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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마다 건강을 위해 과일주스를 챙겨 마시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과일을 통째로 먹는 것과 주스로 마시는 것은 혈당과 포만감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30년간 비만 환자를 진료해 온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진복 원장(닥터리 가정의학과의원)은 유튜브 채널 ‘굿라이프’에서 자신이 먹지 않는 음식으로 시리얼, 감자튀김, 아이스크림과 함께 과일주스를 꼽았다. 그는 과일주스가 커피보다 건강한 음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시중 제품의 경우 당류가 많고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공짜로 가져다줘도 절대 먹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과일주스를 건강 음료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과일을 주스로 만들어 마시면 한 번에 여러 개의 과일에 들어 있는 당을 비교적 빠르게 섭취할 수 있고, 착즙 방식이라면 과육에 들어 있는 식이섬유 상당 부분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일에 들어 있는 당 자체만이 아니다. 같은 당을 섭취하더라도 과일을 통째로 먹을 때와 주스로 마실 때는 소화와 섭취량에 차이가 생긴다. 통과일은 씹어 먹는 데 시간이 걸리고 식이섬유와 과육이 함께 들어 있어 포만감을 느끼기 쉽지만, 주스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마시기 쉽다.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연구진이 2013년 BMJ에 발표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도 이런 차이가 관찰됐다. 연구에서는 과일주스를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더 높게 나타난 반면, 일부 통과일 섭취는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 하버드 측은 주스가 통과일보다 식이섬유가 적고 체내에 더 빠르게 흡수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 가운데 하나로 설명했다.
당초 널리 알려진 ‘과일주스 섭취로 당뇨병 위험이 21% 높아졌다’는 수치는 매일 과일주스를 한 잔씩 마시는 경우를 가리킨다. 연구 결과를 ‘주 3회 이상 마시면 21% 증가한다’고 단순화해서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부분은 과일 전체를 같은 방식으로 평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버드 연구진은 블루베리와 포도, 사과 등 일부 통과일을 주기적으로 먹은 사람에게서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낮아지는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반면 과일주스는 과일을 먹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평가되지 않았다.
과일주스가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섭취량이다. 오렌지 하나를 먹는다면 과육을 씹어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섭취량이 제한되지만, 오렌지 여러 개를 한 잔의 주스로 만들면 짧은 시간에 마실 수 있다. 여기에 시판 제품 중에는 과일 함량이 낮고 설탕이나 다른 감미료가 추가된 음료도 있어 제품 표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100% 과일주스라고 해서 통과일과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다. 미국 하버드 헬스 역시 100% 과일주스는 첨가당이 없는 제품이라도 통과일보다 식이섬유가 적고 한 번에 섭취하는 당과 열량이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과일을 갈면 식이섬유가 모두 파괴된다’고 보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과일을 블렌더로 통째로 갈아 과육까지 함께 먹는 스무디는 착즙주스와 다르다. 과일 전체를 갈아 마시면 식이섬유가 상당 부분 남기 때문에 과육을 걸러낸 주스보다 통과일에 가까운 형태가 된다.
하버드 헬스도 과일 전체를 갈아 만든 스무디는 주스보다 식이섬유가 많고 혈당지수가 낮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스무디 역시 과일을 여러 개 넣으면 한 번에 섭취하는 양이 많아질 수 있고, 요구르트나 우유, 시럽, 꿀 등을 추가하면 열량과 당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착즙 방식은 차이가 더 크다. 과일을 압착해 즙만 분리하면 과육과 함께 식이섬유가 상당 부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하버드 헬스는 착즙주스가 통과일보다 식이섬유가 적고 혈당지수가 높을 가능성이 있으며, 마시는 것이 통째로 먹는 것보다 포만감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아름 약사 역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 ‘아름약사’에서 아침에 과일주스를 마시는 습관을 주의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과일 자체에는 비타민과 식이섬유 등 여러 영양소가 들어 있지만 이를 주스로 만들어 마시면 당을 빠르게 섭취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소화기내과 전문의 사우라브 세티 박사도 자신의 SNS에서 100% 천연 과일주스라도 과당이 많고 식이섬유가 부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조합이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고 간의 지방 축적과도 관련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과당과 간 지방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도 있다.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식이성 과당이 장내 미생물에서 생성된 아세트산 등을 통해 간에서 지방 합성을 촉진하는 대사 경로를 확인했다. 다만 해당 연구는 과당 대사의 기전을 살펴본 실험 연구로, 과일주스를 마시는 모든 사람이 지방간에 걸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같은 해 ‘네이처 메타볼리즘’에 발표된 연구에서도 과당 섭취 속도와 양이 간의 지방 합성과 관련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과당이 한꺼번에 빠르게 섭취될 때 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 간으로 전달되는 양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실제 식단에서 중요한 것은 과일 속 과당을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과일을 어떤 형태와 양으로 먹느냐에 있다. 과일에는 과당뿐 아니라 식이섬유와 비타민, 미네랄, 다양한 식물성 영양소가 함께 들어 있다. 통과일은 씹는 과정과 식이섬유 때문에 같은 양의 당을 주스보다 천천히 섭취하게 된다.
포만감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은 사과와 사과주스 등 과일 섭취 형태에 따른 식사량을 비교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에서는 식사 전에 통사과를 먹은 경우 이후 식사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지만, 같은 방식의 포만감이 사과주스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도 과일의 과당을 단독으로 섭취하기보다는 비타민과 식이섬유 등 다른 영양소가 함께 들어 있는 과일 형태로 먹는 것이 포만감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렇다고 과일주스를 반드시 ‘독’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식생활 지침도 100% 과일주스를 과일 섭취량에 포함할 수 있는 식품으로 인정하면서도, 통과일보다 식이섬유가 적기 때문에 과일 섭취의 상당 부분은 통과일로 구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최근 하버드 헬스 역시 100% 과일주스를 완전히 금지하기보다는 양을 제한하고 통과일을 우선하는 방식을 권한다. 100% 주스라 하더라도 과일 자체보다 당과 열량을 한꺼번에 섭취하기 쉬운 만큼, 건강을 위해 매일 큰 컵으로 마시는 습관보다는 통과일을 먹는 방식이 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결국 아침 식사에서 과일을 먹고 싶다면 주스로 바꾸는 것보다 사과나 귤, 오렌지, 베리류 등 과일 자체를 씹어 먹는 방법이 식이섬유와 포만감을 함께 챙기기에 적합하다. 집에서 과일을 갈아 먹는다면 과육을 걸러내지 않고 그대로 마시고, 여러 개의 과일을 한꺼번에 넣어 양이 지나치게 많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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