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치 않은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잃는 게 많고 긁어 부스럼"


취임 이후 2번 연속 참석, 대통령 발언 메모에 '받아쓰기' 비판
이재명 "위헌적 억지" AI 답변 공유…"한 달에 한 번쯤 오시라"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메모하고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 | 김해인 기자]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이 취임 이후 국무회의에 두 차례 연속 참석하면서 수사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김 청장이 회의에서 대통령의 발언을 메모하는 모습까지 포착되며 논란이 커진 가운데, 다음 주 국무회의에도 참석할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청장은 지난 20일과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 잇따라 참석했다. 중수청 출범 이후 지난 20일 공식 취임한 이후 두 차례 연속이다.

특히 김 청장이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메모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수사기관장이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발언을 받아 적는 모습이 적절하냐는 지적과 함께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적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그동안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등 수사기관 수장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국무회의에 정례적으로 참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수사기관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인사들과 정기적으로 대면하는 것 자체가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논평을 내고 중수청장과 공소청장의 국무회의 정례 참석을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통령에게 행정기관 지휘·감독 권한이 있다는 사실이 수사·공소기관장의 국무회의 직접 참석의 적절성까지 담보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또 구체적인 사건 지시가 없더라도 수사·공소기관에 정치적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도 김 청장의 국무회의 참석을 비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20일 페이스북에 "수사의 정치화 청산은커녕 정치가 수사화될 판"이라고 꼬집었다. 야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도 수사기관장의 국무회의 배석이 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참석이 정치적 중립성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수사·공소기관장의 참석을 비판하는 지적에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의해 당연한 일"이라고 반박한 데 이어 지난 21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 답변을 SNS에 공유하기도 했다. 이 답변에는 "공소청장·중수청장의 국무회의 배석 불가론은 위헌적 억지"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도 수사기관장의 참석을 두고 "비정상의 정상화"며 "이런 공개회의에 참석하는 게 정치적 중립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김 청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게 옳으니 그르니 논란도 많은데 이런 자리에서 국무위원들이 사적인 부탁을 하겠느냐, 부정한 지시를 하겠느냐"며 "과거 국무회의에 참석 안 할 때는 사정 기관들의 중립성이 잘 유지됐느냐,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수청은 요새 새로 개청해서 인력도 없고 시설도 불완전한데 꼭 필요하지 않으면 안 오셔도 된다. 그런데 한 달에 한 번쯤은 오시라"고 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메모하고 하고 있다. /뉴시스

김 청장도 이 같은 지적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지난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적는 모습이 낯설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 "국민들의 우려가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권 의원이 '비공개 석상에서 대통령이 특정 사건에 대해 물어봤을 때 답변 안 할 자신이 있느냐'고 묻자 "자신 있다"고 대답했다.

이후 김 청장은 30일 서울 서초구 공소청 본청에서 이정현 검찰총장 직무대행(공소청 차장검사)을 예방한 뒤 국무회의 참석과 관련한 질문에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짧게 답했다.

김 청장이 다음 주 국무회의에 참석한다면 취임 이후 세 번 연속 배석이 된다. 앞서 두 차례 참석으로 논란이 이어진 만큼 김 청장의 참석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법조계에서도 수사기관의 특성을 고려하면 국무회의 배석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기관의 독립성과 객관성, 공정성 보장을 위해 의심을 사거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일은 사전에 막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많다.

한 수도권 공소청 검사는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향이나 정책적 주안점은 소관 부처 장관이나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며 "굳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수사기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의심받을 여지를 남길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무회의 참석으로 정부가 얻는 국정 운영의 효율성이나 소통의 이익보다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잃게 되는 국민적 신뢰가 더 클 수 있다"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고,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h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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