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상표·디자인 다른데…'역삼동 방화범' 불 지핀 산업재산권 논란


방화범은 디자인권…종이 등록증 발급은 국가별 차이
해외 출원 비용 천차만별…창작물 도용 시 형사처벌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잇따라 불을 낸 70대 남성 이모 씨가 특허법인에 불만을 품고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되면서 특허권과 디자인권 등 산업재산권 관련 분쟁에 관심이 모아진다. /김성렬 기자

[더팩트ㅣ이예리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 빌딩 두 곳에 잇따라 불을 낸 70대 남성 이모 씨가 특허법인에 불만을 품고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되면서 특허권과 디자인권 등 산업재산권 관련 분쟁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씨가 요구한 종이 등록증 발급은 국가별 차이가 있으며, 해외 출원에 따른 수수료도 천차만별이다. 창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해 특허법인의 사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24일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특허권·실용신안권·디자인권·상표권은 모두 심사를 거쳐 등록받으면 배타적 독점권이 부여되는 권리인 산업재산권이다. 특허권은 기술적 사상인 발명을, 실용신안권은 산업상 이용할 수 있는 물품의 형상·구조 또는 조합에 관한 고안을, 상표권은 상품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장을 보호한다.

디자인권은 물품의 형상·모양·색채 등으로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을 보호한다. 변리사는 변리사법에 따라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에 관한 사항을 대리한다. 이 씨가 방화를 저지른 특허법인에 의뢰한 업무는 디자인권 관련이다.

지식재산처 등록디자인공보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2019년 '근력운동기구', 2020년 '운동기구' 디자인을 각각 등록했다. '창작자'와 '디자인권자' 항목엔 모두 이 씨 이름이 기재됐다. 근력운동기구의 대리인과 운동기구의 대리인은 이 씨가 불을 낸 빌딩 두 곳에 각각 입주해있는 특허법인이다.

두 디자인은 해외에서도 이 씨 명의로 등록됐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두 디자인은 지난 2021년 일본에, 2021년과 2022년에는 미국에 각각 등록됐다.

24일 지식재산처 등록디자인공보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 2019년 '근력운동기구', 2020년 '운동기구' 디자인을 각각 등록했다. '창작자'와 '디자인권자' 항목엔 모두 이 씨 이름이 기재됐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이 씨가 디자인 등록한 '근력운동기구', '운동기구'. /지식재산정보검색서비스(KIPRIS) 캡처

이 씨는 경찰에서 특허법인 두 곳이 디자인 등록증을 허위로 발급하는 등 사기를 쳤다고 생각해 이를 세상에 알리고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씨는 특허법인에 해외 디자인 등록을 의뢰하고 전자 등록증만 발급된다는 안내를 받자, 종이 등록증을 주지 않는다며 특허법인이 사기를 쳤다고 의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등록증 발급 방식은 국가마다 다르다. 한국은 산업재산권 등록증을 전자·서면으로 발급한다. 이 씨가 해외 디자인을 출원한 WIPO는 지난 2020년 3월부터 모든 등록증을 전자로 제공하고 있다.

대한변리사회 관계자는 "한국에선 종이 등록증을 발급해주지만 해외는 국가별로 다르다"며 "전자 등록증을 통해 자신의 명의로 디자인이 등록됐는지 확인할 수 있고, 각국 담당기관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이 등록되더라도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디자인보호법 제92조는 디자인권자가 등록 디자인이나 이와 유사한 디자인을 사업에 이용할 권리를 독점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디자인권을 통한 수익 창출까지 보장하고 있진 않다.

도진수 법무법인 진수 변호사는 "디자인 등록만 해놓고 갖고 있는다고 바로 수익이 창출되는 건 아니다"라며 "직접 사업을 운영하거나 다른 사람이 디자인을 사용하는 등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두 디자인은 해외에서도 이 씨 명의로 등록됐다.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따르면 두 디자인은 지난 2021년 일본에, 2021년과 2022년에는 미국에 각각 등록됐다. /세계지식재산기구 세계 디자인 데이터베이스(WIPO Global Design Database) 캡처

디자인을 비롯한 산업재산권 등록 과정에서 관련 비용도 발생한다. 국내의 경우 특허료 등의 징수규칙에서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별 출원료 및 등록료, 각종 수수료를 규정하고 있다. 연장 등록이나 우선권 주장, 재심사 청구 등 절차와 상황에 따른 비용도 세부적으로 정하고 있다.

해외 등록 과정에서도 비용이 발생한다. WIPO에 따르면 국제 출원 기본료는 디자인 1건에 397프랑(한화 약 64만원)이며 같은 출원에 디자인이 추가되면 50프랑(한화 약 8만원)이 붙는다. 여기에 디자인 보호를 받으려는 국가를 지정할 때마다 별도의 지정 수수료가 부과된다. 수수료는 국가별로 다르다.

대한변리사회 관계자는 "한국에선 특허나 상표, 디자인 등록 과정에 일반적으로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 들고, 미국은 이보다 약 10배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비용은 등록 대상이나 특허사무소별로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특허법인이 창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변리사법 제23조는 변리사 또는 변리사였던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상 알게 된 발명자·고안자·창작자·특허 출원인 등의 발명, 고안 또는 창작의 비밀을 누설하거나 도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 특허법인 관계자는 "변리사와 고객 간 의견이 맞지 않아 다투는 경우는 있지만, 권리를 가로채는 문제로 갈등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며 "요즘엔 유사한 디자인이나 특허가 등록되는 사례가 많아 의심하는 대리인도 있긴 하지만 대체로 타당한 사유가 없어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yer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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