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억 거래하면 500만원"…증권사 '매매 유도' 이벤트 막힌다


금융당국, 거래 횟수·금액 연동 보상 금지…내년 1월 시행 추진
해외투자·빚투 경품도 제한…자체 수수료·이자 할인은 유지


금융당국은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증권사의 거래 횟수·금액 연동 보상과 고위험상품 대상 현금·경품 이벤트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더팩트 DB

[더팩트|윤정원 기자] 많이 사고팔수록 현금과 경품을 주는 증권사 이벤트에 제동이 걸린다. 경품을 받기 위해 수조원어치를 반복 거래하는 부작용이 나타나자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거래 실적에 연동한 보상을 금지하기로 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업계의 과도한 경품 경쟁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협회 규정 개정이 추진된다. 거래가 늘수록 증권사는 수수료 수익을 더 얻지만, 투자자는 불필요한 비용과 손실 위험을 떠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감원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한 증권사는 국내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을 하루 500억원 이상 거래하면 500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 두 명이 각각 3조4000억원, 1조7000억원어치의 ETF를 거래하고 경품으로 3억4000만원, 1억7000만원을 받았다.

이벤트 대상 기간 해당 ETF의 전체 거래대금은 97조50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43.9%인 42조8000억원이 해당 증권사를 통해 거래됐다. 금감원은 이 증권사가 해당 ETF 거래로 거둔 위탁매매수수료를 약 514억원으로 추정했다. 경품을 노린 반복 매매가 거래량을 왜곡하고 투자자의 비용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개선안은 이 같은 거래 횟수·대금 연동 이벤트를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고위험상품은 제한 범위가 더 넓다.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상품(ETP), 장내외 파생상품, 신용거래, 해외투자상품 등은 거래 실적 연동 여부와 관계없이 현금·상품권 등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이벤트가 금지된다.

레버리지 상품의 사전교육을 이수하면 현금이나 상품권을 주거나, 신용거래 신규·우량 고객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도 제한 대상이다. 금감원과 금투협은 투자 위험이 큰 상품에 경품까지 내걸어 거래를 유도하는 행위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모든 혜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증권사 자체 수수료와 이자 할인·면제는 '가격 인하'로 보기 때문에 고위험상품에도 계속 허용된다. 일반 상품은 거래 횟수·금액과 무관한 이벤트나 투자잔고를 기준으로 한 혜택 제공도 가능하다.

금융당국은 11월 사전예고와 의견 수렴을 거쳐 12월까지 개정을 마치고, 내년 1월 1일부터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garde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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