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털어 가는 연말 여행지, 의외로 1위가 일본이 아니다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여행업계가 동남아시아 여행 수요 회복에 나섰다. 추운 날씨를 피해 따뜻한 휴양지를 찾는 여행객이 늘어날 시기지만, 올해는 유류할증료 상승과 여행 수요의 단거리 지역 쏠림으로 동남아 패키지 상품 판매가 부진했다.

여행사들은 전세기 운항과 계절별 상품, 얼리버드 프로모션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항공료 부담이 커지면서 예약 시점이 늦어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2월 해외여행 예약 증가…동남아가 가장 높은 비중

최근 여행업계에 따르면 모두투어가 내부 예약 현황을 집계한 결과, 지난 1일부터 11일까지 접수된 올해 12월 출발 해외여행 예약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8.2% 증가했다.

지역별 예약 비중은 동남아가 36.8%로 가장 높았다. 일본이 30.6%로 뒤를 이었고 중국은 19.7%를 차지했다. 동남아 비중은 11월 출발 예약의 24.3%보다 12.5%포인트 높았다. 기온이 내려가는 겨울철에 따뜻한 지역에서 휴양을 즐기려는 계절적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베트남도 겨울 여행지로 관심을 받고 있다. 노랑풍선이 올해 11~12월 동계 시즌 패키지여행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본이 50.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중국이 22.8%, 베트남이 12.8%로 뒤를 이었다. 베트남 내에서는 푸꾸옥의 예약 비중이 30% 이상으로 가장 높았다.

푸꾸옥은 베트남 남부에 위치한 섬으로, 해변과 리조트 중심의 휴양 여행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겨울철 추위를 피해 휴식을 원하는 여행객과 가족 단위 관광객을 겨냥한 상품을 구성하기에도 적합한 지역으로 꼽힌다.

다만 이번 예약 수치는 여행사별 집계 기간과 상품 구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모두투어의 12월 출발 예약 증가율과 노랑풍선의 동계 패키지 예약 지역별 비중은 서로 다른 기준의 자료다.

소중한 연차를 모아 연말 여행에 쓰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동남아 여행객 감소…유류할증료 부담에 일본·중국으로 이동

동남아는 국내 여행사들이 일본·중국과 함께 주요 해외여행 시장으로 육성해 온 지역이다. 특히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추운 날씨를 피해 따뜻한 휴양지를 찾는 수요가 늘고, 겨울방학을 맞은 자녀와 함께 떠나는 가족 여행도 증가하는 시기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여행업계는 동남아 패키지여행객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10월 캄보디아 온라인 스캠 범죄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캄보디아뿐 아니라 인근 동남아 지역에 대한 여행 심리에도 영향을 미쳤다. 올해는 중동 지역의 전쟁과 국제 유가 변동에 따른 유류할증료 상승까지 겹쳤다.

유류할증료는 항공사가 국제 유가와 환율 등 항공유 비용 변동을 반영해 항공권에 추가로 부과하는 금액이다. 항공권 가격에 별도로 붙는 경우가 많아 여행객이 실제 부담하는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항공권 가격이 오르면 여행 전체 예산에서 항공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여행객이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단거리 지역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유류할증료 상승으로 유럽과 미주 등 장거리 지역뿐 아니라 동남아 여행에서도 가격 부담을 느끼는 고객이 늘었다며, 이 같은 수요가 일본과 중국으로 이동했다고 전했다.

실제 하나투어의 동남아 지역 모객 수는 올해 1분기까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2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5.3%, 3분기에는 26.5% 감소했다. 모두투어 역시 2분기와 3분기 동남아 패키지여행객 수가 각각 34.9%, 44.0% 줄었다.

모두투어의 지역별 여행객 비중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동남아 비중은 2024년까지 50%를 넘었지만 지난해 연간 기준 43.7%로 낮아졌다. 올해 5월부터는 20%대까지 하락했다. 겨울 성수기는 이처럼 감소한 동남아 수요를 회복할 기회로 꼽힌다.

공항 이용객들은 해마다 늘고 있다. / 뉴스1

전세기·휴양 상품·얼리버드…겨울 성수기 공략

여행사들은 동계 여행 수요를 겨냥해 상품과 프로모션을 확대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캄보디아 시엠레아프 전세기 운항을 재개해 12월 말부터 내년 2월 말까지 한정 운영할 계획이다. 앙코르와트 유적 탐방 상품과 20·30세대 전용 상품 등을 마련해 다양한 여행객 수요를 공략한다.

모두투어도 다음 달 프로모션과 신규 상품 공개를 통해 동남아 예약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노랑풍선은 동계 여행 수요에 맞춘 얼리버드 프로모션을 운영해 조기 예약 고객에게 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전세기는 정기 항공편과 별도로 특정 노선에 투입하는 항공편이다. 여행사가 좌석을 확보해 패키지 상품을 구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출발일까지 충분한 예약을 확보하지 못하면 좌석 운영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여행객이 선호하는 지역과 출발 날짜를 고려해 상품을 구성하고, 예약을 앞당길 수 있는 가격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남아 여행 상품은 휴양형 리조트, 가족 단위 일정, 관광과 휴식을 결합한 패키지 등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 같은 지역이라도 항공편과 숙박 등급, 포함된 관광 일정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므로 여행객은 상품 가격만 비교하기보다 항공료와 숙박비, 선택 관광 비용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여행사들도 다양한 연말 상품을 내놓고 있다. / 뉴스1

11월 국제선 유류할증료 27단계…가족 여행 비용도 증가

겨울 성수기 수요 회복의 변수는 유류할증료다. 지난 16일 발표된 11월 국제선 유류할증료는 10월 23단계에서 27단계로 상승했다.

제시된 요금 기준에 따르면 하노이와 세부, 다낭 노선은 전달보다 1인당 6700원, 방콕과 호찌민, 괌, 치앙마이, 푸껫, 나트랑, 푸꾸옥 등은 9400원이 추가된다. 여행객 한 명이 부담하는 금액은 수천원에서 1만원 안팎이지만, 가족 단위 여행에서는 총액이 커진다.

특히 유류할증료가 낮았던 지난 3월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두드러진다. 푸꾸옥 노선의 경우 제시된 기준상 유류할증료가 3월 3만9000원에서 11월 16만2400원으로 올랐다. 1인당 증가액은 12만3400원이다. 4인 가족이라면 같은 기준으로 약 49만3600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

유류할증료는 항공권 발권 시점과 적용 기준에 따라 실제 부담액이 달라질 수 있다. 여행을 계획할 때는 상품 광고에 표시된 가격뿐 아니라 유류할증료와 세금, 현지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여행업계에서는 유류할증료 변동을 지켜본 뒤 예약하려는 고객이 늘면서 예약 리드타임도 짧아졌다고 보고 있다. 리드타임은 상품을 구매한 시점부터 실제 여행 출발일까지의 기간을 뜻한다. 과거에는 일본·중국·동남아 등 비교적 가까운 지역은 3개월 전, 유럽·미주 등 장거리 여행은 6개월 전 예약이 일반적인 기준으로 여겨졌지만, 올해는 항공료 변화를 살피며 예약을 늦추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여행사들은 조기 예약 혜택을 제공하는 동시에 출발이 가까워진 시점에도 고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겨울철 동남아 여행 수요가 실제 예약과 출발 인원 증가로 이어질지는 유류할증료 부담과 여행객의 예약 시점 변화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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