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心탄회] 집값 잡힌다는 LH 사장, 장담보다 실천이 먼저다


전 정부에 공급 부족 책임 돌린 이성훈 LH 사장
사퇴 의사 이어 폭락 자신…서울 집값은 89주째 상승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지난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박헌우 기자

집값은 숫자로 움직이지만 시장 속내는 숫자만으로 읽을 수 없습니다. [집心탄회]는 집을 둘러싼 정책과 시장 흐름을 허심탄회하게 짚어보는 공간입니다. 정부 정책부터 시장 목소리까지 현장을 누빈 기자가 주요 부동산 현안을 기자수첩 형식으로 풀어냅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이중삼 기자] 앞으로 3년간 주택공급이 늘면 집값이 폭락한다는 장담이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나왔다. 발언 당사자는 공공주택 공급을 책임지는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89주 연속 오르는 상황에서 이 사장은 집값 폭락을 자신했다. 현재 집값 상승의 책임은 윤석열 정부에 돌렸다.

이 사장은 지난 23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집값 하락을 확신하느냐는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이어 지난 정부 3년간 수도권 주택 착공 물량이 급감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3년짜리 집값 폭등 시한폭탄을 설치했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에서 주택공급이 본격화되면 집값이 폭락한다는 전망도 내놨다.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을 불렀으니 공급이 늘면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 사장은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더 조여야 한다는 개인적 견해를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지금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공급 확대와 고금리로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집값이 안정되지 않으면 사퇴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이에 대해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LH 사장이 대출 규제나 금리를 언급하는 게 맞냐","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모르고 하는 소리","지금 바로 사퇴해라","공공주택 총괄자가 무책임한 발언하면 안 된다","3년이니까 이제 1년 뒤 폭락하겠네","무주택자들은 숨만 허덕이고 있다" 등의 비판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전 정부의 책임을 따지는 일보다 당장 공급 실적을 높일 방안을 더 고민하는 일이 먼저"라며 "공공 주택공급 최전선에 있는 수장이 미래를 확신하는 발언을 한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정작 LH의 주택공급 성적표는 초라하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LH 건설형 공공주택 착공 실적은 1만3293가구다. 목표 5만1783가구 대비 25.7%에 그친다. 이 사장은 연말까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남은 물량만 3만8490가구에 달한다.

정부 전체 공급 실적도 낙관하기 어렵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6일 공개한 수도권 주택 착공 실적은 10월 둘째 주까지 9만9000가구다. 연간 목표 26만8000가구 대비 37% 수준이다. 국토부는 연말까지 수도권에서 21만8000가구~23만5000가구 이상이 착공될 것으로 전망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3일 열린 종합국감에서 집값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말 금리가 오르면 주택시장이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홍 장관은 지난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X)에서 "20년 장기 민간임대와 보편형 공공임대도 늘려 오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선택지를 넓히겠다"고 말했다.

◆ 李정부, '주택공급 정례 브리핑' 운영…예측 가능성 높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10월 셋째 주(19일 기준)까지 89주 연속 상승했다. /박상민 기자

그러나 시장은 다른 숫자를 보여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10월 셋째 주(19일 기준)까지 89주 연속 상승했다. 강남3구는 하락세지만 나머지 22개 자치구는 모두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기 과천·성남·화성 등도 전주 대비 올랐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강남·송파구에서는 가격이 20% 이상 조정된 재건축 아파트의 급매물 거래가 늘면서 저가 매물이 소진되고 가격 하락폭도 둔화됐다"며 "다만 수요자들의 관망세가 여전하고 정책 불확실성과 금리 인상 등 거시적 변수가 남아 있는 만큼 거래 둔화와 가격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홍 장관은 종합국감에서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에 대한 대응책을 묻는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지금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현재 정부는 국민이 주택공급 진행 상황과 향후 일정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이달부터 '주택공급 정례 브리핑'을 운영하고 있다. 착공·분양·입주 등 단계별 추진 상황을 공개해 주택공급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공급 일정표만이 아니다. 무주택자에게는 감당할 수 있는 집값이, 세입자에게는 안정적인 주거 환경이 필요하다. 이미 집을 마련한 국민에게는 예측 가능한 시장이 절실하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집값 불안의 책임을 전 정권에서 찾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국민의 관심은 누가 시한폭탄을 설치했느냐보다 현 정부가 이를 어떻게 해체하고 있느냐에 있다.

이 사장이 답해야 할 질문도 분명하다. 3년 뒤 집값 하락폭이 아니라 올해 약속한 주택 착공 물량이다. 집값은 전망으로 잡히지 않는다. 사퇴까지 약속한 LH 사장이라면 3년 뒤 폭락 예고보다 올해 공급 성적표로 답해야 한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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