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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호 태풍 '참피(CHAMPI)'가 대만 앞바다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제주 남쪽 해상을 거쳐 일본 규슈 쪽으로 향할 것이라는 예보가 나왔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중국 동부 해안으로 향할 것으로 보였던 태풍의 진로가 한반도 쪽으로 크게 꺾이면서 이번 주말 제주와 남부지방 날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상청이 21일 오후 4시 발표한 태풍정보에 따르면 참피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일본 오키나와 남쪽 약 880㎞ 해상에서 시속 20㎞의 속도로 북서진하고 있다. 중심기압은 905hPa(헥토파스칼), 중심 부근 최대풍속은 초속 58m(시속 209㎞)다. 기상청 태풍 강도 분류(1~5단계) 가운데 가장 높은 '강도 5'에 해당하는 세력이다. 중심에서 초속 15m 이상의 바람이 부는 강풍반경도 500㎞에 이른다.
이날 오전 9시에는 중심기압 900hPa, 최대풍속 초속 59m(시속 212㎞)까지 발달하기도 했다. 오후 들어 수치가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정점에 가까운 세력이다. 기상청 기준 '강도 5'는 최대풍속이 초속 54m 이상인 태풍을 뜻한다. 위성 영상에서도 태풍의 눈이 또렷하게 보일 만큼 강력한 세력을 유지 중이다.
참피의 예상 경로는 불과 하루 사이 크게 바뀌었다. 20일까지만 해도 기상청은 참피가 대만 북부를 지나 중국 동부 해안에 상륙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21일 오전 4시 발표된 태풍정보부터는 대만 부근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바꿔 동중국해를 북상하는 경로가 제시됐다. 당시 기상청이 예상한 26일 오전 3시 태풍 중심 위치는 제주 서귀포 남쪽 약 320㎞ 해상이었다.
같은 날 오전 10시 발표에서는 26일 오전 9시 태풍 중심이 일본 가고시마 서쪽 약 110㎞ 해상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어 오후 4시 발표에서는 참피가 26일 오후 3시 가고시마 북북동쪽 약 90㎞ 부근 육상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됐다. 제주 남쪽 먼바다를 지나 규슈에 상륙하는 시나리오다.
경로가 이처럼 크게 바뀐 데에는 태풍 북쪽에 자리한 고기압의 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 관계자는 중국 내륙에서 일본까지 길게 뻗어 태풍의 북상을 막을 것으로 예상했던 고기압이 예상보다 빠르게 약해지면서 그 틈으로 태풍이 지나갈 길이 생겼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아직 닷새 뒤의 일인 만큼 오차 가능성은 크다. 기상청이 오전 10시 제시한 26일 예상 위치의 70% 확률반경은 440㎞에 달한다. 태풍 중심이 이 원 안 어디에 위치할지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일부 수치예보 모델은 여전히 태풍이 대만을 지나 중국 쪽으로 향하는 경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기상청의 21일 오후 4시 발표를 기준으로 참피의 예상 이동 경로를 날짜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참피는 22일(목) 오전 3시 오키나와 남쪽 약 740㎞ 해상으로 이동한다. 이때도 최대풍속 초속 56m(시속 202㎞)의 '강도 5' 세력을 유지할 전망이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대만 타이베이 남동쪽 약 640㎞ 해상에 이르며 최대풍속은 초속 53m(시속 191㎞), 강도 4로 한 단계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3일(금) 오전 3시에는 타이베이 남동쪽 약 470㎞ 해상에서 최대풍속 초속 49m(시속 176㎞)의 강도 4 세력을 보이다가, 오후 3시 타이베이 남동쪽 약 290㎞ 해상에 이르러 초속 43m(시속 155㎞)의 강도 3으로 약해질 전망이다.
이후 참피는 대만 북동쪽 해상에서 본격적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한다. 24일(토) 오후 3시에는 타이베이 북북동쪽 약 170㎞ 해상에 위치하며, 최대풍속은 초속 32m(시속 115㎞)로 강도 2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력은 꺾이지만 여전히 시설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강한 바람을 동반한 상태다.
