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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더팩트ㅣ영주=김성권 기자] 지방자치단체 홍보영상은 왜 늘 비슷해야 하는가. 단체장이 등장하고 지역 명소를 비춘 뒤 축제 일정과 슬로건을 소개하는 공식으로는 수많은 온라인 콘텐츠 사이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기 어렵다.
경북 영주시 홍보전산실 3인방은 이 익숙한 틀을 깨뜨렸다. 임정우 주무관이 발상의 문을 열고 방주윤 주무관이 영상의 틀을 짰다. 이재형 보도팀장이 공무원들의 군무를 완성했다.
출연자 역시 전문 모델이 아니었다. 부시장과 5급 이상 60여 명의 간부 공무원들이었다. 별도의 화려한 의상을 준비한 것도 아니다. 평소 산불 비상근무 때 입는 검은색 근무복을 활용했다.
무표정한 얼굴로 춤을 추는 50초짜리 영상은 공개 약 16시간 만에 인스타그램 릴스 조회 수 16만 회를 넘어섰고 홍콩 유력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보도로까지 이어졌다. 화제의 중심에는 춤을 춘 공무원들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기획으로, 기획을 결과물로 바꿔낸 세 사람의 역할 분담과 실행력이 있었다.
첫 번째 주역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바꾼 임정우 주무관이다. 지역 명소와 축제 일정을 나열하는 대신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를 행정 홍보에 접목하자는 발상을 내놨다.
프랑스 음악 프로젝트 GENER8ION과 스웨덴 래퍼 Yung Lean의 'STORM II' 뮤직비디오에서 착안해 공무원들의 집단 군무를 축제 홍보의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두 번째 주역인 방주윤 주무관은 그 발상을 실제로 볼 만한 영상으로 완성한 연출자다. 아이디어가 단순한 제안에 머물지 않도록 전체 구성을 짜고 풍기인삼과 풍기인삼축제·무섬외나무다리축제를 파격적인 영상 문법 안에 담아냈다.
세 번째 주역인 이재형 보도팀장은 기획을 현장에서 구현한 실행의 축이다. 원작의 집단 동작을 공무원들이 소화할 수 있도록 안무를 지도해 여러 출연자가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내도록 이끌었다. 아이디어를 낸 사람, 화면으로 설계한 사람, 몸짓으로 완성한 사람이 각자의 역할을 맡으면서 '스톰'은 하나의 콘텐츠로 탄생했다.

세 사람의 역할은 분명하지만 성과는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 임 주무관의 발상이 없었다면 기존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웠고, 방 주무관의 연출이 없었다면 아이디어는 영상으로 구현되지 못했으며, 이 팀장의 안무 지도가 없었다면 60여 명의 집단 군무도 완성도를 갖추기 어려웠다.
전문 배우나 대규모 제작비에 기대기보다 내부 인력과 익숙한 근무복을 활용하면서도 ‘공무원들이 왜 저런 춤을 추지?’라는 강력한 궁금증을 만들어냈다. 그 낯섦이 시청자의 손가락을 멈춰 세웠고, 영주와 지역축제를 알리는 통로가 됐다.
앞서 홍보전산실이 내놓은 '기운 없으면 풍기로 와'라는 문구 역시 같은 맥락이다. 딱딱한 행정문구 대신 짧고 직관적인 언어로 풍기인삼을 표현했다.
결국 두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하나다. 홍보는 홍보부서만의 일이 아니라 ‘콘텐츠를 보는 사람’의 눈높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
물론 조회 수가 곧 축제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6만 조회가 실제 관광객 증가로 이어졌는지, 축제장 방문과 소비로 연결됐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조회 수 대박'에 취해 홍보의 본질인 지역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라는 목표를 놓쳐서도 안 된다.
그래서 이제부터가 더 중요하다. '스톰'으로 관심을 끌었다면 그 관심을 영주 방문으로, 축제 참여로, 풍기인삼 구매로 연결하는 후속 전략이 필요하다.
이번 영상이 단순한 '공무원들의 재미있는 춤'으로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영주시 홍보전산실이 이번에 보여준 가장 큰 성과는 16만 조회도, 외신 보도도 아닐지 모른다.
'행정 홍보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증명한 것은 거액의 홍보예산도, 유명 연예인도 아니었다. 아이디어를 낸 한 명의 주무관과 이를 실행에 옮긴 직원들 그리고 카메라 앞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은 공무원들이었다.
공무원이 춤을 춘 것이 화제가 된 것이 아니다. 시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시민에게 말을 건 행정이 화제가 된 것이다.
영주시 홍보전산실의 '스톰'이 다른 지자체에 던지는 메시지도 여기에 있다. 홍보예산을 늘리는 것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들이 왜 보게 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이번에는 영주가 그 답을 먼저 보여줬다.
t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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