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외치던 광주글로벌모터스, 노사 극한 대립…광주형 일자리 시험대


211일 농성·임단협 결렬에 노동당국 압수수색까지…노사 갈등 장기화

지난 1일 오전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들이 부당노동행위 의혹과 관련해 광주글로벌모터스(GGM)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기 위해 GGM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전남광주=조효근 기자] 노동자와 기업, 지방정부가 함께 성장하겠다며 출범한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장기간 이어진 노사 갈등으로 설립 취지인 '상생'의 의미를 되묻는 상황에 놓였다.

노조의 단식과 삭발, 부분파업에 이어 노동당국의 압수수색까지 진행되면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5일 지역 노동계 등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와 GGM지회는 지난 12일부터 전남광주시 광주청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벌이며 노사관계 정상화와 경영진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김진태 GGM지회장이 삭발에 나섰고, 노조는 부분파업을 진행하며 투쟁 수위를 높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노사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다시 격화하는 모습이다.

GGM은 노사민정의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탄생한 국내 첫 상생형 지역 일자리 기업이다.

기업은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확보하고 노동자는 적정한 임금과 복지 혜택을 보장받는 새로운 일자리 모델을 표방했다.

그러나 출범 당시 내세운 상생의 가치와 실제 노사관계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드러나고 있다.

GGM 노사는 2025년 임금·단체협약 교섭이 결렬된 이후 부분파업과 천막농성, 집중교섭을 거듭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 6월에는 211일 동안 이어진 천막농성을 중단하고 집중교섭에 나섰다.

6월 22일부터 8월 11일까지 주 2차례씩 협상을 진행했으나 노조 사무실 설치 장소와 상여금, 근로시간면제 한도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시 교섭 대상 204개 조항 가운데 81개 조항에 의견이 일치했고 노조가 77개 조항을 철회했지만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문제는 갈등이 임금과 근로조건에 대한 견해차를 넘어 노사 간 신뢰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1일 노조활동 방해 등 부당노동행위 혐의와 관련해 GGM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노동당국은 지난해 노조의 선전 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현수막 훼손과 마이크 탈취 등의 행위에 사측의 개입이나 지시가 있었는지 조사하고 있다.

혐의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노사상생을 핵심 가치로 내세운 기업이 노조활동 방해 의혹으로 강제수사를 받게 됐다는 사실 자체가 GGM의 노사관계가 얼마나 악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이에 대해 GGM은 노동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고 있으며 노동삼권을 인정하고 노사상생발전협정서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사 문제 역시 단체교섭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갈등의 여파는 노동자들 사이의 대립으로도 번지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GGM 직원 50여 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농성 중단과 사업장 정상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갈등이 반복될 경우 기업의 투자와 생산물량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노사가 설립 당시의 상생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조는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현장 노동자가 아닌 관리자 중심으로 구성됐다며 사측이 조직 내부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사 간 갈등이 노동자 집단 사이의 대립으로 확대되는 상황은 GGM의 조직 운영과 갈등 조정 체계가 제 기능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전남광주시의 역할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됐다.

노조는 민형배 전남광주시장에게 직접 면담과 노사관계 정상화 대책을 요구하고 경영진 교체까지 촉구하면서 최대주주인 지방정부가 책임 있는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탄생한 기업에서 장기간의 노사 갈등이 이어지고, 노동당국의 강제수사와 단식농성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라면 지방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하는 입장이다.

GGM의 갈등은 단순히 한 기업의 임금협상 결과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서로 양보하고 지방정부가 이를 뒷받침한다는 광주형 일자리의 기본 전제가 실제 산업 현장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GGM은 현대자동차의 캐스퍼 생산을 통해 지역 제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생산량 증가와 고용 창출이라는 성과만으로 노사상생의 성공까지 설명할 수는 없다.

장기간 이어진 교섭에도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입장 차이가 드러나면서 갈등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사민정의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출범한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당초 취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 신뢰 회복과 함께 지방정부의 역할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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