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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정예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정치브로커 명태균 씨가 오 시장에 대한 개인적 적대감으로 진술을 재구성했을 가능성을 무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명 씨가 오 시장에게 불리한 여론조사를 조작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까지 나온 가운데, 재판부는 오 시장이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명 씨 주장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오 시장과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 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오 시장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 10차례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인 김 씨에게 비용 3300만 원을 대신 지급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 중 5차례 여론조사 의뢰와 2100만 원의 비용 대납을 인정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김종인 위해 스스로"→법정선 "기억 안 나"…흔들린 명태균 진술
항소심 재판부는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 여부를 둘러싼 명 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객관적 정황과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명 씨는 최초의 비공표용 여론조사를 두고 수사기관에서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위해 스스로 실시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러나 법정에서는 "경위가 기억나지 않는다, 확인해 봐야 한다"며 정확한 답변을 피했다.
재판부는 명 씨가 오 시장 측에 선거 관련 조언을 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오 시장의 의뢰로 여론조사를 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명태균은 자신의 정치적 판단력을 과시하면서 김종인에게 이 사건 선거 관련 조언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사건 여론조사를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할 동기가 있었다는 1심 판단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오 시장이 경선 경쟁자인 나경원 전 의원을 이기는 여론조사를 확보하고 김 전 위원장과의 접점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고 봤다. 반면 2심은 "경쟁 후보를 이기려는 것은 선거에 출마한 정치인의 일반적인 동기에 불과할 뿐 불법 여론조사 의뢰의 동기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오 시장이 2021년 1월20일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소개로 명 씨를 처음 만난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명 씨를 처음 만난 지 이틀 만에 불법적인 비용 부담까지 감수하며 '울면서'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오세훈 어떻게 엮는지 봐라"…명태균 적대감에 진술 재구성 의심
재판부는 명 씨가 2024년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에 휩싸인 뒤 공개적으로 "오세훈을 어떻게 엮는지 보라"는 취지로 발언한 점에도 주목했다. 명 씨는 2021년 3월께 오 시장 측이 자신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자 적대감을 품었고, 당선 이후에도 자신의 기여를 인정받지 못하면서 불만이 커졌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오 시장 관련 의혹을 뒤늦게 제기한 경위도 의심스럽게 봤다. 명 씨는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한 초기 수사에서는 오 시장 관련 의혹을 언급하지 않다가 2024년 12월2일 처음 관련 내용을 진술했다. 이후 오 시장이 명 씨를 고소하겠다고 밝힌 다음 날인 같은 달 4일 피의자 조사에서 진술이 구체화됐다.
재판부는 "명 씨가 수사 과정에서 제시받은 증거물을 이용해 자신의 형사사건 관련 유불리를 판단하고, 오 시장에 대한 개인적 감정을 토대로 진술을 재구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명 씨가 오 시장 당선을 돕기 위해 여론조사를 했다는 주장과 배치되는 정황도 확인됐다.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었던 강혜경 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오세훈이 1등 했는데 나경원이 1등 한 것으로 바꾼 여론조사도 있다"고 진술했다.
강 씨에 따르면 강 전 부시장이 명 씨에게 '조사 안 해도 우리가 1등'이라는 취지로 말하자, 명 씨는 "오세훈 1등 하는 조사를 가져다주면 안 된다, 건방지다"며 오 시장에게 불리하게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하라고 지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21년 1월25일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표 여론조사에서는 성별 응답자 수 등을 조작해 오 시장에게 불리한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 "시장한테 직접 들은 것 없어"…김한정 대납 지시도 배척
재판부는 김 씨가 명 씨 측에 비용을 지급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오 시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 씨가 오 시장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거나 명 씨와 친분을 쌓으려는 개인적 동기로 돈을 지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두 사람이 각별한 관계였다는 민중기 특별검사팀(김건희 특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21년 당시 오 시장과 김 씨가 텔레그램 등으로 주고받은 메시지는 23건에 불과했고, 오 시장은 김 씨에게 한 차례 "고맙습니다"라고 답한 것 외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된 2021년 3월6일 김 씨와 명 씨의 통화녹취도 이러한 판단을 뒷받침했다. 당시 김 씨는 "나는 시장한테 직접 얘기 들은 것도 없고, 철원이가 얘기해서 내가 본 거야"라며 "(오 시장이) 나하고 얘기를 안 했다니까. 내가 몰라서 니(명태균)한테 물어보잖아"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일부만 발췌해 제출된 녹취파일을 신뢰할 수 없다며 증거 채택에 반대했지만, 재판부는 명 씨 진술의 신빙성을 다투기 위한 탄핵증거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정황을 종합해 김 씨가 오 시장 부탁이 아닌 개인적인 판단에 따라 비용을 지급했을 가능성을 무시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 "오 시장과 김 씨가 불법 정치자금 대납을 부탁할 정도로 친밀하거나 김 씨가 다른 후원자들보다 각별한 지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특검팀이 제출한 강혜경 씨의 휴대전화 정보가 위법하게 수집됐다는 오 시장 측 주장은 받아들였다. 이는 2024년 9월 창원지검(현 창원지방공소청)이 김영선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면서 압수한 자료다. 재판부는 "김 전 의원 사건과는 별개인 오 시장 혐의 입증에 강 씨 휴대전화를 활용하려면 새로운 압수수색 영장이 필요했다"며 "각 범행에 명태균이라는 사람이 공통된다는 사정만으로 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적었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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