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윤동주 시인에 금관문화훈장 추서…광양 망덕포구 정병욱 가옥 재조명


'윤동주·정병욱 문학관' 2029년 준공 목표…보존 넘어 체류형 문학관광으로

윤동주 시인이 금관문화훈장을 추서받으면서 그의 친필 시고를 지켜낸 정병욱 선생과 전남광주 광양시 망덕포구의 문학 유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윤동주 유고 보존 가옥에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김영신 기자

[더팩트 l 광양=김영신 기자] 윤동주 시인이 금관문화훈장을 추서받으면서 그의 친필 시고를 지켜낸 정병욱 선생과 전남광주 광양시 망덕포구의 문학 유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인의 작품을 보존한 한 사람의 우정에서 출발한 역사적 공간을 문학관광 자원으로 어떻게 발전시킬지가 과제로 떠오른다.

문화체육부는 지난 26일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2026년 문화예술유공자' 시상식에서 고 윤동주 시인의 유족 대표인 윤인석 씨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전달했다.

일제강점기 우리말로 민족의 아픔과 저항 의식을 노래한 그의 작품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기까지는 평생의 벗 정병욱 선생의 역할이 컸다.

두 사람의 인연은 연희전문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윤동주는 1941년 자신이 쓴 시 가운데 18편을 골라 '서시'를 붙이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엮었다. 출간을 위해 만든 시집 가운데 한 부를 후배 정병욱에게 맡겼다.

시집은 일제강점기의 억압 속에 출간되지 못했다. 이후 학도병으로 징집된 정병욱은 시고를 광양에 있던 어머니에게 맡기며 보관을 부탁했다. 광복 후 원고는 세상에 나왔고, 1948년 1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출간되면서 윤동주의 시가 널리 알려졌다. 다른 경로로 전해진 일부 원고의 행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정병욱은 회고록 '잊지 못할 윤동주 형'에서 윤동주의 시를 간직했다가 세상에 알린 일을 평생 가장 보람 있는 일로 꼽았다. 한 문인의 작품을 지켜낸 개인의 선택이 한국 문학사의 중요한 유산으로 이어진 셈이다.

이 역사를 간직한 곳이 광양시 진월면 망덕포구의 정병욱 가옥이다. 1925년 양조장을 겸한 주택으로 지어진 이곳은 시고를 항아리에 넣어 마룻바닥 아래 보관했던 장소로 알려져 있다. 문화유산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국가등록문화유산 제341호로 등록됐다.

가옥 내부에는 당시 시고를 보관했던 모습이 재현돼 있다. 건축물 자체를 넘어 윤동주의 작품이 사라지지 않고 후대에 전해진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주변에는 두 사람의 문학적 인연을 따라 걸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정병욱 가옥을 중심으로 약 1.2㎞ 이어지는 '별빛나길'에는 윤동주의 시구를 새긴 난간과 조형물 등이 설치돼 있다. 길 끝의 '윤동주 시 정원'에서는 시 31편을 새긴 시비를 만날 수 있다.

광양시는 관련 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관광 자원으로 연결하기 위해 '윤동주·정병욱 문학관' 건립을 2027년 착공해 2029년 준공할 예정이다. 문학관에는 윤동주의 작품과 정병욱의 삶, 친필 시고가 보존돼 출간되기까지의 과정 등을 담을 계획이다.

다만, 문학 유산을 관광 경쟁력으로 연결하려면 시설 조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병욱 가옥과 별빛나길, 시 정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방문객이 작품과 역사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해설·체험 프로그램을 갖춰야 한다. 인근 섬진강과 망덕포구의 자연환경, 지역 상권과 연계해 방문이 지역 소비와 체류로 이어지도록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박성현 광양시장은 "윤동주 시인의 문학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데에는 작품을 지켜낸 정병욱 선생의 신념과 우정이 있었다"며 "두 분의 문학적 인연이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해지도록 그 가치를 보존하고 알리겠다"고 말했다.

윤동주의 시를 지켜낸 우정은 광양 망덕포구에 구체적인 역사로 남아 있다. 이 유산을 보존하는 데서 나아가 문학을 매개로 지역의 장소와 사람, 경제를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사업의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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