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美 상장 시동…HBM 공급사 삼성·SK 수혜 전망


컴퓨팅 계약 6000억달러, 메모리 장기 수요 관측
HBM 이어 서버용 D램·저장장치 공급계약도 거론


미국 인공지능 기업 앤트로픽이 상장 준비를 본격화하며 HBM 공급 부족 가능성을 예측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혜 전망이 나온다. /더팩트 DB

[더팩트|우지수 기자]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개발사 앤트로픽이 미국 나스닥 상장 절차에 들어가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앤트로픽이 증권신고서에 공개한 주요 컴퓨팅 계약 규모가 6000억달러를 웃도는 만큼 메모리 장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앤트로픽 상장을 계기로 비공개로 오가던 AI 모델 기업의 컴퓨팅 계약과 공급망 정보가 처음 공개되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AI 투자의 수익성에 대한 의구심이 이어져 왔는데 앤트로픽이 흑자 전환 실적과 장기 컴퓨팅 계약을 함께 내놓으면서 판단 근거가 생겼다는 분위기다.

앤트로픽은 2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기업공개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르면 다음 달 중순 나스닥에서 종목코드 ‘ANT’로 거래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162억86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약 14배 늘었고 2분기에는 9억74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내며 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앤트로픽 증권신고서 '위험요인' 항목에는 HBM 등 AI용 고성능 메모리를 대부분 SK하이닉스·삼성전자·마이크론이 생산하며 이들이 생산능력을 늘려도 필요한 물량을 제때 확보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형 고객이나 경쟁사가 특정 업체의 생산능력을 선점하면 공급 부족이 심해질 수 있다고도 적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대목을 국내 메모리 업체에 긍정적인 신호로 읽기도 한다. 대형 AI 기업이 HBM 확보를 공식적인 사업 위험으로 꼽을 만큼 수요가 공급을 앞서고 있다는 뜻으로 볼 수 있어서다. 앤트로픽은 장비 임차 계약을 통해 AI 가속기와 HBM 등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 방식의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수급이 빠듯한 흐름이 이어지면 메모리 업체가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 겸 공동창업자가 지난 2025년 1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AP. 뉴시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는 지난 7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반도체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품목과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HBM에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저장장치까지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신고서에 담긴 주요 컴퓨팅 계약 7건을 더하면 6000억달러를 웃돈다. 아마존과 최소 1100억달러, 구글과 최소 1145억달러, 마이크로소프트와 최소 449억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을 맺었고 브로드컴과는 1612억달러 규모의 AI 가속기 장비 임차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협력사들이 이 물량을 공급하려면 데이터센터와 AI 가속기를 늘려야 하는 만큼 메모리 수요가 함께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 대비 컴퓨팅·인프라 비용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201%에서 올해 상반기 55%로 낮아졌다.

메모리 업체의 고객 구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앤트로픽과 오픈AI 같은 AI 모델 기업이 반도체를 직접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메모리 수요가 AI 서비스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와 바로 연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오픈AI와 데이터센터 사업 스타게이트 메모리 공급 의향서를 맺었다.

다만 AI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칠 가능성은 변수로 꼽힌다. 앤트로픽은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계약은 사용량과 관계없이 비용을 내야 하지만 상당수 고객은 짧은 예고만으로 이용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다고 밝혔다.

본사가 다음 달 상장하면 앤트로픽코리아는 지난 6월 서울 사무소를 연 지 5개월여 만에 상장사의 한국 법인이 된다. 최기영 앤트로픽코리아 대표는 개소 당시 한국을 메모리 반도체부터 인프라까지 갖춘 시장으로 소개했고 앤트로픽은 네이버·LG CNS 등과 협력을 넓히겠다고 밝혔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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