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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정예은 기자] 군 복무 중 숨진 군인을 '병사'로 처리했다가 수십 년 뒤 순직으로 재분류하고도 유족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소멸시효를 이유로 사망보상금 지급을 거부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정은영 부장판사)는 A 씨가 국군재정관리단장을 상대로 제기한 군인사망보상금 지급불가 결정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의 형은 1954년 9월 육군에 입대해 복무하던 중 1956년 11월 숨졌다. 당시 군 당국은 질병에 따른 사망(병사)로 처리했다.
이후 육군본부는 1996~1997년께 당시 사망을 순직으로 재분류했지만 유족에겐 통지하지 않았다. A 씨는 약 28년 이후인 지난해 5월에야 육군참모총장에게 형의 순직 재분류 사실을 통보받았다.
A 씨는 같은 해 11월 사망보상금을 청구했으나 국군재정관리단은 지급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 씨는 순직 사실을 통지받은 때부터 소멸시효를 다시 계산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사망보상금 지급 청구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했다. A 씨가 1965년께 형의 군 복무 중 사망 사실을 알게 됐으므로 당시 유족이 보상금 지급 사유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군 당국이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보상금 지급을 거부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육군이 작성한 보고서에는 망인의 사망 원인이 '병사'로 기재돼 있고 유품 인수자의 성명이나 인수 일자도 빈칸으로 돼 있다"며 "유족은 구체적인 사망 경위를 알 수 없었고 보상금 지급 절차 등에 관한 설명도 듣지 못해 청구가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육군본부가 순직 재분류 결정을 하기 이전에 유족이 사망보상금을 청구했더라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며 "순직으로 변경된 사실을 유족에게 통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이상의 권리 행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망인이 군 복무 중 사망했음에도 군이 병사로 규정해 유족에게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았고, 뒤늦게 순직으로 재분류하고도 통지하지 않아 보상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군인사망보상금 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며 "소멸시효 제도의 존재 이유에도 부합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ye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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