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산소 투여 후 폐질환 환자 사망…대법, 의료진 과실 인정


동맥혈가스검사와 환자 사망 인과관계 인정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에게 고농도 산소를 투여한 뒤 제때 혈액검사를 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면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더팩트 DB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에게 고농도 산소를 투여한 뒤 제때 혈액검사를 하지 않아 환자가 사망했다면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사망한 환자 A 씨의 유족들이 B 대학병원 학교법인과 의료진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고혈압과 당뇨, 만성 폐쇄성 폐질환 등을 앓던 A 씨는 2018년 2월 부종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의료진은 같은 달 23일 A 씨의 산소포화도가 80% 수준으로 떨어지자 산소 공급량을 늘렸고, 이튿날 새벽에는 분당 10리터의 고농도 산소를 투여했다.

그러나 A 씨는 산소 투여 이후 의식이 혼미해졌고, 같은 날 오후 6시께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심폐소생술로 심정지 상태에서 벗어났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약 보름 뒤 사망했다.

유족들은 의료진이 제때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해 체내 이산화탄소 축적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고농도 산소 투여 이후 약 12시간 20분이 지나서야 검사가 이뤄졌고, 당시 A 씨에게서는 이산화탄소 과다 축적에 따른 호흡성 산증이 확인됐다.

1심은 의료진의 과실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해 유족들에게 총 3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A 씨의 기저질환 등을 고려해 의료진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반면 2심은 의료진이 산소포화도 등을 지속적으로 관찰했고, 진정제 투여 이력 등으로 의식 저하 원인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유족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만성 폐쇄성 폐질환 진료지침에서 산소 투여 후 30~60분 이내 동맥혈가스검사를 권고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의료진이 적시에 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의료행위의 전문성으로 환자 측이 과실과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운 만큼, 의료진의 과실과 손해 발생 가능성이 증명됐다면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감정의가 이산화탄소 축적을 의식 저하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한 점 등을 들어 "피고들이 제때 동맥혈가스검사를 시행하지 않은 과실은 망인의 의식상태를 악화시킨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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