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기 부친 "증거인멸 의도 없었다"…경찰 수사 편의 제공은 인정


수사팀과 46차례 연락·별도 면회까지
재판부, 증거 보존하지 않은 이유 추궁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의 부친 장모 경감이 28일 오후 전남광주시 동구 광주지법에서 증인 신문을 마친 뒤 법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전남광주=조효근 기자] 여고생 살해 사건 피고인 장윤기의 아버지인 현직 경찰관이 법정에서 주요 증거물을 정리하거나 폐기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아들의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들로부터 일반인과 다른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광주지법 형사12단독(이승연 부장판사)은 지난 28일 오후 공무상비밀누설과 증거인멸방조 등 혐의로 기소된 전 광주 광산경찰서 강력팀장 박모(57) 경감과 당시 수사팀 소속 김모(41) 경사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장윤기의 부친 장모 경감은 아들이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지목된 차량에서 혈흔을 닦고 케이블타이 등 물품을 정리한 사실을 인정했다.

장 경감은 차량을 돌려받을 당시 현장 감식이 끝난 만큼 추가적인 증거 보존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용주차장에 혈흔이 남아 있으면 차량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장 경감이 제3자의 범행 가능성까지 의심했다면서도 차량에 남은 증거를 보존하지 않은 이유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에 장 경감은 당시 충분히 숙고하지 못했다며 지금도 후회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장윤기의 자취방에서 발견된 훼손된 성인용 인형을 폐기한 경위에 대해서도 신문이 이어졌다.

장 경감은 해당 물품을 발견했을 당시 비정상적인 훼손 상태라고 생각했지만 성범죄와의 연관성까지 의심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물품을 나눠 버린 이유에 대해서는 외부에 공개돼 사건과 관련한 추측이 확산할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아들이 과거 사용했던 휴대전화 여러 대를 불에 태워 폐기한 사실도 인정하면서 집안의 다른 물품을 함께 정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제공받은 편의에 대해서는 일부 인정했다.

장 경감은 수사팀과 연락하며 사건 진행 상황을 전달받은 경위에 대한 검사의 질문에 경찰관 신분으로 편의를 받은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앞서 조사된 내용에 따르면 장 경감은 지난 5월 5일부터 14일까지 박 경감과 9차례 통화하고 16차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김 경사와도 14차례 통화하고 7차례 문자를 주고받는 등 수사팀 관계자들과 총 46차례 연락했다.

이 과정에서 장윤기의 자취방 비밀번호와 차량 위치,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 5월 6일에는 별도 면회를 요청해 유치장 외 공간에서 약 1분간 아들을 만나기도 했다.

박 경감과 김 경사는 장윤기 사건 수사 과정에서 주요 증거물이 남아 있는 차량을 부친에게 돌려주고, 자취방에서 발견된 증거물의 폐기를 방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박 경감은 차량 압수수색 당시 촬영한 케이블타이 영상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삭제하도록 지시한 혐의도 받는다. 김 경사는 구속영장 신청 계획과 피의자의 범행 인정 여부 등 수사정보를 장 경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법정에는 장윤기에 대한 강간살인 혐의 적용을 건의했던 수사 경찰관과 성범죄 목적에 대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범죄분석관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들은 장윤기가 피해자를 곧바로 살해하지 않고 제압해 이동시키려 했던 정황과 피의자 진술의 신빙성 문제 등을 근거로 추가 수사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장 경감은 증인신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면서 피해자 고 이채원 양에게 미안하지 않으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아들의 범행을 어떻게 받아들였느냐는 질문에는 평소 알고 있던 아들의 모습과 범행이 달라 납득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답했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4일 오후 3시 속행 공판을 열고 피고인들에 대한 심리를 이어갈 예정이다.

bbb25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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