25일(일) 오후 3시에는 서귀포 남남서쪽 약 460㎞ 해상까지 올라온다. 이때 최대풍속은 초속 24m(시속 86㎞)로 강도 1 수준이며, 북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제주 남쪽 먼바다를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26일(월) 오후 3시 가고시마 북북동쪽 육상에서 최대풍속 초속 19m(시속 68㎞)의 온대저기압으로 변질될 전망이다. 21일 오후 '강도 5'였던 세력과 비교하면 최대풍속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태풍이 다가오면서 대만과 중국도 대비에 나섰다. 대만 기상 당국은 연안 12해리(약 22.2㎞) 해역에 경계구역 통제 체계를 가동하고, 주변 선박에 위험 해역을 벗어나 안전한 곳으로 피할 것을 당부했다. 중국 기상 당국도 태풍 청색 경보를 내리고 지방정부와 관련 부처에 피해 예방 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진로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대만 동쪽 해상을 바짝 지나는 만큼 대만 북부는 여전히 강한 비바람의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태풍이 대만 부근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바꾼다는 큰 흐름에는 한국과 일본 기상청의 전망이 대체로 일치한다. 하지만 그 이후 얼마나 북쪽으로 올라오느냐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다.
일본 기상청은 한국 기상청보다 한반도에 더 가까운 경로를 내놨다. 일본 기상청이 21일 오전 3시 45분 발표한 자료에서는 26일 오전 3시 태풍 중심이 북위 33.7도, 동경 128.1도 부근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됐다. 좌표상 경남 통영 남남서쪽 약 130㎞ 해상으로, 이 경로대로라면 태풍이 제주 동쪽을 지나 남해안 가까이 접근하게 된다. 일본 기상청은 이후 발표한 진로도에서도 한국 기상청보다 태풍 중심을 더 북쪽에 표시했다.
다만 두 기관 모두 태풍이 한반도 부근에 다가올 무렵에는 세력이 크게 약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기상청 역시 이 시점 중심기압을 998hPa, 최대풍속을 초속 18m 수준으로 예상했다.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한국 기상청과 비슷하게 참피가 일본 규슈 남부로 향할 것으로 내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대만 북쪽에서 꺾인 뒤의 경로를 두고 각국 예보기관의 판단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셈이다.
태풍 중심이 제주에 직접 상륙하지 않더라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태풍이 제주 남쪽 바다를 지나는 동안 제주도와 남해 먼바다에는 강한 바람과 높은 물결이 일 수 있다. 특히 태풍이 대만 북쪽에서 방향을 바꾸는 시점이나 이후 이동 속도가 조금만 달라져도 제주와 태풍 중심 사이의 거리가 크게 바뀔 수 있다.
이에 따라 제주해양경찰서와 서귀포해양경찰서는 21일부터 연안 안전사고 위험예보제 '주의보'를 발령하고 해안가 안전관리에 들어갔다. 해경은 갯바위와 방파제 등 사고 위험이 큰 곳의 순찰을 강화하고, 기상이 나빠질 때는 해안가 출입과 해상 활동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참피가 국내에 상륙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은 편이다. 10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한반도 주변 바다의 수온이 태풍이 세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낮아진 데다,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오며 태풍의 북상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1일 낮부터 찬 공기가 밀려오면서 전국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22일 서울의 아침 기온은 5도까지 내려가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서 수도권 일부 지역의 체감온도는 0도 안팎에 머물 전망이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9시를 기해 경기와 강원, 충청, 남부 내륙 곳곳에 한파주의보를 발효할 예정이다.
하지만 태풍이 남쪽에서 끌어올리는 많은 양의 수증기가 변수다. 태풍 중심이 멀리 떨어져 지나가더라도 수증기가 찬 공기와 부딪히면 비구름이 강하게 발달할 수 있다. 기상청은 중기예보에서 25일부터 26일 오전 사이 충청권과 남부지방, 제주도에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태풍 참피의 이동 경로와 강도에 따라 비가 내리는 지역과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말 동안 제주와 남해안을 찾는 여행객이나 바다낚시, 해상 레저 활동을 계획한 사람이라면 출발 전 기상특보와 해상 예보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갑작스러운 추위와 비가 겹치는 만큼 일교차에 따른 건강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태풍이 국내에 직접 오지 않더라도 비의 양이 적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강남영 경북대 지리학과 교수는 태풍이 밀어 올리는 수증기 때문에 늦가을임에도 여름철 같은 비가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남쪽에서 올라온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북쪽의 찬 공기와 만나면 비구름이 짧은 시간에 강하게 발달할 수 있어서다. 특히 태풍과 가까운 제주와 남해안은 비의 양이 상대적으로 많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기상청은 아직 구체적인 예상 강수량을 발표하지 않았으며, 태풍의 경로에 따라 비의 강도와 지역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기상청은 21일 오후 10시쯤 다음 태풍정보를 발표할 예정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태풍의 진로와 세력이 유동적인 만큼 앞으로 발표되는 최신 기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제30호 태풍 '참피'는 라오스가 제출한 이름으로 꽃의 한 종류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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