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도 할 수 있다...한국전력, 실제로 보여준 파격 승진

한국전력공사에서 고졸 전형으로 입사한 직원 2명이 통상적인 승진 기간보다 1~2년 빠르게 차장으로 승진했다. 전력계통 운영의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고 전력망의 위험 요인을 해소한 업무 성과를 인정받으면서다. 입사 당시 학력보다 실제 업무 능력을 승진에 반영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기업의 학력 관련 인사제도는 채용과 승진을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채용 단계에서는 직무와 무관한 학력·출신 학교에 따른 편견을 줄이려는 블라인드 채용이 시행되고 있다. 입사 이후에는 업무 성과와 직무 역량을 평가해 승진 기회를 주는 방식이 활용된다. 이번 한전 인사는 채용 기회를 넓히는 데서 나아가 조직 내부에서도 실무 성과가 승진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별승진 12명 중 고졸 입사자 2명 차장 발탁

14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한전은 최근 회사의 전략목표 달성과 업무 성과 등을 평가해 직원 12명을 특별승진 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번 인사에서 고졸 전형으로 입사한 직원 2명이 차장으로 승진했다.

고졸 입사자가 일반승진을 거쳐 차장에 오르기까지는 통상 9년 이상이 걸린다. 두 직원은 일반적인 승진 경로보다 1~2년 일찍 차장 직급에 진입했다. 정해진 근무 연수만 채우기보다 업무 성과를 바탕으로 승진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

특별승진은 일반적인 승진 절차와 별도로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을 상위 직급으로 발탁하는 제도다. 근무 연수와 승진 요건을 충족하는 것뿐 아니라 조직의 목표 달성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평가해 승진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한전은 이번 인사에서 전략목표 달성과 업무 성과 등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능력 중심 승진으로 파격 인사를 단행한 한국전력 / AI 생성 이미지

전력망 위험 줄이고 운영 효율 높인 실무 능력

두 직원의 승진을 이끈 핵심은 현장에서 거둔 성과였다. 한전은 이들이 전력계통 운영 과정에서 효율성과 경제성을 높이고,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을 방해하는 위험 요인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전력계통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송전망과 배전망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전체 시스템을 뜻한다.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전력 생산량과 소비량의 균형을 유지하고 송전·배전 설비를 적절하게 운영해야 한다. 설비의 문제나 계통 운영상의 위험 요인을 제때 발견하지 못하면 전력 공급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장 실무자는 설비와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직접 파악하고 개선하는 역할을 맡는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면서도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현장 경험과 기술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번 승진은 이러한 실무 능력과 문제 해결 성과가 관리자급 인사에 반영된 사례다.

차장은 현장 업무와 조직 관리가 연결되는 직급이다. 실무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를 조율하고 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고졸 입사자에게도 성과에 따라 승진 시기를 앞당길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은 입사 경로가 조직 내 성장 가능성을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아니라는 의미가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공기업 채용에서 학력 제한은 어디까지 없어졌나

공공기관의 채용 방식은 2017년 하반기 블라인드 채용 도입을 계기로 변화했다. 정부는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출신 학교와 학력, 출신 지역 등 편견을 유발할 수 있는 정보를 원칙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직무 수행에 필요한 능력을 중심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모든 직무에서 학력 요건을 없애는 제도와는 다르다. 직무 수행에 학위나 특정 자격이 필요한 경우에는 관련 요건을 둘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문 연구직처럼 특정 학위나 연구 실적이 직무 수행에 필요한 분야는 그 요건을 요구할 수 있다. 반면 학력이나 출신 학교가 업무 능력을 판단하는 데 직접 필요하지 않은 직무라면 이를 평가에서 배제하고 직무 관련 교육과 경험, 자격, 필기시험과 면접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한국전력의 2026년 채용 공고에서도 학력 제한을 두지 않는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공공기관 채용정보시스템에 공개된 한전의 2026년도 제1차 전문·사무직원 채용은 학력 무관으로 공고됐으며, 공통 응시 자격에도 학력 제한이 없다고 명시됐다. 다만 모집 분야와 직무에 따라 세부 자격 요건은 달라질 수 있다.

한전이 2026년 4월 공고한 제1차 체험형 청년인턴 채용은 450명 규모로 진행됐으며, 채용정보에는 학력 무관과 고졸 항목이 함께 제시됐다. 이처럼 공기업 채용에서는 학력 제한을 두지 않는 모집과 고졸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는 별도 전형이 함께 운영된다. 학력 무관 채용은 고졸 지원자에게도 지원 기회를 열어주는 방식이고, 고졸 전형은 고등학교 졸업자에게 별도의 취업 경로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공기업의 학력 철폐가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판단할 때는 모든 기관의 모든 직무에서 학력 조건이 사라졌다고 보기보다, 직무와 무관한 학력 제한을 줄이고 있는지, 실제 채용 공고에서 어떤 자격 요건을 두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공공기관 전체를 대상으로 학력 무관 채용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단일 수치와는 구분해야 한다.

한국전력은 2026년 채용 공고에서도 학력 제한을 두지 않았다. / AI 생성 이미지

채용 기회에서 승진 기회까지…성과 중심 인사의 의미

학력과 출신 학교에 따른 편견을 줄이는 채용은 취업 단계에서 지원자의 기회를 넓히는 데 초점을 둔다. 하지만 입사 당시 학력과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더라도, 입사 이후 승진과 보상에서 근무 연수나 기존 경로가 지나치게 큰 영향을 미친다면 조직 내부의 성장 기회까지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한전 특별승진은 채용 이후의 인사에서도 실질적인 업무 성과가 중요하게 반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졸 전형으로 입사한 직원이 현장 경험을 쌓고 문제 해결 성과를 인정받아 통상적인 승진 시기보다 빠르게 차장에 오른 것이다. 이는 고졸 인재를 채용하는 것뿐 아니라 입사 후 전문성을 키우고 관리자급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문제와도 연결된다.

성과 중심 인사가 정착하려면 승진 기준이 구체적이고 일관돼야 한다. 무엇을 성과로 인정하는지, 평가가 어떤 절차로 이뤄지는지 명확해야 직원들이 학력이나 입사 경로가 아니라 업무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할 수 있다. 특별승진 사례가 일회성 발탁에 그치지 않고 조직 전반의 인사 기준과 성장 경로에 반영되는지도 중요한 부분이다.

한전은 앞으로 우수한 성과를 낸 직원에게 승진과 보상 기회를 확대해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를 정착시키고 조직 경쟁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고졸 인재 채용 확대와 육성 노력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번 특별승진은 공기업의 학력 관련 변화가 채용 단계의 문턱을 낮추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입사 후 성과에 따른 성장 기회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