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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인지·김태연·안디모데·이예리 기자] 대학가에서 성 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과 혐오를 금지하는 일명 '작은 차별금지법' 총학생회 회칙 규정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논의가 20년 가까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학생들이 먼저 행동에 나서는 모양새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대 총학은 지난달 회칙에 '차별받지 않을 권리' 조항을 신설했다. 성별,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국적, 인종, 출신 지역 및 학교, 정치적 의견, 종교, 장애, 질병력, 용모 등 신체 조건, 연령, 가족 형태, 혼인 여부, 임신과 출산, 거주지, 사회·경제적 배경, 입학전형, 병역사항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명시됐다.
한양대는 '성별,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인종, 사상, 종교, 장애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규정했다. 덕성여대는 여기에 민족과 연령, 재산 규모를 추가했다. 성신여대는 성 정체성을 제외하고 연령을 포함했다.
서울시립대는 '차별하지 않을 의무'만 뒀다. 성별과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인종, 사상, 종교, 장애, 출신 지역 등을 이유로 타인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했다.
고려대는 지난 2014년 회칙에 '성별,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인종, 사상, 종교, 장애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차별하지 않을 의무'를 함께 규정했다. 경희대와 국민대, 홍익대, 한국외대, 서울과기대, 서울여대도 같은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다.
별도 기구나 규약을 둔 대학도 있다. 이화여대는 총학에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성별,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종교, 장애, 나이, 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했다. 서강대는 총학에 '성소수자협의회'를 두고 성평등 문화 조성과 성폭력·성희롱 사건 처리를 위한 별도 규약을 마련했다.

학생회칙 개정이 학교 차원의 인권헌장 제정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서울대 인권센터는 지난 2020년 학생과 교직원에게 적용되는 인권헌장 초안을 마련했지만, 기독교총동문회 등의 반발로 제정이 중단됐다.
차별금지법은 정치권에서도 논란이다. 차별금지법은 고용과 교육, 의료서비스 등에서 성별, 성적 지향 및 성 정체성,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6년 법 제정을 권고했지만 20년째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처음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노회찬·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의원과 김재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도 폐기됐다. 지난 2013년에는 김한길·최원식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다가 보수 기독교계 등의 반발로 철회했다.
20대 국회에서는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다. 21대 국회에서는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과 이상민·권인숙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2대 국회에서는 지난 1월 손솔 진보당 의원과 2월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지만 진전되지 않고 있다.
홀릭(가명)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대표는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차별금지 조항은 학내 차별을 예방하는 '작은 차별금지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근본적으로는 정부가 차별금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차별을 예방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공동체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법 제정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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