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감] 의료사고 환자 사망해도 의사 처벌 면제…"연 754건 기소, 거짓 판명에도 법 개정"


정부 연구 연 기소 34건...연 754건은 피의자 수
"가짜 보고서 저자 이진국 전 청와대 비서관"
대통령 주문 후 법 개정 속도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9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이준영 기자]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사고가 나 환자가 죽거나 중상해를 입어도 배상하면 의사를 기소하지 못하도록 한 법이 의사 기소 건수를 왜곡한 보고서가 가짜 정보임이 확인됐음에도 무리하게 국회를 통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잘못된 해당 보고서를 이진국 전 청와대 비서관이 공동 저술해 해당 인사가 법 개정에 관여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해당 법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말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의료사고 시 합의 등이 이뤄지면 형사처벌하지 않는 특례법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후 발의됐고 지난 4월 국회서 처리됐다. 일부 환자들과 시민사회는 법안 발의 때부터 현재까지 해당 법이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원회가 전날 보건복지부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지적이 나왔다. 이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4월 개정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법(의료사고분쟁조정법)'의 의료인 형사특례가 잘못된 통계 위에서 추진됐다고 말했다. 그 통계를 담은 보고서의 공동저자가 청와대 사법제도비서관을 거쳐 감사원 감사위원에 임명된 경위를 물었다.

개정된 해당 법은 사망·중상해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손해배상금이 전액 지급되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의료계가 그 근거로 내세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2022년 보고서의 ‘의사 연평균 754.8건 기소’는 검찰 통계상 ‘피의자’ 수를 기소 인원으로 사실과 다르게 쓴 수치다. 이러한 보고서가 사실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복지부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의뢰한 연구에서는 2019~2023년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형사판결이 연평균 34.4건으로 조사됐다.

이 의원은 "보도된 754건은 수사받은 피의자 수를 기소 건수로 잘못 쓴 숫자였고, 학계와 환자단체는 이것을 ‘가짜뉴스’라고 부른다"며 "복지부는 의료인의 형사처벌이 다른 전문직보다 실제로 과도하다는 객관적 자료, 형사처벌 위험 때문에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다는 인과관계를 확인한 연구를 확보했느냐"고 물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부 판례와 목동 신생아 사망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감소한 사례 등을 들었다. 이에 이 의원은 "특정 사례가 있는 것이지, 인과관계가 정확히 인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언급했다.

특히 일부 환자들과 시민단체가 환자가 사망해도 배상하면 의사 형사처벌이 면제되는 이 법안에 대해 환자 법적 기본권을 침해하고 의사 직업적 책임성 약화를 우려하며 지속적으로 반대했음에도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없이 국회를 통과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해당 보고서의 공동저자인 이진국 당시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25년 이재명 정부의 초대 청와대 사법제도비서관으로 근무하다 올해 2월 퇴임했다. 해당 의료사고분쟁조정법 개정 이후인 6월 감사원 감사위원에 임명됐다. 이 의원이 이진국 비서관 재직 중 형사특례 검토·추진에 관여했는지 질문에 정은경 장관은 "관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말에 명확하게 책임질 수 있느냐"고 되물었고 정 장관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 의원은 "가짜뉴스로 의료계의 형사특례 요구에 명분을 제공한 인사가 이재명 대통령실에서 관련 사법제도를 담당한 뒤 감사위원으로 영전했다. 잘못된 통계를 바로잡은 것이 아니라 잘못된 통계로 국민의 눈을 가린 공적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건 ‘인사’가 아니라 ‘정산’"이라고 말했다.

의사에 대한 형사특례 법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말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의료사고 시 합의 등이 이뤄지면 형사처벌하지 않는 특례법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후 발의됐다. 이후 급물살을 탔다. 개정안은 정부가 환자단체·의료계와 잡아 둔 공청회가 취소된 채 지방선거 41일 전인 4월 23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행은 2027년 5월 27일이다. 지난 3월 5일 복지부는 필수의료 사고 기소제한 법안에 반대가 이어지자 환자단체연합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의료계 대상으로 3월 16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복지부가 주최한 공청회가 열리기 전인 3월 11일 복지위 의원들은 소위에서 해당 법안을 통과시켰다. 복지부는 법안이 통과된 직후 환자단체연합회와 경실련, 의료계에 공청회 취소를 통보했다.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소비자연맹, 환자단체연합회는 공동성명을 내고 정부가 복지부 공청회, 국무총리 산하 의료혁신위원회를 통해 사회적 의견 수렴을 거치기로 했지만 파기하고 소위에서 통과시켰다고 반발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 비서관이 직접 참여한 ‘가짜뉴스’로 시작해, 이재명 대통령 한마디에 서두르고, 의료계와 환자단체 의견수렴 절차까지 건너뛴 채 속도에만 집중한 입법이었다. 청와대의 관여가 없었다고 볼 수 있느냐"고 질의했다.

이에 정 장관이 "2024년 2월부터 계속 검토돼 온 것으로, 사법제도비서관 개인이 영향을 미쳐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다"라고 답하자, 이 의원은 "그때만 해도 사망은 형사특례에 들어가지 않았다. 갑자기 이번에 사망까지 특례에 들어갔다"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이진국 당시 비서관의 재직 중 형사특례 검토·추진 관여 여부와 사법제도비서관실 협의 기록, 사망·중상해까지 형사특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객관적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lovehope@tf.co.kr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