려온 한 통의 제보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번 더 보고 기억하는 작은 관심이 가족의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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