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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대전=정예준 기자] 효와 뿌리라는 전통적 가치를 오늘의 문화로 풀어낸 '제17회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전국 각지의 문중이 한자리에 모여 성씨와 가문의 역사를 소개하고, 국내 거주 고려인들이 문화예술 공연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가 하면, 청소년과 지역 예술인들도 축제의 주체로 참여했다.
가족과 문중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축제의 외연을 세대와 지역, 문화와 국경으로 넓히려는 시도가 프로그램 전반에 담겼다.
5일 대전시 중구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뿌리공원 일원에서 열린 '제17회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시민과 관광객의 호응 속에 폐막했다.
'함께 내딛는 새로운 뿌리'를 슬로건으로 내건 올해 축제는 전통을 보존하는 데 머물지 않고 다양한 세대와 문화가 만나고 교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문중 퍼레이드와 전통문화 체험 등 기존 축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고려인 문화 프로그램과 AI 기술을 접목한 체험, 지역 예술인 공연 등을 더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전국 100여 개 문중이 풀어낸 성씨와 가문의 역사
축제의 중심에는 전국 100여 개 문중이 참여한 문중 입장 퍼레이드가 자리했다.
각 문중은 성씨의 유래와 역사적 인물, 고유한 전통문화를 다양한 퍼포먼스로 소개했다. 단순히 행렬을 이루는 방식에서 나아가 문중마다 간직한 역사와 이야기를 관람객에게 전달하도록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관람객에게는 자신의 성씨와 가족의 뿌리를 돌아보고 우리 전통의 의미를 살펴보는 계기가 됐다.
문중 체험마당에서도 전통문화 체험과 족보·성씨 이야기, 각종 만들기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어린이와 가족 단위 방문객이 전통문화를 어렵고 낯선 지식이 아닌 직접 경험하는 대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문중과 성씨는 대전효문화뿌리축제를 상징하는 핵심 요소다. 다만, 뿌리의 의미를 과거의 계보와 혈연에만 한정한다면 오늘날 다양한 가족 형태와 사회 구성원의 삶을 충분히 담아내기 어렵다. 올해 축제가 문중 퍼레이드와 전통 체험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참여자와 청소년을 함께 조명한 것은 전통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그 의미를 넓히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고려인과 함께한 축제…혈연을 넘어 역사와 문화로
국내 거주 고려인들이 참여한 문화 프로그램은 올해 축제의 외연을 넓힌 대표적인 사례다.
중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고려인 캠프와 문화예술 공연을 마련했다. 고려인들이 축제의 관람객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문화와 이야기를 직접 나누는 참여자로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홍범도 장군 관련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되면서 한국 근현대사와 연결된 역사적 기억을 돌아보는 기회가 마련됐다.
고려인 프로그램은 '뿌리'라는 주제를 혈연이나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들의 관계에서 한 걸음 더 확장한다. 역사적 경험과 문화적 유대, 공동체의 기억 역시 뿌리를 이루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축제의 프로그램으로 보여준 셈이다.
이는 '함께 내딛는 새로운 뿌리'라는 올해 슬로건과도 맞닿아 있다.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해 다른 사람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이 하나의 공간에서 만나는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시도가 일회성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축제의 정체성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고려인 등 다양한 참여 주체가 기획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것도 과제로 남는다. 문화공연을 선보이는 수준을 넘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교류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할 경우 '뿌리'의 의미를 더욱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전통놀이에 AI 가족사진관까지…과거와 현재를 잇다
올해 축제는 전통과 현대 기술을 결합한 체험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잔디광장에서는 문중 체험 부스와 뿌리 한복체험, 전통놀이, 홍범도 장군 활·국궁 체험, 뿌리공원 스탬프 투어 등이 운영됐다. 여기에 AI 가족사진관과 헬스케어 프로그램을 더해 관람객들이 전통문화와 현대적 체험을 함께 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구성은 효와 뿌리라는 주제를 과거의 생활방식이나 의례에만 가두지 않고 오늘날 가족의 경험과 연결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전통놀이와 한복을 직접 체험하는 한편 AI 기술을 활용한 가족사진 촬영 등을 통해 축제의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연과 체험, 먹거리를 결합한 공간 구성도 눈에 띄었다. 뿌리 깊은 맛집과 한가족 밥상식당, 푸드트럭, 빵 부스 등을 운영해 방문객들이 축제장 안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수변무대에는 가족영화 상영을 위한 쉼터가 마련됐고, 지역 예술인들의 버스킹과 문화공연은 축제장 곳곳에서 펼쳐졌다. 정해진 무대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이동 중에도 공연을 접하고, 가족 단위 방문객은 휴식과 문화 체험을 병행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다만, 프로그램이 다양해질수록 각각의 체험이 축제의 핵심 주제인 효와 뿌리를 어떻게 전달하는지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체험의 종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프로그램 사이의 연결성을 높여야 축제 고유의 정체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부터 지역 예술인까지…축제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
축제의 또 다른 축은 세대별 참여와 지역 공동체의 역할이었다.
메인무대에서는 전국효문화청소년페스티벌과 문중어울림한마당, 뿌리 대동 풍물 한마당, 중구청장배 씨름대회, 역사 강연 등이 이어졌다. 장기대회와 전통놀이 등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돼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과 어르신이 각자의 방식으로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개막행사에서는 제3회 중구 명문가 시상식과 마당극패 우금치의 주제공연 '별을 먹는 장돌뱅이', 안예은·억스의 축하공연이 펼쳐졌다. 마지막 날에는 송가인·김태웅의 폐막 축하공연이 이어지며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지역 예술인들의 공연도 축제장 곳곳에서 진행돼 지역 문화예술 활동을 관람객과 연결했다.
이러한 구성은 축제를 단순히 무대 위 공연을 관람하거나 부스를 이용하는 행사에서 벗어나 여러 주체가 직접 참여하는 장으로 만들려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문중은 전통과 역사를 소개하고, 청소년은 자신들의 문화와 재능을 선보이며, 지역 예술인은 공연을 통해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특히 효를 특정 세대가 다른 세대에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가치로만 다루지 않고,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적 경험으로 풀어내는 것은 축제의 주제를 오늘날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사흘간의 축제 이후…'뿌리'의 확장을 지속 가능한 정체성으로
'제17회 대전효문화뿌리축제'는 문중과 성씨라는 전통적 기반 위에 고려인 문화 프로그램과 청소년 참여, 현대 기술을 활용한 체험, 지역 예술인 공연을 더해 축제의 범위를 넓혔다. 전통의 보존과 다양한 문화의 교류를 함께 추구했다는 점에서 올해 프로그램의 방향을 읽을 수 있다.
특히 효와 뿌리는 과거를 기억하는 데서 끝나는 가치가 아니다. 가족과 세대가 서로를 이해하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체 안에서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올해 축제가 내건 '함께 내딛는 새로운 뿌리'라는 슬로건 역시 그러한 확장 가능성을 담고 있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올해 대전효문화뿌리축제는 우리의 뿌리를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사람과 문화, 새로운 인연으로 뿌리의 의미를 확장하는 축제로 준비했다"며 "축제를 찾아주신 시민과 관광객, 문중과 지역문화예술인, 자원봉사자 등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이어 "앞으로도 대전효문화뿌리축제가 세대를 연결하고 지역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tfcc202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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