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사 렌탈 한도 완화 논의에…렌터카 업계 우려↑


"경쟁의 수보다 경쟁의 건전성이 먼저"

캐피탈사 렌탈 한도 완화 논의에 렌터카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고차 단지 모습 / 더팩트DB

[더팩트 | 박성호 기자] 금융당국이 여신전문금융회사(캐피탈사)의 자동차 렌탈 취급한도, 이른바 '본업비율' 완화를 검토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질문의 순서가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시장의 주요 공급자로 자란 캐피탈사의 렌탈자산이 어떤 가격과 위험 위에 쌓였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캐피탈사는 원래 렌터카 사업을 할 수 없었다.

다만 지난 2005년 렌탈을 부수 업무로 허용했다. 본업 비율에 따라 렌탈 자산 평균잔액이 본업인 리스자산 평균잔액을 넘지 못하게 했다.

본업비율이 캐피탈사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주장과 달리 숫자는 성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가 렌터카 등록 대수 상위 30개사를 집계한 결과, 올해 7월 말 캐피탈사의 점유율은 45.32%로 대형 전업 렌터카사(43.08%)를 이미 넘어섰다. 나머지 11%대는 1000여개 중소 렌터카업체가 나눠 갖고 있다. 현재 캐피탈사는 할부·리스·렌탈 세 가지 상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는 반면, 전업 렌터카사는 렌탈 하나만 할 수 있다. 규제가 진입을 막았다기보다, 규제 아래에서도 빠르게 커진 자산의 질을 들여다볼 때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렌터카 시장은 잔존가치에 따른 변수도 크다는 분석이다. 장기렌터카 가격의 핵심 변수는 잔존가치(RV)다. 월 렌트료는 차량가에서 잔존가치를 뺀 금액을 계약기간으로 나눠 매긴다. 잔존가치를 높게 잡을수록 소비자가 나눠 낼 금액이 줄어 월 렌트료가 낮아진다.

실제로 한 대형 캐피탈사는 지난 8월 고급 세단과 대형 SUV의 렌트·리스 잔존가치를 높이는 프로모션을 내놨다(렌트 1.8%p, 리스 5%p). 그런데 같은 차종의 중고차 시세는 반대로 움직였다. 중고차 플랫폼 케이카에 따르면 이 세단의 중고 시세는 3월 한 달 새 4.2%, 7월에 다시 5.5% 떨어졌다. 시장이 값을 내리는 차종에 계약상 미래가치는 올려 잡은 셈이다. 문제는 계약이 끝난 뒤 중고차 값이 예상만큼 나오지 않을 때다. 계약할 때 4년 뒤 이 차는 2600만 원에 팔 수 있다고 계산해 렌트료를 낮춰 줬는데 실제로는 2000만원밖에 받지 못하면, 그 600만원은 고스란히 회사의 손실이 된다.

이처럼 할부·대출이 고객의 상환 능력, 즉 대손 위험을 관리하는 사업이라면 렌터카는 차량의 미래 가치, 즉 잔가 위험을 관리하는 사업이다. 필요한 역량도, 들여다봐야 할 지표도 다르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08년 미국에서는 기름값이 급등하자 대형 SUV와 픽업트럭의 중고차 가격이 급락했다. 포드의 금융 자회사는 그해 2분기에만 리스자산 21억달러를 손상 처리했다. GM 계열 GMAC도 7억1600만달러를 손상 처리하고 신규 리스를 줄였다. 크라이슬러 파이낸셜은 그해 8월부터 미국 내 리스를 아예 중단했다. 몇 년 전 계약 때 잡아 둔 잔존가치가 실제 중고차 가격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고차 시장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고차 수출액은 4억5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6.8% 급감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주요국의 중고차 규제 여파로 지난해 88만5000대로 사상 최대였던 중고차 수출은 올해 50만대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업계는 추가 자산 확대를 허용하기 전에 기존 렌탈자산의 건전성부터 확인하자고 주장한다. 경쟁이 이미 충분한 시장에서 공급만 늘리면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렌터카 회사의 경쟁력이 아니라 잔존가치를 높여 잡아 만든 렌트료 인하가 몇 년 뒤 소비자의 금융 부담으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며 "경쟁의 확대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경쟁의 건전성"이라고 말했다.


p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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